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에서는 성중독자들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쌓아 올리는 견고한 심리적 성벽, 인지 왜곡(Cognitive Distortion)을 영화 돈 존(Don Jon, 2013)을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성중독의 가장 무서운 점은 자신이 병들었다는 사실을 교묘하게 숨긴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 왜곡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서 세상이 변했다고 우기는 것과 같습니다.

조셉 고든 레빗 주연의 영화 돈 존의 주인공 존은 매일같이 포르노에 탐닉하면서도 이건 그냥 내 생활 방식일 뿐이라며 자신의 상태를 철저하게 합리화합니다. 자신의 이성까지 마비시키는 치밀한 자기합리화의 과정을 밟습니다. 영화 돈 존은 이러한 중독자의 내면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입니다.

돈 존의 일상
영화 속 주인공 존(Jon)은 겉보기에 남부러울 것이 업습니다. 그는 자신의 신체, 자동차, 집, 가족, 교회, 그리고 여자를 완벽하게 관리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일상은 따로 있습니다. 그는 매일 밤, 심지어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마친 직후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 포르노에 몰입합니다.

존에게 포르노는 그냥 하는 성욕의 해소가 아닙니다. 그는 현실의 여성보다 화면 속의 영상이 더 우월하다고 믿는 인지 왜곡에 빠져 있습니다. 현실의 섹스는 복잡하고, 타협해야 하며, 실망을 줄 수 있지만, 영상 속의 성은 오직 자신의 명령에 따르는 완벽한 통제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괜찮은 놈이야, 도덕적 라이선싱
존이 자신을 속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도덕적 라이선싱(Licensing, 許可)입니다. 이는 내가 좋은 일을 했으니 나쁜 일 한두 번쯤은 해도 괜찮다고 믿는 심리적 보상 기제입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도덕적 허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성실한 생활이라는 가면입니다.그는 매일 체육관에서 땀 흘려 운동하고, 매주 교회에 나가며,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하는 성실한 아들이란 것이죠.

다음은 고해성사라는 면죄부입니다. 존은 포르노를 본 뒤 교회에 가서 고해성사를 합니다. 그는 형식적인 참회와 보속(신부님이 내주는 기도)을 마치면 자신의 죄가 완전히 세탁되었다고 믿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나는 이렇게 완벽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으니 방 안에서 포르노 좀 보는 것 정도는 나의 정당한 권리다. 이러한 논리는 존이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아주 견고한 은신처가 됩니다.

진짜 사랑보다 가짜가 낫다는 비교의 오류
성중독자들이 흔히 빠지는 두 번째 함정은 최소화와 비교의 오류입니다. 영화 속 존은 아름다운 여자친구 바버라와 사귀면서도 여전히 포르노를 탐닉합니다. 바버라가 "왜 포르노를 보느냐"고 묻자, 그는 "남들도 다 보는 것일 뿐이고, 이건 그냥 영상일 뿐이야" 라며 문제를 축소합니다.

존은 실제 관계에서 오는 정서적 친밀감보다 영상이 주는 즉각적인 보상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진짜 사람과의 소통은 노동으로 느끼고, 가짜 자극은 휴식으로 여기는 심각한 인지적 전도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대상화(Objectification, 對象化)라고 설명합니다. 사람을 고유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오직 자신의 쾌락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자신을 속이는가, 인지 왜곡의 3단계
성중독자들이 스스로의 뇌와 마음을 마비시키는 인지왜곡의 과정은 매우 체계적입니다. 첫째는 부인(否認)하는 것입니다. 나는 성중독자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가장 고전적인 왜곡입니다. 명백한 중독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통제력을 잃지 않았다고 믿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위는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다음은 임의적 추론입니다. 그들은 요즘 세상에 이거 안 하는 남자가 어디 있나? 내가 유난히 이상한 게 아니야라고 자신의 보편성을 주장하며 정당화합니다.

다음은 정서적 추론입니다. 내가 지금 너무 외롭고 힘들기 때문에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정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행동의 근거로 삼습니다.

다음은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스트레스 좀 풀어야 겠다처럼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을 그럴싸한 이유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주로 업무 스트레스나 배우자와의 갈등을 핑계로 삼는 경우가 많죠.

최소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은 포르노 좀 보는 데 문제될게 뭐 있나라며,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아주 작은 것으로 축소하여 도덕적 죄책감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성중독 성향자의 자기기만과 인지적 오류 연구(2022)에 따르면, 중독이 심화할수록 이러한 자기기만의 속도는 빨라지며, 나중에는 본인조차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고 합니다. 영화 돈 존에서 주인공 존이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다시 포르노를 떠올리는 모습은 코미디가 아니라 무섭습니다.

당신이 쌓아 올린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가면은 중독의 파도 앞에서는 가장 먼저 무너질 모래성일 뿐입니다.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가 없다면, 당신은 평생 고통스러운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가면의 안경을 벗어야 길이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는 성중독자들이 자신의 뇌를 어떻게 속이며 중독을 유지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인지 왜곡은 중독을 지속시키는 단단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사람이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특히 평생을 약속한 배우자와의 결혼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요?

제5회는 관계의 파탄으로 성중독자의 결혼 생활은 가능한가를 다룹니다. 배우자가 겪는 트라우마와 무너진 신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할 방법은 없는지 함께 고민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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