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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아보하'의 행복

학자의 행복론, 서은국

by 행복 리부트 2026. 2. 20.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삶의 최종 목적지는 행복이고 우리는 그 고귀한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찬물을 끼얹는 심리학자가 있습니다.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입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고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 서은국 교수의 행복론을 그의 저서 <행복의 기원, 2014> 을 통해, 그의 차갑고도 현실적인 행복론을 들여다봅니다.

 

인간은 완전한 동물이다

서은국 교수의 행복론은 인간은 동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고상한 지성인이기 전에 수백만 년간 험난한 야생에서 살아남은 생존 기계의 후손입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까요? 생명체의 지상 과제는 딱 두 가지입니다. 생존과 번식입니다. 우리의 뇌는 오로지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진화했습니다.

그렇다면 행복감의 대표적 감정인 쾌감은 무엇일까요? 뇌가 우리에게 주는 생존 신호이자 보상입니다. 배가 고픕니다. 사냥을 해서 고기를 먹습니다. 이때 뇌는 쾌감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그래야 또 사냥을 하고 밥을 먹을 테니까요. 이성을 만납니다. 설레고 좋습니다. 그래야 짝짓기를 하고 유전자를 남길 테니까요. , 행복은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당근일 뿐입니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사탕을 얻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하는 셈입니다.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많은 사람이 착각합니다. 복권에 당첨되면 평생 행복할 것으로요. 대부분의 사람은 승진만 하면 여한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은국 교수는 고개를 가로 젓습니다. 우리는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쾌감도 3개월을 넘기지 못합니다. 승진의 기쁨은 며칠 안 가고 새 차의 냄새도 곧 익숙해집니다.

왜 그럴까요? 이것도 생존 때문입니다.원시인이 사냥에 성공해서 기분이 너무 좋아 몇 달 동안 춤만 추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굶어 죽거나 맹수에게 잡아 먹힙니다. 그래서 뇌는 쾌감을 금방 초기화시킵니다. 뇌는 이제 그만 좋아하고 빨리 나가서 또 사냥하라고 사람의  등을 떠미는 것이죠.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같습니다. 입에 넣는 순간은 달콤하지만 반드시 녹아 없어집니다. 모든 기쁨은 사라집니다. 이것이 팩트입니다. 그러니 영원한 쾌감을 꿈꾸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를 좇는 것과 같습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

행복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없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녹기 전에 또 먹으면 됩니다. 자주 먹어야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은 유지됩니다. 서은국 교수의 행복론 중 가장 유명한 명제가 여기서 나옵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Intensity)가 아니라 빈도(Frequency)라는 것이죠.

어쩌다 한 번 터지는 로또 같은 행복도 우리를 오랫동안 행복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부자의 생활에 금방 적응해 버리니까요. 대신 매일 매일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이 훨씬 낫습니다. 아침에 마시는 맛있는 커피, 점심 산책, 퇴근길에 듣는 좋아하는 음악, 자기 전에 읽는 웹툰 한 편이 주는 행복감을 자주 느끼는 것입니다.

서교수의 주장은 명쾌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잘한 즐거움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상태가 바로 행복한 삶입니다. 큰 한 방을 노리며 오늘을 희생하지 마십시오. 오늘의 소소한 즐거움을 즐기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

결국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뇌는 언제 가장 강력한 행복 신호를 보낼까요? 인간은 뼛속까지 사회적 동물입니다.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던 원시 인류에게 고립은 곧 죽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뇌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큰 안정감과 쾌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반대로 외로움은 생존을 위협하는 고통 신호입니다.

서은국 교수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증명합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도 명예가 높은 사람도 아니며, 사회적 관계가 풍성한 사람입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자극의 양이 다를 뿐 사람을 싫어하는 인간은 없습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동굴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밥 먹기

결론을 내려봅니다. 행복은 생존 도구입니다.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과 사람입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무엇이 될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이것이 서은국 교수가 말하는 행복의 원시적이고도 완벽한 모습입니다. 이 장면을 위해 우리는 돈을 벌고, 공부를 하고, 승진을 하려 하는지도 모릅니다. 퇴근길, 마음 맞는 친구나 가족과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혹은 맛있는 파스타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순간, 뇌에서는 최고의 행복 전구가 켜집니다.

 

행복 리부트의 시선

서은국 교수의 이론은 다소 허무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고작 밥 먹고 살려고 태어났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교수의 행복론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서교수의 행복론은 우리의 사고를 자유롭게 합니다. 우리는 늘 행복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 왔습니다. 행복하려면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큰 성공을 거둬야 하고, 삶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죠. 그래서 정작 오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성공한 뒤로 미루었습니다.

서은국 교수는 말합니다. 행복 그거 별거 아니다. 그냥 뇌에서 터지는 쾌감이다. 아끼지 말고 자주 써라. 그럴듯한 행복의 가치를 찾느라 머리 싸매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저녁, 누구랑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것이 행복의 정점입니다. , 오늘 여러분의 행복 빈도를 채워줄 아이스크림은 무엇입니까?

다음 편을 예고드립니다. 2은 서울대 최인철 교수의 행복론입니다. 그는 서교수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는 듯 합니다. 우리는  밥만 먹고 살 순 없다. <굿 라이프, 2018> 를 위하는 삶이 행복이다. 최교수가 주장하는 쾌락을 넘어선 품격 있는 행복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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