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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철학자와 행복

범신론 스피노자의 삶과 시대상(1)

by 행복 리부트 2026. 3. 11.

17세기 유럽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였습니다. 한편에서는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종교적 갈등과 절대주의 왕정의 억압이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죠. 사람들은 조금씩 낡은 권위와 관습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혼란한 시기인 163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대계 가정에서 바뤼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1677)가 태어납니다. 스피노자는 어려서부터 총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유대교의 엄격한 율법과 낡은 교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성경을 문자대로 맹신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진짜 의미를 이성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가혹한 형벌, 헤렘을 받다

스피노자의 자유로운 생각은 꽉 막힌 유대 공동체와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는 신은 저 하늘에 있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거대한 자연 그 자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이 말은 끔찍한 신성모독이었습니다. 결국 1656년, 24세의 젊은 스피노자는 유대 공동체로부터 헤렘(Herem)이라는 무시무시한 파문 선고를 받습니다. 헤렘은 종교적 추방에 그치는 형벌이 아닙니다. 가족은 물론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고, 곁에 다가갈 수도 없는 완전한 사회적 매장과 고립을 뜻하는 가혹한 형벌입니다.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듯한 이 끔찍한 고립 속에서, 일반인이라면 절망에 빠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달랐습니다. 그는 이러한 단절을 사유의 해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얽매일 공동체가 사라지자 오히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명예로운 교수직을 걷어차다

공동체에서 쫓겨난 스피노자는 생계를 위해 유리 렌즈를 깎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먼지를 마시며 렌즈를 다듬고 밤에는 별빛 아래서 철학을 연구했습니다. 그의 철학적 명성이 점차 유럽 전역에 퍼지자, 1673년 독일의 명문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그에게 철학 교수직을 제안합니다. 안정적인 수입과 명예를 얻을 절호의 기회였죠. 하지만 대학 측은 한 가지 조건을 달았습니다. 기존의 종교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철학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피노자의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유의 자유를 제약받는다면, 저는 차라리 렌즈를 깎으며 가난하게 살겠습니다." 그는 부와 명예 대신에 가난하지만 떳떳한 진리의 탐구자로 남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경건한 무신론자

스피노자의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범신론(Pantheism)입니다. 범신론이란 우주 만물과 자연의 모든 법칙이 곧 신이라고 믿는 철학입니다. 즉, 신과 자연을 하나로 보는 것이죠. 그에게 신은 인간의 기도를 듣고 벌을 내리는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우주를 움직이는 흔들림 없는 법칙과 이성이 바로 신이었습니다. 따라서 스피노자에게 세상과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는 것은 곧 신을 아는 것이자 사랑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이단아 혹은 무신론자라고 비난했지만, 훗날 사람들은 우주와 자연에 대한 그의 순수한 사랑을 기리며 그를 경건한 무신론자라고 불렀습니다.

이해를 통한 진정한 기쁨

스피노자는 감정과 이성, 자유와 필연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우리가 겪는 슬픔과 고통의 많은 부분은 세상의 법칙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온다고 믿었습니다. 반대로, 이성을 통해 세상과 자연의 이치를 깊이 이해할 때 인간은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기쁨을 얻을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렌즈를 깎으며 우주의 비밀을 들여다보았던 철학자의 사유가 지금도 우리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깜짝 퀴즈입니다~~^^

본문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누구나 맞힐 수 있는 퀴즈입니다! 댓글로 정답을 남겨주세요. 

Q1. 젊은 시절 스피노자가 자신의 철학적 신념을 굽히지 않자 유대 공동체는 그에게 가족은 물론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는 가혹한 파문 선고를 내렸습니다.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듯한 이 형벌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힌트: ㅎㄹ)

Q2. 공동체에서 쫓겨난 스피노자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낮에는 먼지를 마시며 이 일을 하고 밤에는 철학을 연구했습니다. 화려한 교수직 제안도 거절하게 만든 그의 직업은 무엇이었을까요? (힌트: ㅇㄹ ㄹㅈ 세공)

다음 글은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입니다.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그의 철학을 만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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