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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아보하'의 행복

나의 유일한 플렉스, 통장 잔고

by 행복 리부트 2025. 11. 8.

 나는 20대 후반에 평범한 K-직장인 5년차다. 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별건 아니다. 그냥, 돈 모으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은 차에 미친다. 어떤 사람은 옷에 월급을 쏟아붓는다. 나는 다르다. 돈 모으는 재미에 미쳐있다. 내 유일한 취미이자 가장 큰 행복은 바로 모바일 뱅킹 앱을 켜는 순간이다. 매일 통장 잔고를 본다. 예금액이 나를 버티게 하는 행복의 원천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나의 모습, 제미나이

마이너스 인생

나는 평범한 집안의 아들이다. 부모님은 성실하시다. 하지만 우리 집은 부자가 아니다. 대학 등록금을 내달라고 할 형편은 아니었다. 아니, 내 마음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아빠, 엄마. 등록금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그렇게 나는 빚으로 학교을 다녔다. 학자금을 대출받았다. 대학 시작부터 마이너스 인생이었다. 캠퍼스의 낭만, 그런 건 별로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아르바이트를 갔다. 편의점 야간, 주말에는 카페 마감, 남들 술 마실 때 나는 바코드를 찍었다. 재학중에 군대를 다녀왔다. 여전히 통장엔 학자금 대출 이자만 빠져나갔다.

 

직장인 5년, 그리고 짠테크

취직을 했다. 정말 기뻤다. 첫 월급날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하지만 내 돈이 아니었다. 적지 않은 돈은 학자금 대출 상환으로 빠져나갔다. 나는 독하게 마음먹었다. 이 지긋지긋한 마이너스부터 끝내자. 나는 소비를 줄였다. 아니 거의 안 했다. 점심은 무조건 구내식당이고 저녁 약속은 웬만하면 잡지 않았다. 커피는 믹스커피가 최고다. 아니 정말로 난 믹스커피가 제일 맛있다. 친구들이 하나둘 차를 샀다. 부러웠다. 왜 안 부러웠겠나. 하지만 나는 내비게이션 대신 뱅킹 앱을 봤다. 차량 할부금 나갈 돈으로 대출 원금을 갚았다. 매달, 대출 잔액이 줄어드는 것을 보는 쾌감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3년 차, 드디어 그날이 왔다. 학자금 대출 완납, 모바일 뱅킹 앱에 찍힌 잔액 0원의 기쁨, 그제서야 진짜 사회인이 된 기분이었다.

모바일로 예금액을 확인하고 기뻐하는 모습, 제미나이

통장에 쌓이는 행복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었다. 대출금으로 나가던 돈이 고스란히 저축으로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적금을 3개로 쪼갰다. 하나는 주택청약, 하나는 비상금, 하나는 순수 저축. 나는 월급날이 가장 행복하다. 정해진 금액이 각 통장으로 흩어지는 순간은 마치 게임 퀘스트를 완료한 기분이다. 친구들은 묻는다. "넌 그렇게 살면 무슨 재미로 살아?" 재미? 이게 내 재미다. 모바일 뱅킹 앱을 켠다. 앞자리가 바뀌는 순간을 본다. 천만 원, 이천만 원, 오천만 원. 숫자가 쌓일수록 행복감은 높아진다. 이건 그냥 돈이 아니다.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자유(물론 그러진 않겠지만),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을 자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잠재워주는 가장 확실한 안정제다. 나는 아직 차가 없다. 여전히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친구들의 새 차를 얻어 탈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 통장 잔고가 더 좋다. 그들은 감가상각을 걱정하지만, 나는 이자 수익을 기대한다. 행복감은 내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종잣돈, 그리고 고민

그렇게 5년, 제법 종잣돈이 모였다. 정말 뿌듯하다.  내가 기특하다.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이 돈을, 이 피 같은  종잣돈을 어떻게 불릴까. 요즘 세상은 저축만 하면 바보가 된다. 물가는 오르는데 은행 이자는 그걸 못 따라간다.  그렇다. 재투자를 해야 한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가 온 거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고민은 부동산 투자이다(영끌의 유혹). 결국 대한민국은 부동산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내 종잣돈으로 서울은 어림도 없다. 경기도 외곽이라도 봐야 하나? 또다시 대출을 받아야 한다. 학자금 대출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큰 단위의 빚을 져야 한다.  영끌해서 집을 샀다가 금리가 오르면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다시 빚의 노예로 돌아가는 것 같아 두렵다. 두 번째 고민은 주식투자이다(공포와 희망 사이). 가장 쉬운 접근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 미국 주식?  다들 그걸로 돈 벌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에 주식 뛰어들었던 내 친구, 아직도 마이너스 30%다. 아끼고 아껴서 이 돈을 모았다.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될까 봐 무섭다. 피 같은 돈이 하룻밤에 사라질 수도 있다. 멘탈이 그걸 견딜 수 있을까. 세 번째 고민은 그냥... 예금?(안전한 바보). 가장 마음 편한 길이다. 파킹 통장에 넣어두거나, 안전한 예금, 혹은 채권 ETF 같은 것들을 말한다. 적어도 원금은 지킨다. 하지만 이건 재투자가 아니다. 그냥 보관이다.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돈 버는 행복감을 느끼고 싶은데 이건 그냥 현상 유지다.

재투자를 고민하는 나의 모습, 제미나이

그래도 이런 고민이 좋다

요즘 나는 퇴근 후에 책을 본다. 경제 유튜브를 달고 산다. 부동산, 주식, ETF에 관심이 많다. 알아볼수록 더 모르겠다. 하지만  고민을 하는 지금이 좋다. 5년 전에는 대출금을 어떻게 갚을까만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재투자를 고민한다. 돈을 모아본 사람만 할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이다. 당분간 차를 사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뱅킹 앱을 보며 행복해할 것이다. 나의 행복은 돈을 불리는 데 있다. 오늘도 나는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내일의 재투자를 고민하며 잠자리에 든다.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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