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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치유하기/성폭력

성중독 제3회, 성중독의 원인

by 행복 리부트 2026. 1. 30.

성중독성욕이 넘쳐나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성중독은 서서히 우리의 뇌를 잠식해 가며 중독으로 만듭니다. 영화 셰임(Shame, 2011)의 주인공 브랜든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 유능한 뉴욕의 직장인이지만, 그의 일상은 온통 성적인 강박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는 즐거워서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멈출 수 없어서, 멈추면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하는 것입니다.

브랜든은 어린 시절 채워지지 못한 마음의 구멍을 엉뚱한 방식으로 메우려다 벌어지는 비극적인 결과입니다. 3회에서는 애착 이론과 패트릭 칸스(Patrick Carnes) 박사의 모델을 통해, 성중독이 발생하는 심리적·행동적 메커니즘을 알아보겠습니다..

 

 성중독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어떤 이들은 왜 성(Sex, 性)이라는 도구에 그토록 집착하게 될까요? 그 해답은 쾌락이 아닌 상처에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애착 외상(Attachment Trauma, 愛着 外傷)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결국 성중독은 건강한 인간관계로 채워야 할 정서적 허기를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성적 행위라는 불량 방법으로 대신하려다 생기는 부작용입니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그릇: 불안정 애착

어린 시절 주 양육자로부터 일관된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하면, 아이의 내면에는 불안정 애착이 형성됩니다. 이 상처는 성인이 되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성중독의 토양이 됩니다. 불안정 애착은 불안형, 회피형, 혼란형이 있습니다. 

불안형 애착은 늘 누군가에게 버려질까 봐 두려워하는 유형입니다. 이들에게 성관계는 단순히 육체적 쾌락이 아니라, 내가 여전히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존재임을 확인받으려는 몸부림입니다. 상대의 육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다 보니, 더 자극적이고 빈번한 확인을 요구하게 됩니다.

회피형 애착은 타인과 깊은 정서적 교감을 맺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두려워합니다. 이들은 진짜 사람과의 친밀감 대신, 감정적 소모가 없는 대상화된 성에 몰입합니다. 포르노그래피나 익명의 성매매는 이들에게 감정적 상처를 입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한 대피소가 될 수 있습니다.

 

패트릭 칸스 박사의 중독 주기

성중독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패트릭 칸스(Patrick Carnes) 박사는 중독이 특정한 단계를 밟으며 강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를 설득력 있도록 성중독 5단계 주기를 구성해 보았습니다.

1단계는 트리거와 고통입니다. 모든 시작은 불편한 감정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외로움, 거절감, 혹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공허함이 트리거(Trigger, 誘導)가 됩니다. 이때 뇌는 이 고통을 잠재우기 위해 가장 강력한 진통제인 성적 자극을 떠올립니다.

2단계는 몰입과 환상입니다. 일단 트리거가 당겨지면 머릿속은 온통 성적인 생각으로 가득 찹니다. 이를 정신적 시네마라고도 부릅니다. 일상적인 업무나 대화 중에도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성적인 판타지(Fantasy, 幻想)가 상영되며, 현실 세계와의 연결이 끊어지기 시작합니다.

3단계는 의례화입니다. 행동으로 옮기기 전의 준비 단계입니다. 특정 웹사이트를 검색하거나, 특정한 장소로 이동하며, 자신만의 반복적인 루틴을 수행합니다. 놀랍게도 뇌과학적으로는 실제 행위를 할 때보다 이 준비 단계에서 더 많은 도파민(Dopamine)이 분출됩니다.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의 흥분 상태와 같습니다.

4단계는 실행입니다. 실제 성행위나 포르노 시청, 혹은 변칙적인 성적 일탈이 일어납니다. 이 순간 뇌의 보상 회로는 폭발하며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완벽히 망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 평화는 아주 짧고 허망합니다.

5단계는 수치심과 절망입니다. 행위가 끝난 직후, 해일처럼 밀려오는 것은 쾌락이 아닌 자괴감(Self-reproach, 自愧感)입니다. 내가 또 이런 짓을 했다는 자기 비하에 빠집니다. 하지만 수치심이라는 고통이 다시 1단계의 트리거가 되어 다시 중독의 주기를 돌게 만드는 잔인한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도파민과 뇌 회로의 변형

우리 뇌에는 보상 회로라는 것이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칭찬을 들을 때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나와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성적인 자극은 이 도파민을 가장 강력하게 분출시키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내성(Tolerance, 耐性)입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영상물로 만족했던 뇌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요구합니다. 2018년 발표된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성중독자의 뇌 사진은 마약 중독자의 뇌와 매우 유사한 활성 패턴을 보입니다. 뇌가 정상적인 즐거움에는 반응하지 않고, 오직 특정 자극에만 격렬하게 반응하는 반란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패트릭 칸스 박사는 성중독자가 이 주기를 반복할수록 뇌의 전두엽 기능이 약화된다고 경고합니다. 전두엽은 충동을 조절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데, 중독이 심해질수록 이 브레이크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나중에는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고통 때문에 하게 되는 강박의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성중독은 성욕이 넘쳐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사랑받지 못해 생긴 마음의 상처를 문지르다 덧나는 병에 가깝습니다. 당신의 뇌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면, 그것은 쾌락을 달라는 신호가 아니라 위로해 달라는 신호입니다. 오히려 나 좀 살려 달라 외치는 마음의 비명에 가깝습니다. 

뇌는 도파민으로 그 구멍을 메우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음의 상처는 화학 물질로 치유되지 않습니다. 진정한 회복은 뇌의 반란을 억누르는 것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방치했던 내면 아이(내 안에 우는 아이 1~6부 참고)를 보듬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왜 이토록 공허했는지, 밑 빠진 독의 깨진 틈이 어디인지 직시할 때 비로소 중독의 굴레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드리는 말씀

3회에서는 성중독이 단순한 일탈이 아닌, 애착의 결핍과 뇌의 오작동이 만난 비극임을 확인했습니다. 중독은 결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뇌와 마음이 엉켜버린 복잡한 매듭입니다.  

다음 4회차에서는 중독자들이 자신을 속이기 위해 사용하는 치밀한 심리 전술, 인지 왜곡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중독자들이 자신을 속이는 치밀한 논리 구조를 파헤칩니다. 드라마 속 대사를 통해 그들의 합리화가 얼마나 허망한지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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