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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문학 속의 행복

전쟁과 평화가 알리는 행복

by 행복 리부트 2025. 10. 21.

19세기 초 유럽은 나폴레옹의 시대였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유럽 대륙을 집어삼키고 마침내 러시아를 침략하였다. 이러한 격동의 시대에 톨스토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로 꼽히는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1869>의 첫 문장을 쓰고 있었다. 당시 톨스토이는 크림 전쟁(1853-1856)에서 죽음의 공포와 인간의 잔혹함을 목도(目睹)한 후 화려한 사교계를 떠나 고향 야스나야 폴랴나(Yasnaya Polyana)로 내려갔다. 그는 그곳에서 가정을 꾸리며 땅을 일구고, 농민들과 어울리는 소박한 삶에서 요동치는 자신의 마음을 붙잡으며 소설을 이어 가고 있었다. 산고 끝에 태어난 <전쟁과 평화>는 참혹한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연회

 

소설은 1805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화려한 파티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곳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있다. 그들은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청년 피에르(Pierre Bezukhov), 명예와 영광을 좇아 전쟁터로 향하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귀족 안드레이(Andrei Bolkonsky), 그리고 사랑스럽고 활력이 넘치는 소녀 나타샤(Natasha Rostova)이다.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나폴레옹의 군대가 러시아를 침공하면서 송두리째 무너진다. 

 

안드레이는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군기를 들고 돌격하다가 프랑스군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그는 피를 흘리며 누운 채,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영광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깨닫는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적군도 아군도 아닌 그저 무심하게 흘러가는 구름과 드높은 하늘뿐이었다.

군기를 들고 돌진하는 안드레이

 

피에르는 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자마자 아름답지만 방탕한 여인 엘렌(Helene  Kurag ina)과 결혼하여 파탄에 이르고, 프리메이슨(Freemasonry)이라는 신비주의 단체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는 나폴레옹 신봉자였지만,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하자 그를  증오한다. 그는 나폴레옹을 암살하려는 생각으로 불타는 모스크바에 남지만,  곧 프랑스군에게 잡힌다. 그리고 눈앞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총살당하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다. 그는 그곳에서 귀족으로서의 모든 특권을 박탈당한 채, 굶주림과 혹독한 추위를 겪으며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겪는다.

 

천진난만하던 나타샤도 전쟁의 광풍을 피해 가지 못한다. 그녀는 약혼자 안드레이가 전쟁터에 나간 사이에 매력적인 난봉꾼 아나톨 쿠라긴(Anatol Kuragin)의 유혹에 넘어간다. 그녀는 이 사건으로 안드레이와 파혼하고, 깊은 절망에 빠진다. 한때 노래와 춤으로 모든 이를 행복하게 했던 그녀는 생기를 잃고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프랑스군이 모스크바로 진격해오자, 나타샤의 가족은 모든 재산을 마차에 싣고 피난을 준비한다. 바로 그때,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길가에 즐비하게 누워 신음하는 부상병들이다. 나타샤는 이들의 모습에 몸서리치고, 울부짖으며 부모님께 애원한다. 가족들은 그녀의 간절한 호소에 마차에 가득 실려 있던 가문의 재산을 모두 버리고, 그 자리에 부상병들을 태운다. 운명의 장난처럼 그 마차 행렬에는 치명상을 입고 실려 온 안드레이도 함께 있었다.

피난가는 마차 행렬


톨스토이는 이 소설을 통해, 역사는 황제나 장군 같은 소수의 영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병사들의 용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이 만든 거대한 물줄기라고 주장한다.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사람들은 사랑하고, 빵을 구우며 소소한 기쁨을 나눈다. 소설은 이처럼 거대한 역사와 보잘것없는 개인의 삶을 번갈아 가며, 처참한 환경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소설에서, 톨스토이가 그리는 행복은 위대한 업적이나 심오한 사상, 혹은 부와 명예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 속에 함께 있음을 보여준다.

 

주인공 피에르는 그 답을 찾아 가장 멀고 험한 길을 돌아온 인물이다. 그는 막대한 재산으로도, 프리메이슨이라는 신비주의 단체의 사상으로도, 사회 개혁에 대한 열정으로도 공허한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 그가 진정한 행복의 실마리를 발견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을 잃은 포로수용소이다. 그곳에서 만난 농민 병사 플라톤 (Platon Karataev)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불평 없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주변 사람들을 보살핀다.  그는 썩은 감자를 구워 먹으면서도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작은 강아지를 보살피며 기쁨을 느낀다. 피에르는 그의 모습에서, 행복이란 모든 것을 가졌을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사랑하는 단순한 태도에 있음을 깨닫는다.

나타샤의 품에 안겨 죽어가는 안드레이

 

 

안드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이상과 영광을 원한다. 그는 전쟁터에서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신이 그토록 경멸했던 평범한 일상과 사랑에서 행복의 가치를 깨닫는다. 그는 자신을 간호하는 나타샤의 눈물에서 진정한 사랑과 참회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리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행복은 발견하는 것이다. 어딘가에 존재하는 특별한 무언가를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족과의 사랑, 자연과의 교감, 평온한 일상의 순간들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삶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모스크바에서 피에르와 나타샤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소박한 안정을 누리는 마지막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쟁과 평화>는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을 통해 행복한 삶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나타샤와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피에르

 

 

행복은 미래의 어떤 성취나 과거의 영광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바로 당신이 발 딛고 선 지금, 바로 여기, 삶의 한가운데서 가까이 있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함께 하는 모든 순간에 머무른다. 여기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서도 행복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파랑새를 찾아 머나먼 여정을 떠나지만, 결국 파랑새는 사람들이 떠난 그 집의 새장 안에서 발견된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서 평범한 순간들의 가치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삶 속에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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