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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문학 속의 행복

톨스토이 문학 입문과 행복

by 행복 리부트 2025. 10. 21.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1828- 1910)는 러시아의 위대한 소설가이다. 명문 백작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을 부유하게 보낸다. 톨스토이는 대학을 중퇴하고 포병 장교로 크림 전쟁에도 참전한다. 이때의 경험이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그린 대표작 <전쟁과 평화>이다.

레프 톨스토이

 

1870년대 후반, 톨스토이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의미에 깊은 회의감에 시달리며,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혼란을 겪는다. 그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예술가에서 사상가로 변모한다.  이후로 톨스토이는 기독교의 본질 탐구에 남은 생을 바친다. 그는 당시의 교회가 예수의 가르침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국가의 폭력, 사유 재산 제도, 교회의 권위까지 모두 부정한다. 결국 그는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파문(1901)된다.

 

말년의 톨스토이는 자신의 사상을 삶으로 실천한다. 이런 삶을 그의 아내 소피야(Sofya)와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82세(1910)의 톨스토이는 모든 것을 버리고 가출한다. 그리고 얼마 뒤, 아스타포보(Astapovo)라는 작은 시골 기차역 역장 관사에서 폐렴으로 생을 마감한다. 톨스토이는 평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에 천착(穿鑿)한다. 그의 삶과 문학은 이 물음에 관한 탐구 과정이다. 필자는 지금부터 톨스토이가 안내하는 행복의 길로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한다. 이번 회기는 톨스토이 문학에 담긴 행복 여정의 초대장이다. 

청년 시절 톨스토이는 모스크바(Moscow)와 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의 사교계에 깊은 환멸을 느낀다. 그는 이들로부터 도피하고자 군에 입대한다. 그리고 머나먼 캅카스(Caucasus)로 떠난다. 당시 캅카스는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적인 자연 지대였다. 톨스토이는 캅카스의 대자연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연회를 즐기는 코사크 사람들

 

이 시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 바로 <코사크 사람들, The Cossacks, 1863>이다. 주인공 올레닌(Olenin)은 젊은 귀족 장교이다. 그는 도시의 허무한 삶을 뒤로하고 캅카스로 온다. 그곳에서 순수한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캅카스 사람들에게 매료된다. 그는 아름다운 카자흐 처녀 마리안카(Maryanka)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믿음은 더욱 굳어진다. 하지만 올레닌은 문명 세계에서 온 이방인이다. 캅카스 삶은 동경일 뿐이다. 결국 그는 사랑도, 사람들과도, 자연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쓸쓸히 캅카스를 떠난다. 캅카스 이후, 톨스토이는 안정된 가정을 꾸린다. 그는 영지인 야스나야 폴랴나(Yasnaya Polya na)에서 직접 농지를 경작하고, 아이들을 교육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이 시기에 그의 관심은 개인의 내면을 넘어 가족 공동체와 민족, 역사로 확장된다. 이러한 탐구의 결실이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1869)>이다. 

 

이 소설의 시작은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이다. 주인공의 한 명인 피에르 베주호프(Pierre Bezukhov)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사생아 귀족이다. 그는 행복을 찾아 사교계에 빠져보기도 하고, 신비주의적 단체인 프리메이슨(Freemasonry)에 가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쾌감은커녕 허무하기만 하다.

전쟁과 평화, 러시아를 침공 중인 프랑스


그가 느낀 진정한 행복의 순간은 역설적이지만 모든 것을 잃었을 때다. 그는 전쟁터에서 포로로 잡혀 죽음의 문턱에 선다. 그곳에서 이름 없는 농민 병사 플라톤 카라타예프(Platon Karata yev)를 만난다. 그를 통해 꾸밈없고 단순한 삶에 깃든 진리를 깨닫는다. 

결국 피에르는 오랜 시간 친구처럼 곁을 지켜주던 나타샤 로스토바(Natasha Rostova)와 가정을 이룬다. 그는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평범한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행복이란 영웅적인 행위나 위대한 사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는 가족과 함께 소박하게 살고, 역사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벌들 같은 삶(Swarm-life)’에 행복이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삶이 톨스토이가 이룬 가장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행복의 전형(典型)이다. 

 

<전쟁과 평화>를 통해 가족과의 행복에 눈을 뜬 톨스토이는 그 행복의 이면을 파고든다. 만약 사회가 약속한 행복의 틀 안에서 만족할 수 없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사회의 틀을 벗어난 사랑도 과연 행복할까?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1877 >이다. 이 소설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사랑 이야기가 축이다. 한 축은 주인공 안나(Anna)의 이야기다. 그녀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남편과 아들이 있는 귀부인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장교 브론스키(Vronsky)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안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택한다. 하지만 그녀는 사교계의 냉대와 브론스키의 사랑마저 점차 식어가자 죽음을 선택한다.

안나카레니나, 역에서 운명적으로 만나는 안나와 브론스키

 

다른 한 축은 레빈(Konstantin  Levin)의 이야기다. 그는 톨스토이 분신이다. 레빈은 시골에서 농지를 개혁하고 키티(Kitty)와 결혼하며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다. 그는 <전쟁과 평화>의 피에르처럼 가족과의 삶에서 행복을 찾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왜 사는가?’ 라는 실존적 질문에 괴로워한다. 레빈은 끊임없이 신과 삶의 의미를 찾아 고뇌한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열정적 사랑에 기반한 삶이 행복이 아님을 보여준다. 동시에 안정적인 가정의 행복조차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그의 행복론은 세속적인 차원에서 영적인 차원으로 넘어간다.

 

이러한 사상이 가장 압축적으로 담긴 작품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The Death of Ivan Ilyich, 1886)>이다. 주인공 이반은 성공한 판사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 완벽하도록 바른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좋은 집에서 높은 지위를 유지하며,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삶이 행복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반은 불치병에 걸려 죽음을 마주하게 되자, 자신이 살아 온 삶이 온통 위선이었음을 깨닫는다.가족들의 무관심 속에서 고통받던 그에게 유일한 위안은 하인 게라심(Gerasim)의 보살핌이다. 게라심은 순수한 동정심으로, 아무런 대가 없이 죽어가는 주인을 돌본다. 죽기 직전, 그는 자신을 얽매던 이기심에서 벗어나 가족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 순간 그의 육체적 고통은 사라지고, 죽음의 공포 대신 평온함이 찾아온다.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는 소나타와 속죄하는 네흘류도프

 

톨스토이는 이 소설에서 세속적인 행복의 허망함을 고발한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은 이기심을 버리고 타인과 함께하는 이타심에 있다고 말한다. 이 사상은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 <부활(Res urrection, 1899)>에서 주인공 네흘류도프(Nekhlyudov)의 속죄와 구원의 여정을 통해 더욱 구체화 된다. 부활은 한 귀족이 과거 자신의 과오로 타락한 삶을 살게 된 여인의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그녀를 구원하며 영적인 부활에 이르는 이야기다. 이처럼 톨스토이에게 행복은 평생에 걸친 탐구의 대상이었다. 세계적인 대문호가 바라보고 경험한 행복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앞으로 톨스토이의 위대한 작품들을 들여다보며,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하는 행복의 진실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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