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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철학자와 행복

디오게네스가 전하는 행복 메시지(4)

by 행복 리부트 2025. 10. 22.

과거에서 짖는 개 한 마리

이봐, 거기! 그래, 당신. 그 손바닥만 한 빛나는 돌멩이(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뭐가 그리 심각한가? 내가 아늑한 술통에서 잠시 눈을 떠 당신들의 세상을 보니, 아주 요란하고 우스꽝스러운 것들로 가득하더군. 나는 대낮에 등불을 들고 정직한 인간을 찾아다녔지만,  당신들은 어두컴컴한 방구석에서도 그 돌멩이 빛으로 얼굴을 비추며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찾고 있으니 말이야. 대체 뭘 그렇게 열심히들 찾고 있는 건가? 혹시 진짜 인간은 찾았는가? 아니면 그 돌멩이 속 가짜 인간들의 삶을 훔쳐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건가? 내 이름은 디오게네스. 사람들은 나를 ‘개 같은 철학자’라고 불렀지. 아주 마음에 드는 별명이야. 나는 개처럼 솔직했고, 개처럼  단순했으며 개처럼 자유로웠거든. 
그런데 당신들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면서, 내가 보기에 온갖 종류의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인 채 살아가는 것 같더군. 
그래서 오늘, 이 2,400년 묵은 유령이 당신들의 삶을 향해 한번 시원하게 짖어보려고 하네. 내 짖는 소리가 시끄럽고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당신을 묶고 있는 그 사슬의 정체를 깨닫게 해줄지도 모를 일이지. 준비됐나? 그럼 시작해보세.

 

황금 족쇄

당신들의 세상을 보니 다들 참 부유하더군. 내가 평생 가졌던 것이라곤 누더기 망토 한 장과 지팡이, 그리고 나중에 버린 그릇 하나가 전부였는데, 당신들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어. 계절마다 새 옷을 사 입고, 몇 년마다 새 기술이 담긴 돌멩이로 바꾸고, 온갖 종류의 가구와 전자제품으로 집 안을 가득 채우지. 그리고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소비자라고 부른다지? 정말이지  이보다 더 정확한 이름이 있을까 싶네. 당신들의 시간, 에너지, 영혼, 그리고 자유까지도 그 물건들이 전부 소비해 버리고 있으니 말이야.

현대에 겨울 쓰레기통 안에서 식사중인 디오게네스

 

한번 솔직해져 보세. 당신이 그 많은 물건은 정말 필요해서 산 것인가? 아니면 그 물건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광고쟁이들의 속삭임에 넘어간 것 아닌가? 남들에게 ‘이 정도는 누리고 산다’고 과시하고 싶은 허영심 때문에 산 것은 아니고? 
당신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해가며 번 돈으로, 정작 자신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서, 사실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려 애쓰고 있어. 내 친구였던 아테네의 개들이 당신들보다는 훨씬 똑똑하고 현실적이었던 것 같군.

 

더 우스꽝스러운 건 뭔지 아나? 당신들은 그 물건들을 소유하기 위해 스스로 노예가 되기를 자처한다는 점이야. 나는 내 몸뚱이 하나 뉘일 술통 하나로 세상 어디든 내 집으로 삼았지만, 당신들은 30년짜리 노예 계약서(주택담보대출)를 손에 쥐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며 기뻐하더군.  그 집이 당신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가, 아니면 평생 갚아야 할 빚의 무게로 당신의 영혼을 짓누르는 감옥이 되고 있는가?  번쩍이는 새 차가 당신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는가, 아니면 할부금과 보험료, 기름값 걱정에 당신의 마음을 묶어두는  족쇄가 되고 있는가?

 

요즘 보니 내 흉내를 내는 친구들도 더러 있는 것 같더군. 미니멀리즘이라나 뭐라나. 물건 몇 개 버리고 온 집안을 흰색으로 칠하면  다 되는 줄 아는 모양인데, 착각하지 말게. 나는 단순히 물건을 버린 게 아닐세. 나는 물건에 대한 욕망을 버린 걸세. 당신의 인스타그램에 미니멀라이프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자랑하기 위해 또 다른 브랜드의 비싼 물건을 사고 있다면, 그건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더 교활하고 세련된 맥시멀리즘일 뿐이야. 본질은 변하지 않았어. 당신은 여전히 물건의 노예일 뿐이지.

 

자, 오늘 당장 당신의 방을 둘러보게. 그리고 먼지 쌓인 물건 하나하나를 정성껏 들어 올려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이것이 나의 삶을 진정으로 자유롭게 하는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족쇄가 되어 나를 무겁게 하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물건들은 전부  내다 버리게. 아니,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게. 텅 빈 공간이 주는 해방감을 온몸으로 느껴보게. 그때 당신은 깨닫게 될 걸세. 행복은 채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데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 부유함이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게 필요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이야.

 

디지털 아고라

내가 등불을 들고 대낮의 아고라 광장을 헤매며 “정직한 인간을 찾는다”고 외쳤을 때, 사람들은 나를 미치광이 취급했지. 하지만 당신들의 디지털 아고라를 보니, 나는 아마 밤낮으로 서치라이트를 들고 다녀야 할 것 같더군. 도대체 진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으니 말이야.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어. 프로필 사진이라는 이름의, 가장 잘 나오고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만을 박제한 가면 말이네. 상태 메시지라는 이름의, 자신이 얼마나 지적이고 유머러스하며 특별한 사람인지를 과시하는 가면 말일세. 심지어는  슬픔이나 고통마저도, 근사한 흑백 필터를 씌우고 감성적인 문구를 곁들여 하나의 멋진 상품처럼 전시하더군. 

 

당신들의 세상은 솔직한 민낯들의 광장이 아니라, 잘 연출된 아바타들의 거대한 연극 무대와 같아. 그리고 당신들은 그 연극 무대 위에서 다른 관객들의 박수갈채, 즉 ‘좋아요’와 ‘팔로워’ 숫자에 목을 매고 있지. 내가 한 가지 물어보세. 개는 다른 개에게 자기가 얼마나 근사한지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구걸하지 않아. 사자는 다른 사자의 팔로워 숫자를 세어보며 자신의 초라함을 비관하지 않지. 그런데 왜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의 손가락질 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가? 당신들은 당신 자신을 알지도 못하는 익명의 타인들의 ‘생각’이라는 감옥에 스스로 가두고, 그들의 간수가 되어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하고 채찍질하고 있어.
이 얼마나 기묘하고 어리석은 풍경인가! 

 

당신들은 표현의 자유를 그토록 외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솔직할 자유를 스스로 내던져 버렸어.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 ‘이런 말을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고 자기 검열을 하고, 직장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내려도 찍히면 안 되니까라며 입을 다물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욕먹기 싫으니까라며 침묵하지. 그러면서 무슨 자유를 논하는가?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는 자에게 자유는 사치일 뿐이야! 

안티스테네스에게 털 뽑은 닭을 던지는 디오게네스

내가 가르침을 얻기 위해 안티스테네스의 몽둥이 앞에 머리를 들이밀고, 플라톤의 허영심을 조롱하기 위해 털 뽑은 닭을 던져 넣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면전에서 “햇볕이나 가리지 말고 비키라”고 말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바로 ‘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는 뻔뻔한 자유, 즉 ‘아나이데이아’에서 나왔다네. 그러니 내 친구여, 제발 좀 뻔뻔해지게!  당신의 생각을 말하게. 당신의 감정을 드러내게. 

 

욕 좀 먹으면 어떤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결국 아무에게도 진실하지 못한 사람일 뿐이야. 당신이 당신의 진실을 말하기 시작할 때, 몇몇 사람은 당신을 떠나겠지. 하지만 진짜 당신의 사람들은 오히려 더 당신 곁으로 모여들 걸세. 오늘,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가면을 벗고 그 사람과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게. 혹은, 모두가 ‘예’라고 말하는 분위기 속에서 당신의 양심에 따라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용기를 내보게. 그 순간 당신의 등골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해방감이야말로, 수천 개의 ‘좋아요’가  결코 주지 못하는 진짜 행복의 맛일세.

 

사슬이 주는 안락함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자유’를 원한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자유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 자유는 본래 거친 것이거든.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와 같아서, 어디로 튈지 모르고 때로는 당신을 내동댕이칠 수도 있지. 자유는 책임이라는 무거운 안장을 함께 짊어져야 하는 것이야. 그래서 당신들은 무의식적으로 ‘안정’이라는 이름의 따뜻하고 안락한 개집을 원하는 거지. 매달 정해진 날짜에 따박따박 사료(월급)가 나오고, 튼튼한 목줄(사회 시스템)이 나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며, 주인이 정해준 규칙(삶의 경로)만 잘 따르면 되는 그런 삶 말이야.

 

당신들은 심지어 당신의 몸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해. 당신들의 몸은 얼마나 연약하고 무기력해졌는가? 조금만 더우면 냉방 기계  없이는 견디지 못하고, 조금만 추우면 난방 기계 없이는 벌벌 떨지.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계단 몇 개 오르는 것도 벅차하고, 자동차가 없으면 몇 걸음 걷는 것조차 귀찮아하지. 당신들은 몸이 보내는 자연스러운 신호(피시스)를 무시하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노모스)에 밥을 먹고, 피곤해서 졸려 죽겠는데도 ‘아직 잘 시간이 아니라며’ 커피를 들이붓지.그러고는 온갖 병에 시달리며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불평하며 알록달록한 약을 입에 털어 넣더군. 

현대인의 생활 모습

 

나는 내 몸을 끊임없이 단련시켜 추위와 더위를 친구로 삼고, 배고픔과 갈증을 나의 스승으로 삼았네. 그리하여 어떤 환경에서도 내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지. 그런데 당신들은 당신의 몸을 온실 속 화초처럼 연약하게 만들어 놓고는, 그 몸을 유지하기 위해 약과 병원의 노예가 되었어.

내가 당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네. 행복은 안락함과 동의어가 아닐세. 행복은 오히려 ‘강인함’과 동의어야. 어떤 외부 조건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 어떤 불편함도 견뎌낼 수 있는 신체적 능력. 이 강인함에서 진정한 자유가 나오고, 그 자유에서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행복이 싹트는 법이라네. 당신들은 너무 연약해졌어. 연약한 자는 언제나 무언가에 의존해야만 하기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자유롭지 못한 자는 주인이 베푸는 일시적인 만족감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스스로 쟁취하는 지속적인 행복은 결코 맛볼 수 없네.

 

그러니 부디, 당신의 몸을 되찾게!  푹신한 소파에서 당장 일어나 걷고, 뛰고, 햇볕을 쬐게. 가끔은 일부러 차가운 물로 샤워하며 정신을 번쩍 깨우고, 일부러 한 끼쯤 굶어보며 배고픔이라는 자연스러운 감각과 친해져 보게. 당신의 몸이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고 지혜롭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걸세. 당신이 당신 몸의 주인이 될 때, 당신은 비로소 당신을 둘러싼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라네.

 

너의 술통과 햇볕

이야기가 길었군. 이 늙은 개가 이제 마지막으로 짖고 다시 술통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 같네. 내가 당신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바로 이것이네. 너만의 술통을 찾고, 너만의 햇볕을 지켜라. 너만의 술통이란 무엇인가?

백악관 앞에서 식사를 하는 디오게네스

 

그것은 세상의 모든 불필요하고 허울 좋은 것들로부터 너의 영혼을 지켜줄 너만의 확고한 철학, 너만의 단순한 삶의 방식을 의미하네.  남들이 모두 화려하고 거대한 궁전을 짓기 위해 평생을 바칠 때, 너는 너의 몸에 딱 맞는 작고 아늑한 너만의 술통을 짓는 용기를 가지게.  남들이 보기엔 초라할지 몰라도, 그 술통 안에서 너는 세상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왕이야. 그곳은 오직 너의 규칙만이 통용되는 너만의 신성한 왕국이지.

 

‘너만의 햇볕’이란 또 무엇인가? 그것은 그 누구도, 심지어는 세상을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조차도 빼앗을 수 없는, 너의 가장 본질적인 자유와 마음의 평화를 의미하네. 돈, 명예, 권력, 타인의 인정… 이 세상의 그 어떤 거대하고 화려한 그림자도 감히 너의 영혼을 비추는 그 따스한 햇볕을 가리도록 내버려 두지 말게. 만약 누군가 당신의 소중한 햇볕을 가로막거든, 부디 나처럼 당당하고 뻔뻔하게 외치게. 내 햇볕 가리지 말고 당장 비켜주시겠소! 라고 말이야. 나는 평생을 개처럼 살았다고 조롱받았지만,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인간답게’ 살았다고 자부하네. 나는 내 이성의 소리에 귀 기울였고, 내 양심에 따라 행동했으며, 그 어떤 것에도 나 자신을 종속시키지 않았으니까. 당신들은 문명인처럼 산다고 자부하지만, 과연 당신은 스스로 삶의 주인인가, 아니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이 만든 관습과 욕망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일세. 나는 대낮에 등불을 켜두었고, 이제 그 등불을 들고 당신의 내면을 비출 사람은 당신 자신뿐이야. 그 등불로 당신 내면 깊은 곳을 비추어보게. 그곳에는 아마 당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정직하고 자유로운 진짜 인간’이, 당신이 발견해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를 만나게. 그리고 그와 함께, 진짜 당신의 삶을 살아가게. 행운을 비네, 나의 용감한 친구들. 이제 나는 다시 햇볕 쬐러 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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