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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철학자와 행복

맹자 철학의 핵심(2)

by 행복 리부트 2025. 10. 22.


인간은 선하다, 성선설

맹자 철학의 핵심을 단 하나의 개념으로 요약하라면, 그것은 단연 성선설(性善說)이다. 이는 "인간의 본성은 본래 선하다"는,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주장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배신과 탐욕, 살인이 넘쳐나는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선함을 외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맹자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극적인 예시를 든다. 바로 우물에 빠지려는 어린아이 비유다. "지금 어떤 사람이 어린아이가 막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았다고 상상해 보라. 

누구라도 깜짝 놀라며 측은한 마음(惻隱之心)이 들 것이다."

성선설이 핵심, 측은지심

 

맹자는 이 마음이 왜 생겨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이의 부모와 친해져서 이득을 보려는 계산 때문인가? 아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착한 사람이라고 칭찬받고 싶어서인가? 그것도 아니다. 아이를 구해주지 않았다고 비난받을까 봐 두려워서인가? 결코 아니다. 

측은지심은 어떤 계산이나 이해타산을 거치기 이전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반사적으로, 본능적으로 솟아나는 순수한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라고 맹자는 선언한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이 측은지심과 같은 선한 마음의 싹이 총 네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사단(四端)이다. 단(端)은 실마리 또는 싹이라는 뜻이다. 이 네 개의 싹을 잘 키우면 위대한 인격이 완성되지만, 내버려  두거나 짓밟으면 악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네 개의 씨앗, 사단(四端)

맹자는 우리 마음 밭에 심어진 네 개의 씨앗, 즉 사단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설명한다.
측은지심(惻隱之心), 불쌍히 여기는 마음

이것은 앞서 말한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고 느끼는 바로 그 마음이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처럼 느끼는 공감 능력이다. 맹자는 이 마음의 싹을 잘 키우면 유교 최고의 덕목인 인(仁), 즉 사랑이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 마음이 없다면 우리는 타인의 불행에 무감각한 소시오패스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측은지심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첫 번째 조건이다.
수오지심(羞惡之心),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

수(羞)는 자기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오(惡)는 타인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즉, 우리 마음속에 내장된 도덕적 센서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나쁜 짓을 했을 때 괜히 낯이 뜨거워지고, 뻔뻔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을 볼 때 분노가 치미는 것이 바로 이 마음 때문이다. 맹자는 이 수오지심이라는 싹을 잘 키우면 의(義), 즉 정의가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 마음이 없다면 우리는 죄를 짓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파렴치한이 될 것이다.
사양지심(辭讓之心), 양보하는 마음

측은지심과 사양지심

 

이는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공경하는 마음이다.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 어른에게 먼저 권하고, 좋은 자리가 났을  때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마음이다. 서열이나 질서를 존중하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출 줄 아는 마음이기도 하다. 맹자는 이 사양지심의 싹을 잘 키우면 예(禮), 즉 사회적 규범과 예절이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 마음이 없다면 세상은 오만하고 무례한 사람들로 가득 차  끝없는 다툼만 일어날 것이다.
시비지심(是非之心): 옳고 그름의 마음

이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분별하는 지적인 능력이다. 도덕적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혜를 의미한다. 맹자는 이 시비지심의 싹을 잘 키우면 지(智), 즉 지혜가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 마음이 없다면 우리는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 빠져들기 쉬울 것이다. 맹자는 이 네 가지 마음의 싹이 마치 우리에게 사지(四肢)가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 네 개의 싹을 가지고 있으면서 스스로 선을 행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자는 자기 자신을 해치는 자요, 자기 임금은 선을 행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자는 자기 임금을 해치는 자다." 그의 말에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담겨 있다.

 

우산(牛山)의 비유

여기서 당연한 질문이 나온다. 인간의 본성이 정말 선하다면 세상에는 왜 저렇게 악한 사람들이 많은가? 맹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산(牛山)의 비유라는 기막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산이라는 산에는 원래 아름다운 소나무가 울창했다. 그런데 도끼를 든 사람들이 매일 와서 나무를 베어가니, 어찌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밤낮으로 비와 이슬을 맞으며 새로운 싹이 돋아나기는 했다.

우산의 비유

 

하지만 이번에는 소와 양을 끌고 와서 그 싹마저 다 뜯어 먹게 했다. 결국 우산은 완전히  민둥산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저 산에는 원래 나무가 없었나 보다라고 말한다. 이것이 어찌 산의 본래 모습이겠는가? 맹자는 사람의 마음도 이 우산과 같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원래 선한 마음의 싹(四端)이 있지만, 마치  도끼질처럼 매일같이 나쁜 환경과 유혹에 노출되고,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선한 마음을 키워주지 않으면(마치 소와 양이 싹을 뜯어먹듯), 결국 그 선한 본성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악한 사람은 원래부터 악한 것이 아니라, 선한 본성을 잃어버린 불쌍한 사람이라는 것이 맹자의 진단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교육과 수양을 통해 마음속 싹을 잘 가꾸고 지켜내는 것이다.

 

왕도정치(王道政治)

성선설은 맹자 정치 철학의 출발점이다. 모든 인간이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치의 목표는 힘으로 백성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 마음속의 선함을 이끌어내고 북돋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맹자가 주장한 왕도정치의 핵심이다. 왕도정치는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패도정치(覇道政治)와 정반대의 개념이다. 패도정치는 당장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힘이 약해지면 곧바로 무너지는 모래성과 같다. 하지만 왕도정치는 군주의 도덕적 권위와 백성들의 자발적인 존경심에 기반하기 때문에, 한번 뿌리내리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집과 같다. 왕도정치의 첫걸음은 백성들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다. 

맹자는 "백성들은 안정적인 생업(恒産)이 없으면 안정된 마음(恒心)을 가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도덕을 지키기 어렵다는 매우 현실적인 인식이다. 그래서 그는 토지를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아홉 등분하여 주변의 여덟 가구가 각각 경작하고, 중앙의 한 구획은 공동으로 경작하여 세금으로 바치는 '정전제(井田制)'를 제안했다. 이는 백성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주기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경제적 안정을 이룬 뒤에는 학교를 세워 교육을 해야 한다. 인륜과 도덕을 가르쳐 백성들 마음속의 '사단'이 잘 자라나도록 돕는 것이다. 이렇게 군주가 먼저 백성을 사랑하고(仁) 정의로운(義) 정치를 펼치면, 백성들은 마음으로 감복하여 그를 따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왕도다.

 

왕도정치를 하여 칭송받는 군주

 

폭군은 왕이 아니다

맹자 사상 중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위험한 것이 바로 역성혁명론이다. 그는 왕이라고 해서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왕에게 나라를 다스릴 권한, 즉 천명(天命)을 주는 것은 그가 백성을 잘 보살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만약 왕이 포악한 독재자, 즉 폭군이 되어 백성을 괴롭히고 인의를 저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맹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더 이상 왕이 아니다."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신하가 임금을 시해하는 것이 용납될 수 있습니까?" 이는 탕왕이 폭군 걸왕을, 무왕이 폭군 주왕을 몰아낸 역사적 사건을 두고 한 질문이었다. 맹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합니다. 잔적(殘賊)한 자는 그저 한 사내(一夫)에 불과합니다. 저는 일부 주(一夫紂)를 처형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이는 실로 엄청난 발언이다. 폭군은 더 이상 존엄한 군주가 아니라, 인의를 해친 한낱 범죄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성들이 들고일어나 그를 몰아내는 것은 반역이 아니라, 범죄자를 처단하는 정의로운 행위라는 뜻이다. 

 

'백성의 마음(民心)이 곧 하늘의 마음(天心)'이므로, 백성이 버린 군주는 하늘도 버린 군주라는 것이다. 이 사상은 왕조의 교체, 즉 성(姓)을 바꾼다(易)는 의미의 역성혁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절대 권력자인 왕 앞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던 맹자의 담대함은 그가 자신의 철학에 얼마나 깊은 확신을 가졌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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