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우리는 서은국 교수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행복은 생존을 위한 아이스크림(쾌락)이라는 것을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맛있는 것 먹고, 따뜻한 데서 자면 정말 인간은 완벽하게 행복할까요? 물론 행복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배부른 돼지가 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복잡한 존재입니다. 때로는 힘든 줄 알면서도 남을 돕고, 고통스러울 것을 알면서도 꿈을 향해 밤을 샙니다.

단순한 쾌락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행동들을 우리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 최인철 교수는 행복은 순간의 기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주장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균형 잡힌 행복론, <굿 라이프, Good Life, 2018> 를 소개합니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오해
우리는 흔히 행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입이 귀에 걸리게 웃고 있는 표정이나 아무 근심 없는 편안한 상태를 떠올립니다. 그래서 조금만 우울하거나 진지해지면 나는 행복하지 않다라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인철 교수는 이 지점을 지적합니다. 행복(Happiness) 이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소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행복 대신 굿 라이프(Good Life), 즉 좋은 삶이라는 표현을 제안합니다. 좋은 삶은 늘 히히낙락거리는 삶이 아닙니다. 때로는 비장하고, 때로는 진지하며,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가는 삶까지 포괄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즐거움도 행복이지만, 아이를 키우며 겪는 고됨 뒤의 뿌듯함도 행복입니다. 전자만 좇는다면 우리는 쾌락주의자가 되고 후자만 좇는다면 고행자가 됩니다.

재미와 의미, 행복의 두 날개
최인철 교수는 행복을 재미(Pleasure)와 의미(Meaning)의 조합으로 정의합니다. 이를 4분면으로 나누어 보면 우리의 상태가 명확해집니다. 먼저 재미 O, 의미 O (최상의 행복),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는 상태입니다. 여행, 취미 활동,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가 여기에 속합니다. 다음은 재미 O, 의미 X (쾌락적 행복), 넷플릭스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입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다음은 재미 X, 의미 O (의미 있는 행복), 야근, 육아, 공부, 봉사활동 등이 해당합니다. 당장은 힘들고 재미없지만,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입니다. 마지막으로 재미 X, 의미 X (불행), 억지로 하는 일, 무의미한 감정 소모입니다.

최인철 교수의 해법은 간단하고 명쾌합니다. 재미와 의미의 균형을 맞추어라는 것입니다. 재미와 의미가 균형있는 삶이 곧 행복이며 좋은 삶(Good Life) 이란 것이죠. 사는 게 너무 허무하다면 의미 있는 일을 추가해야 하고, 사는 게 너무 빡빡하고 재미없다면 의도적으로 재미를 수혈해야 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이 굿 라이프입니다.

행복한 사람의 비밀 병기, 프레임
같은 상황에서도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은 반응이 다릅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 프레임 (Frame) 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인철 교수의 베스트셀러 <프레임, 2007>에 나오는 유명한 비유가 있습니다. 청소부에게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A는 "지저분한 거리를 치우고 있소" 라고 말하죠, 그는 불행한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B는 "나는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소" 라고 답합니다. 그는 행복한 프레임으로 자신의 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상황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해석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행복한 사람들의 프레임 특징
행복한 사람들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습니다. 남이 얼마를 버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집중합니다. 그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합니다. 돈으로 명품 가방(소유)을 사는 것보다, 여행이나 콘서트(경험)를 사는 데 씁니다. 소유물은 시간이 지나면 낡아 지지만, 경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 보정까지 더해져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그들은 돈보다 시간을 아낍니다. 싼 주유소를 찾아 30분을 돌아다니는 대신에 가족과 독서를 하거나 사람과 대화하는 쪽을 택합니다.

관계의 품격, 누구와 함께 있는가
서은국 교수가 좋아하는 사람과 밥 먹기를 생존 본능으로 설명했다면, 최인철 교수는 이를 삶의 질 차원으로 설명합니다. 그의 연구팀이 한국인의 행복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여행과 수다였습니다. 반대로 가장 불행한 순간은? 회식과 업무 미팅이었습니다.

똑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갈립니다. 최인철 교수는 조언합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당신의 주변을 좋은 사람으로 채우라는 것이죠. 나를 존중해주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내 인생의 행복 총량입니다. 반대로 만날 때마다 기를 빨아가고 자존감을 깎는 사람이라면, 과감히 거리를 두는 것이 굿 라이프를 위한 결단입니다.

실천 팁, 행복은 아이템 빨이다
최인철 교수의 조언은 매우 실용적입니다. 마음만 닦지 말고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고 합니다. 경험을 구매하십시오. 우울할 때 쇼핑을 한다면 옷보다는 티켓(공연, 여행, 강연)을 사십시오. 이야깃거리가 남는 소비가 행복 소비입니다. 공간을 정리하십시오. 굿 라이프는 정돈된 삶에서 나옵니다. 주변이 산만하면 마음도 산만해집니다. 감사 메모를 하십시오. 거창한 감사가 아닙니다. 오늘 버스 바로 탔다, 커피가 맛있었다 같은 사소한 기록들이 뇌의 프레임을 긍정적으로 바꿉니다.

행복리부트의 시선
서은국 교수가 우리에게 삶에서 솔직해지라고 했다면, 최인철 교수는 우아해지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쾌락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인간 고유의 허기가 있습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지요. 최인철 교수의 행복론은 이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지금 당장 조금 힘들어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땀 흘리고 있는 그 일이 가족을 위한 것이든, 꿈을 위한 것이든 의미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최인철 교수는 재미있게 놀되 의미를 잃지 않는 것, 본능에 충실하되 품격을 잃지 않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어려운 균형 잡기를 해낼 때 우리는 비로소 품격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자, 이제 행복의 기초인 본능과 기둥인 의미를 세웠습니다.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행복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의지박약인 우리에게 아주 구체적인 심리 기술을 알려 줄 학자를 초청하였습니다.

다음 편 예고입니다. 학자의 행복론 제3장, 김경일 교수의 처방을 알아 봅니다. 의지를 믿지 마라, 뇌를 속여라, 다이어트와 행복의 공통점은? 마음먹기로는 절대 성공 못 한다는 그의 주장을 알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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