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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철학자와 행복

공자 철학에 담긴 행복(3)

by 행복 리부트 2025. 10. 22.


즐거움(樂)을 말하다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행복(happiness)은 주로 주관적인 만족감이나 쾌락적인 감정과 연결된다. 하지만 공자가 말한 이상적인 삶의 상태는 이러한 감정적 행복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그는 논어에서 행복이라는 단어 대신 기쁨(說, 열)과 즐거움(樂, 락)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한다. 이는 도덕적 실천과 정신적 성숙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깊고 지속적인 충만감을 의미한다. 공자의 행복은 소유하는 것이 아닌, 올바른 삶의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배우고 성장하는 기쁨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 논어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이 구절은 공자 행복론의 출발점이다. 여기서 배움(學)은 인간의 도리를 배우고, 성현의 가르침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익힘(習)은 배운 것을 끊임없이 실천하고 몸에 체화하는 과정이다. 마치 새가 날갯짓을 반복하여 하늘을 나는 법을 터득하듯, 배운 바를 삶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이 과정에서 오는 기쁨(說)은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내면의 희열이다. 앎이 깊어지고 인격이 성숙해가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데서 오는 충만감, 이것이 바로 공자가 말하는 첫 번째 행복, 즉 자아실현의 즐거움이다.

 

3. 관계의 즐거움

"벗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이 구절에서 벗(朋)은 같은 뜻, 즉 도(道)를 추구하며 함께 공부하고 서로 인간은 홀로 완전해질 수 없는 사회적 존재다. 나의 이상과 가치를 알아주고, 내가 가는 길을 응원해 주는 사람과의 교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힘이 된다. 나의 앎이 그의 앎을 통해 더 깊어지고, 그의 고민이 나의 고민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이처럼 정신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음을 확인받는 데서 오는 즐거움(樂), 이것이 공자가 말하는 두 번째 행복, 즉 관계의 행복이다. 이 즐거움은 외로움을 이겨내고 삶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4.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 해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으니,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이는 공자 행복론의 정점에 해당한다. 군자(君子)는 공자가 제시한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인격 수양이 완성된 사람을 뜻한다. 우리는 보통 타인의 인정과 평가에 목말라한다.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군자는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시선에서 찾지 않는다. 그의 내면에는 이미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굳건한 도덕적 기준이 서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부와 명예를 얻든 얻지 못하든, 그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이러한 상태에서 오는 마음의 평온함,  즉 서운해하지 않음(不慍)이야말로 가장 높은 차원의 행복이다. 이는 외부 상황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한 내면의 자유다.

 

행복의 본질, 안빈낙도

이 세 가지 즐거움은 결국 안빈낙도(安貧樂道)라는 삶의 태도로 귀결된다. 공자는 제자 안회를 칭찬하며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누추한 곳에 살면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스스로에 대해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을 베고 눕더라도, 즐거움이 또한 그 안에 있다"고 하였다. 모두 안빈낙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안회의 안빈낙도의 삶

 

의롭지 않으면서 얻은 부와 귀함은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고 말했다. 이는 물질적 조건이 행복의 본질이 될 수 없다는 선언이다. 진정한 즐거움과 만족감은 물질의 풍요가 아닌, 도(道)를 배우고 실천하는 정신적 충만함에서 온다는 것이다. 외적인 조건에 기대는 행복은 그 조건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는 뜬구름과 같지만, 내면의 성숙과 올바른 관계에서 오는 행복은 그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다는 것이 수천 년 전 공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행복의 메시지다.

 

공자의 철학과 서양 철학

공자와 소크라테스는 시대적으로도 가깝다. 공자는 기원전 551년에 태어나 기원전 479년에 생을 마쳤고, 소크라테스는 공자가 사망한 바로 10년 뒤인 기원전 469년에 태어났다. 두 철학자는 서로를 몰랐지만, 혼란의 시기를 살며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공자와 소크라테스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둘 다 시대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했다. 둘 다 제자를 키웠고, 가르침보다 삶으로 철학을 증명했다. 공자는 현실에서 정치적 좌절을 겪었지만, 배움을 실천하며 사는 삶을 통해 내면의 기쁨을 찾았다. 
소크라테스 역시 국가로부터 외면당했고, 정치적으로 실패했으며, 방황하며 제자들과 토론을 이어갔다. 그 또한 스스로를 무지의 자각자로 여기며 끊임없이 질문했고, 그 과정에서 철학적 사유와 내면의 성찰을 즐겼다.『논어』에는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好之者不如樂之者)"라는 말이 있다.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다. 공자는 그 즐기는 자로서, 배움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었고, 도리를 실천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았다. 

 

외적인 성공은 없었지만, 내면의 충만함이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것이다. 이는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앞두고도 담담했던 모습, 배움과 사유의 과정을 삶의 기쁨으로 여겼던 태도와도 통한다. 공자와 소크라테스는 시대와 문화는 달랐지만, 삶을 철학으로 승화시키고, 진리를 향한 여정을 즐겼다는 점에서 같은 길을 걸은 철학자였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서양 철학은 개인과 이성을 강조한다면, 공자의 철학은 관계와 덕을 강조한다. 개인의 자율보다 공동체 안에서의 조화와 역할이 더 중요하다. 서양 철학은 이성적 추론과 진리에 대한 탐구를 통해 개인의 내적 완성을 추구했다면, 공자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덕과 예를 실천함으로써 조화로운 삶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공자의 행복은 혼자의 행복이 아니라, 함께하는  행복이다. 이는 서양의 개인 중심 행복과는 또 다른 공동체 중심의 철학적 전통이다. 동서양 모두 행복을 인간 삶의 궁극적 가치로 보았지만, 동양은 농경 사회 속에서 관계와 조화를 중시한 반면, 서양은 도시국가의 경쟁과 개별적 자아의 중요성이 철학에 반영되었다.  따라서 공자는 우리의 조화를 통해 행복을 추구했고, 서양 철학자들은 개인의 이성적 완성을 통해 행복을 찾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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