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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철학자와 행복

디오게네스 철학에 담긴 행복(3)

by 행복 리부트 2025. 10. 22.


디오게네스의 삶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과연 저런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집도 없고, 돈도 없고, 가족도 없이 평생을 멸시와 조롱 속에서 살아간 그의 삶은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고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행복을 ‘안락함’이나 ‘즐거움’과 동일시하는 한, 디오게네스의 행복론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는 행복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어엎고, 전혀 다른 차원의 행복을 이야기한다. 그에게 행복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addition)이 아니라, 끊임없이 덜어내는 것(subtraction)을 통해 도달하는 경지이이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자유

디오게네스 철학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자유(eleutheria)이다. 그가 추구했던 모든 것, 즉 자연으로의 회귀, 금욕적 훈련, 뻔뻔함과 독설은 모두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있었다. 그에게 행복은 곧 자유였고, 부자유는 곧 불행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두 가지 차원을 갖는다.

개처럼 자유롭게 살고 있는 디오게네스

 

첫 번째는 ‘내면의 자유’다. 이는 욕망, 두려움,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언가를 원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돈, 더 높은 명예, 다른 사람의 사랑을 원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얻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고, 그것을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며, 그것을 가진 다른 사람을 질투한다. 욕망은 우리 마음에 족쇄를 채우는 교활한 주인이다. 디오게네스는 이 족쇄를 끊어버리기 위해 욕망 자체를 최소화했다. 그가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는 훈련을 했던 것은, 어떤 외부 조건에도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그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려 했던 것은 잃어버릴 것이 없는 사람은 두려워할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의 만남은 이 내면의 자유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알렉산드로스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지만, 여전히 더 많은 것을 정복하려는 욕망의 노예였다. 반면 디오게네스는 아무것도 갖지 않았기에,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그를 유혹하거나 위협할 수 없었다. 햇볕 한 줌 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 앞에서, 온 세상을 가진 정복자는 오히려 초라해 보일 뿐이었다. 이처럼 외부 세계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을 통해 얻어지는 마음의 평정, 이것이 디오게네스가 말하는 행복의 첫 번째 모습이다.

두 번째는 ‘외면의 자유’다. 이는 사회적 관습, 타인의 시선, 여론의 압박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자유를 의미한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진짜 생각과 감정을 숨기는가?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통념에 억압되어,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삶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디오게네스는 이 모든 위선적인 껍데기를 벗어던졌다.

극장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디오게네스


그가 시장 한복판에서 무화과를 먹고, 극장에서 소란을 피우고, 사람들의 면전에서 독설을 퍼부었던 것은, 그가 타인의 평가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그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감옥에서 스스로 탈출했다. 오직 자기 자신의 이성과 양심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였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그에게 엄청난 해방감을 주었을 것이다. 가면을 쓰고 연기할 필요가 없는 삶, 모든 순간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 이것이 디오게네스가 추구했던 행복의 두 번째 모습이다.

 

덜수록 충만하는 삶

결국 디오게네스가 말하는 행복은 ‘비움’의 철학이다.  우리의 영혼을 짓누르는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덜어낼 때, 비로소 그 빈자리에 진짜 행복이 깃든다는 역설이다. 그는 행복을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듯하다. “너의 삶을 무겁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많은 명품을 향한 욕망이 너를 짓누르고 있지 않은가?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에 짓눌려 단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디오게네스는 이 모든 것을 쓰레기라고 불렀다.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더 많은 쓰레기를 끌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그 쓰레기들을 내다 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술통은 불필요한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 즉 완전한 자유와 자족의 상태를 상징하는 충만한 공간이다. 그 텅 빈 술통 안에서, 디오게네스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넓은 우주를 품고 있었다. 그의 행복은  맑고 고요한 호수와 같은 평온함(tranquility)이다. 외부의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고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기에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 이것이 바로 개 같은 삶을 살았던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온몸으로 증명해 보인, 통 속의 행복이었다. 그의 메시지는 시간을 뛰어넘어, 과잉의 시대에 결핍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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