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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철학자와 행복

에피쿠로스 철학에 담긴 행복(3)

by 행복 리부트 2025. 10. 22.


영혼을 위한 네 가지 처방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본질적으로 영혼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그는 인간의 마음을 괴롭히는 네 가지 주요 질병(두려움과 걱정)을 진단하고,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네 가지 명확한 처방전을 제시했다. 이를 '테트라파르마코스(Tetrapharmakos, 네 가지 약)'라고 부른다. 고대에는 실제로 네 가지 약초를 섞어 만든 만병통치약이 있었는데, 에피쿠로스는 자신의 철학이야말로 마음의 모든 병을 고치는 진정한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했다.

 

신을 두려워 말라

인간은 신이 변덕을 부려 벌을 내릴까 봐, 혹은 신의 노여움을 살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에피쿠로스는 말한다. 

에피쿠로스, 신을 두려워 하지 말라

 

신들은 완벽하게 행복하고 평온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우리 인간사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관여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신에게 기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벌을 내리거나, 우리의 사소한 잘못에 분노하는 일은 결코 없다. 신에 대한 공포는 근거 없는 미신일 뿐이다.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죽음을 걱정 말라.

인간은 죽음 그 자체와 죽음 이후의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에피쿠로스는 논리적으로 이 두려움을 해체한다. "죽음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죽음은 존재하지 않으며, 죽음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죽음은 모든 감각의 소멸이므로, 우리는 죽음의 상태를 고통으로 경험할 수 없다. 우리가 느끼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생각일 뿐, 죽음 그 자체가 아니다. 이 공허한 생각을 이성으로 깨뜨릴 때, 우리는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좋은 것은 얻기 쉽다

사람들은 행복(좋은 것)을 얻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 하지만 에피쿠로스는 말한다. 진정으로 좋은 것, 즉 고통이 없는 상태(아포니아)와 마음의 평온(아타락시아)은 아주 쉽게 얻을 수 있다. 한 조각의 빵과 시원한 물 한 잔, 약간의 치즈만으로도 배고픔의 고통은 사라진다. 비바람을 막아줄 소박한 거처만으로도 추위의 고통은  사라진다.

에피쿠로스, 죽음을 걱정하지 말라

 

 

그리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만 곁에 있다면 마음의 불안은 사라진다. 행복은 저 멀리 있는 값비싼 보물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소박한 것들 속에 이미 존재한다. 우리가 헛된 욕망에 눈이 멀어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끔찍한 것은 견디기 쉽다

사람들은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극심한 고통이 영원히 계속될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에피쿠로스는 우리를 안심시킨다.  고통의 본질을 잘 살펴보면, 그것이 생각만큼 끔찍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통은 두 가지 중 하나다. 강렬하지만 짧거나, 길지만 약하거나." 만약 고통이 극심하다면, 그것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곧 끝나거나, 아니면 우리의 생명이 먼저 끝날 것이다(죽음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므로).  만약 고통이 만성적으로 길게 이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적응하고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약한 고통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만성적인 고통 속에서도 과거의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거나,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다른 종류의 정신적 쾌락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고통의 본질을 이성적으로 분석하면, 그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줄이고 심리적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

 

행복위한 담보, 우정

에피쿠로스는 "지혜가 행복한 삶을 위해 마련하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바로 우정(Philia) 이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우정은 단순한 사교 활동을 넘어, 행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이자 최고의 쾌락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우정을 '덕을 함께 나누는 숭고한 활동'으로 보았다면,  에피쿠로스는 우정을 '안전(security)'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혼란하고 위험한 세상 속에서,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기꺼이 나를 도와줄 친구들이 있다는 믿음만큼 큰 안도감을 주는 것은 없다. 이 믿음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제거하고 마음의 평온(아타락시아)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정원' 공동체는 바로 이 우정의 철학을 실현하는 실험실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고통을 위로하며, 서로의 안전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함께 빵을 나누고, 함께 철학을 논하며, 함께 삶의 소박한 기쁨을 누리는 것. 이것이 에피쿠로스가 생각한 가장 완전하고 행복한 삶의 모습이었다.

 

에피쿠로스, 덕을 함께 나누는 숭고한 활동인 우정

 

은둔의 지혜

이러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에피쿠로스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중요한 조언을 남긴다. "은둔하여 살아라(Lathe Biōsas)!" 이는 세상과 단절하라는 뜻이 아니다.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공적인 삶, 즉 정치 무대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다. 정치는 필연적으로 경쟁과 갈등, 시기심과 불안을 낳는다. 남들의 평판에 신경 써야 하고, 적들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삶 속에서는 결코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현명한 사람은 공적인 명성을 추구하는 대신, 소수의 좋은 친구들과 함께 조용하고 소박한 삶을 선택한다.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내면을 돌보고 우정을 나누는 데 집중하는 것. 이것이 에피쿠로스가 제시하는 '세상 속에서 평온하게 사는 기술'이다. 스토아학파가 사회적 의무를 강조한 것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결국 에피쿠로스의 행복론은 매우 단순하고 명쾌하다.  불필요한 욕망을 줄이고, 비이성적인 두려움을 제거하며, 소박한 삶에 만족하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 이것이 에피쿠로스의 행복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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