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영국의 통계학자이자, 인간의 다름을 과학으로 증명한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 1822~1911)입니다. 저는 1822년에 영국 버밍엄 근교에서 태어났습니다.

저희 집안은 영국의 유명한 퀘이커교(Quaker) 가문이었습니다. 퀘이커교란 복잡한 형식 없이 평등과 내면의 빛을 중시하는 개신교의 한 교파입니다. 이들은 근면과 성실을 강조하여 상업과 금융업에서 크게 성공한 부자들이 많았습니다. 제 아버지 사뮤엘 골턴 역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은행가이자 무기 제조업체 사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종사촌 형이 진화론을 쓴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입니다. 핏줄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어릴 적부터 흔히 말하는 신동이었습니다. 생후 18개월에 글자를 읽었고, 5살에는 라틴어를 읽고 복잡한 수학을 풀었습니다. 제 머릿속은 온통 세상의 비밀을 캐내고 싶은 호기심으로 가득했습니다.

의사의 길을 포기한 백수, 탐험가가 되다
아버지는 제가 훌륭한 의사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과 케임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에서 의학과 수학을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피가 튀고 비명이 난무하는 19세기의 수술실은 제게 끔찍한 지옥이었습니다. 저는 학업 스트레스로 심각한 신경쇠약에 시달렸고 결국 의학을 포기했습니다.
그 무렵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제게 평생 일하지 않아도 될 막대한 유산을 남겨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특별히 소속된 직장이나 직업이 없는 돈 많은 백수, 즉 독립 학자(Gentleman Scientist)였습니다.

얽매일 곳이 없었던 저는 훌쩍 영국을 떠나 미지의 땅 아프리카 남서부(현재의 나미비아)를 탐험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지도를 그리고 원주민들의 풍습을 꼼꼼히 측정하여 기록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공로로 영국 왕립지리학회로부터 금메달을 받으며 탐험가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미인 지도를 그린 측정광(狂)
탐험에서 돌아온 저는 런던 사교계의 명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평범한 신사가 아니었습니다. 제 인생을 지배한 병적인 집착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측정(Measurement)입니다. 저는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제게는 재미있는 일화가 아주 많습니다. 저는 영국 전역을 돌며 지역별 여성들의 미모를 몰래 수치화하여 미인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주머니 속에 십자 모양의 종이와 바늘을 숨겨두고, 예쁜 여성을 보면 바늘로 종이 위쪽을, 못생긴 여성을 보면 아래쪽을 찔러 통계를 내는 식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통계의 결과, 런던 여성이 가장 예뻤고 애버딘 지역의 여성이 가장 순위가 낮았습니다. 학술 회의에 참석해서는 강연이 얼마나 지루한지를 증명하기 위해, 청중들이 몸을 뒤척이며 의자가 삐걱거리는 횟수를 측정하기도 했습니다. 매일의 날씨 데이터를 모아 세계 최초로 일기도(Weather map)를 고안한 것도 저였습니다.

당대의 칭송과 사후의 오욕
저는 1859년에 발간된 사촌 형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고 전율했습니다. 동물이 진화한다면 인간의 천재성도 유전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죠.
저는 1869년 <유전적 천재, Hereditary Genius>라는 책을 써서 천재성은 철저히 유전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우수한 유전자를 남겨 인류를 개량하자는 우생학(Eugenics)을 창시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생전에 저를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당대의 영국인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숫자로 설명해 내는 저를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버금가는 천재이자 위대한 과학자라며 열렬히 칭송했습니다. 1909년 영국 왕실은 제게 기사 작위(Sir)를 내렸습니다. 저는 1911년 89세로 영광 속에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죽음 이후에 제가 만든 우생학은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하고 장애인들을 핍박하는 가장 끔찍한 인종차별의 도구로 악용되었습니다. 저의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이 인류 최악의 범죄에 논리를 제공한 셈입니다.

이 때문에 심리학계에서는 제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껄끄러워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쓰는 지문 감식법, 여론조사, 각종 심리검사는 모두 저의 측정 실험에서 시작된 위대한 유산임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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