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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마음과 관계 속의 행복

[심리학 여행 제4편] 에빙하우스 심리학의 핵심 : 망각 곡선의 탄생

by 행복 리부트 2026. 5. 31.

안녕하세요? 저는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 1850~1909)입니다. 제 심리학의 진정한 위대함은 철학적 관념이었던 기억을 측정이 가능하도록 숫자로 바꿔놓았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제 점심에 무엇을 드셨습니까? 일주일 전에는요?  여러분은 이러한 질문을 받게 되면 당황하시겠죠.

과거의 학자들은 그저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희미해진다라고 뭉뚱그려 말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인 제게 그따위 애매한 설명은 의미가 없었죠. 정확히 몇 분 뒤에 얼마나 많은 양을 잊어버리는 것인지 처럼, 저는 정확하며 수학적인 답을 원했습니다.

무의미 철자: 순수한 기억을 발굴하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제가 발명한 최고의 도구가 바로 무의미 철자(Nonsense syllables)입니다. 자음-모음-자음(CVC)의 순서로 이루어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들입니다. 예를 들면 'DAX', 'BOK', 'YAT' 같은 것들입니다.

 

왜 하필 뜻도 없는 단어를 외웠을까요? 만약 APPLE(사과)이나 LOVE(사랑)라는 단어로 실험했다면 실험이 오염될 가는성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미 사과의 맛과 사랑의 감정을 알고 있습니다. 기존의 경험과 연상 작용이 기억을 도와주어 실험 결과가 오염될 수 있습니다.

 

저는 뇌가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순수하게 새로운 정보를 얼마나 기억하는지, 그런 날것의 기억력만을 측정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300개의 뜻 없는 단어들을 만들고, 매일 똑같은 속도로 외우는 지독한 훈련을 반복한 것입니다.

잔인한 진실: 망각 곡선의 탄생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  유명한 망각 곡선(Forgetting Curve)입니다.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인간의 뇌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무자비하게 기억을 지워버렸습니다.

 

무의미 철자를 완벽하게 외운 직후부터 초시계를 눌렀습니다. 단 20분이 지나자 제 기억의 무려 42%가 사라졌습니다. 1시간이 지나자 56%가 머릿속에서 증발했습니다. 절반 이상을 잊은 것입니다. 하루가 지나자 66%를 잊었고, 한 달이 지나자 79%를 잊어버렸습니다.

망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습 직후 초반에 마치 절벽에서 떨어지듯 수직으로 급격하게 일어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워지는 속도가 완만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냉혹한 과학적 진실입니다.

절약법: 뇌는 흔적을 남긴다

이토록 빨리 잊어버린다면, 공부나 암기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다행히 저는 아주 희망적인 두 번째 발견을 했습니다. 바로 절약법(Savings Method)입니다.

 

저는 완벽하게 잊어버린 듯한 무의미 철자 목록을 며칠 뒤에 다시 처음부터 외워보았습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처음 외울 때 10번을 읽어야 했다면, 다시 외울 때는 5번만 읽어도 완벽하게 외워졌습니다. 시간과 노력이 절반으로 절약된 것입니다.

우리가 학창 시절 외웠던 수학 공식이나 외국어 단어를 지금은 다 까먹은 것 같아도, 막상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훨씬 빠르게 습득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지우는 것 같아도, 무의식 깊은 곳에 반드시 희미한 기억의 흔적을 남겨둡니다.

벼락치기의 종말: 분산 학습 효과

마지막으로 저는 어떻게 해야 잊어버리지 않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았습니다. 바로 분산 학습 효과(Spacing Effect)입니다. 시험 전날 밤을 새워 벼락치기를 해보셨을 겁니다.

 

다음 날 시험은 어찌 어찌 치르지만 며칠 뒤면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집니다. 제 실험 데이터는 명징하게 증명하죠. 하루에 10시간을 몰아서 공부(집중 학습)하는 것보다, 하루에 1시간씩 10일 동안 나누어서 공부(분산 학습)하는 것이 훨씬 오랫 동안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요.

망각 곡선이 아래로 떨어지려 할 때쯤, 다시 복습을 하면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바뀌게 됩니다. 반복과 분산, 이것이 기억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입니다. 

 

제 이전의 기억은 철학자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연구 이후의 기억은 과학자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저의 기억연구는 심리학이 철학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실험실로 들어가는 획기적인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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