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중독 시리즈 제5회에서는 부부와 사회 관계의 파탄을 다루었습니다. 이제 6회는 성중독이 사회로 튀어 범죄가 되었을 때 마주하게 되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할 시간입니다. 선을 넘어버린 이들이 치러야 할 대가와 그들의 처절한 생존 방식을 알아 봅니다.

성중독(Sexual Addiction)이 무서운 이유는 중독의 끝이 항상 더 강한 자극에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포르노그래피 시청으로 시작했지만, 뇌의 내성이 생기면 결국 불법 촬영, 성매매, 혹은 성폭력이라는 범죄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우리는 드라마 모범택시와 같은 작품에서 성범죄자들이 사회로 복귀한 뒤 겪는 갈등과 고통을 마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집요하며 무섭습니다.

형벌과 법적 제약
대한민국 형법은 성범죄자에게 단순히 징역형만을 선고하지 않습니다. 형기를 마친 뒤에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보안 처분(保安 處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먼저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입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얼굴, 이름, 주소, 전과가 공개됩니다. 이웃집에 성범죄자가 이사 오면 해당 지역 부모들에게 행정 우편물이 발송됩니다. 이는 사회적 사형 선고와 다름없습니다.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도 있습니다. 이른바 전자발찌입니다. 24시간 위치가 추적되며 특정 장소(학교 근처 등) 출입이 금지됩니다. 2024년 현재, 이 장치는 더욱 소형화되고 정교해졌지만 착용자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더욱 커졌습니다.

낙인이 찍힌 남자, S 씨의 하루
한때 촉망받던 IT 개발자였던 S 씨의 사례입니다. 그는 성중독으로 인해 공공장소에서 불법 촬영을 하였고, 벌금형과 신상정보 공개 처분을 받았습니다. 형을 마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취업 제한이었습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은 물론이고, 일반 기업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그를 걸러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신분을 숨길 수 있는 막노동 현장을 전전합니다.

무더운 여름에도 반바지를 입지 못합니다. 발목에 채워진 전자발찌가 드러날까 봐 늘 긴 바지를 입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중독의 순간은 짧았지만, 그로 인한 수치심(Shame)의 무게는 평생을 가도 덜어지지 않는다고 고백합니다.

본능과의 처절한 사투
범죄자가 되었다고 해서 중독된 뇌가 저절로 고쳐지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수용 시설이나 사회 복귀 후에도 성적 욕구와 사투를 벌입니다. 범죄예방을 위한 다양한 법적 조치와 치료가 이루어 집니다. 화학적 거세입니다. 정식 명칭은 성충동 약물치료입니다.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 남성 호르몬(Testosterone) 수치를 낮춥니다. 물리적인 거세는 아니지만, 약물로 성적 흥분 자체를 억제하는 것입니다. 2023년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이 치료는 재범률을 낮추는 데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지행동치료(CBT)도 많이 하는 치료 기법입니다. 뇌의 회로를 재구성하기 위한 심리 치료입니다. 성적 충동이 들 때 전화를 끄거나 찬물로 샤워를 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 매뉴얼을 습득합니다. 이러한 치료 기법은 충동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욕구를 관리하는 기술을 배우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학계의 시선, 재범의 늪
성범죄자의 성중독 특성이 재범 위험성에 미치는 영향(2021) 연구에 따르면, 성중독 점수가 높은 가해자일수록 재범 위험도가 일반 범죄자보다 약 3배 이상 높습니다. 이는 법적 처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중독이라는 근본적인 병명을 고치지 않는 한, 감옥은 그저 잠시 머무는 정거장일 뿐입니다. 전문가들도 성범죄자의 재사회화(Resocialization)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중독의 지속성을 꼽습니다. 사회로부터 격리되어도 머릿속의 환상은 멈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범죄자의 실상과 중독의 끈질긴 굴레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 1>의 첫 에피소드는 아동 성범죄자의 출소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수많은 시민이 범죄자에게 계란을 던지며 분노하고 범죄자의 집 앞은 24시간 경찰 감시 체제에 들어갑니다. 이런 내용은 드라마적 허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성범죄자들이 마주하는 실제 현실입니다.

드라마 <모범택시>의 오프닝은 실제 2020년 12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 당시 풍경을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던, 대한민국 성범죄자들이 마주하는 냉혹한 현실과 법적·사회적 압박의 실제 사례들을 알려 드립니다.

드라마에서 조도철(극 중 인물)이 마주한 달걀 세례와 분노한 군중은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조두순 출소 당시, 관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그를 막아서기 위해 시민들이 차 위로 올라타거나 발로 차서 차량이 파손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유튜버들이 그의 집 앞에 상주하며 실시간 방송을 하고, 일부는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을 시도하거나 집으로 배달되는 음식을 가로채는 등 법적 처벌 외의 사회적 심판이 며칠간 이어졌습니다.

성범죄자, 특히 재범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게는 단순히 발찌를 채우는 것 이상의 감시가 붙습니다. 조두순 같은 고위험 범죄자에게는 법무부 소속 보호관찰관이 24시간 밀착 동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합니다.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은 당연합니다. 실시간 GPS 위치 추적은 기본이며 장치를 훼손하거나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을 경우 즉시 경보가 울려 수사기관이 출동합니다.

특별 준수사항이 있습니다. 보통 밤 9시~11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외출이 엄격히 금지됩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3% 이상 금지 등 특정 수치 이상의 음주를 제한합니다.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 교육 시설 인근 반경 100~500m 이내 접근이 차단됩니다.

평생 따라다니는 낙인과 경제적 고립
성범죄 전과자는 출소 후에도 사실상 정상적인 사회 복귀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취업을 제한받습니다. 아동과 청소년 관련 기관은 물론이고, 국가보안 관련 기관, 공무원 등이 해당합니다. 일반 기업에서도 회사별로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성범죄 경력자를 확인합니다. 사회적으로 알려진 범죄자는 당연하게 취업하기가 어렵습니다.

행정기관과 이웃의 감시도 대단합니다. 지자체는 범죄자의 집 인근에 초고성능 CCTV를 수십 대 설치하고, 전담 초소를 세워 24시간 모니터링합니다. 저 집에 누가 산다는 사실이 지역 커뮤니티에 공유되는 순간에 그곳은 감옥보다 더한 감옥이 됩니다.

성중독은 어떻게 측정하는가?
성중독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학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도구는 패트릭 칸스 (Patrick Carnes) 박사가 개발한 성중독 선별검사(SAST, Sexual Addiction Screening Test)입니다. 진단지는 보통 20~25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자기 보고식 질문지입니다.

성중독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현재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인 지표로 마주하는 용기입니다. SAST는 전 세계 전문가들이 가장 신뢰하는 성중독 자가 진단 도구입니다. 블로그를 방문하신 선생님들이 스스로를 점검해 볼 수 있도록 SAST의 핵심 문항과 판정 기준을 정리해 드립니다. 검사지의 총 문항 수는 20개 입니다.
성중독 선별검사 (SAST-20)
다음 문항을 읽고 본인에게 해당하면 '예', 해당하지 않으면 '아니요'로 답하세요.
- 성적인 행동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와의 약속을 어긴 적이 있는가?
- 성적인 행동을 조절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적이 있는가?
- 스스로의 성적인 행동에 대해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느끼는가?
- 성적인 행동이 들통날까 봐 거짓말을 하거나 비밀로 숨기는가?
- 업무 시간이나 중요한 일과 중에 성적인 상상이나 행동에 몰두하는가?
-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성적인 행위를 통해 위안을 얻으려 하는가?
- 성적인 행동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나 법적인 위기를 겪은 적이 있는가?
- 자신의 성적 취향이나 행동이 점점 더 자극적이고 위험해지고 있는가?
- 배우자나 연인 몰래 성적인 만남(원나잇, 성매매 등)을 가지는가?
- 성적인 행위 후에 극심한 허무함이나 자괴감에 빠지는가?
- 타인이 나의 성생활에 대해 알게 된다면 나를 비난할 것이라 믿는가?
- 성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누군가를 이용하거나 대상화하는가?
- 음란물(야동) 시청 시간을 줄이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가?
- 성적인 행동 때문에 건강상(성병, 피로 등)의 문제가 생긴 적이 있는가?
- 자신의 성적 행동이 범죄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는가?
- 성적 행위가 끝난 직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곧 반복하는가?
- 성적 자극을 찾는 행위 때문에 일상적인 취미나 인간관계가 소홀해졌는가?
- 성적인 환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과도한 비용이나 시간을 지출하는가?
- 자신의 성적 행동이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 주변 사람들이 나의 성적인 행동에 대해 걱정하거나 경고한 적이 있는가?
결과 해석 및 점수의 의미
'예'라고 답한 개수를 모두 합산해 보세요. 점수가 높을수록 통제력 상실과 부인(Denial)의 기제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 점수 | 판정 결과 | 권고 사항 |
| 0 ~ 5점 | 정상 범위 | 건강한 성 가치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 6 ~ 12점 | 주의 단계 | 성적 행동이 일상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주의가 필요합니다. |
| 13점 이상 | 중독 고위험군 | 임상적 성중독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시급합니다. |
중요한 점을 말씀드립니다. SAST 점수가 높다는 것은 단순한 성욕의 문제를 넘어서,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13점 이상의 경우는 임상적으로 성중독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합니다. 수치심 때문에 문제를 숨기는 부인 (Denial) 성향이 강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습니다. 주의가 필요합니다.
돌아올 수 없는 강
제6회에서는 성범죄자로 낙인찍힌 삶의 실상을 알아 보았습니다. 법적인 처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상적인 인간관계와 평범한 일상이 영원히 박탈된다는 사실입니다. 성범죄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자로 낙인찍힌 삶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시간과 훈련을 통한 뇌의 재건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질병을 어떻게 정복할 수 있을지, 학문적 최첨단의 논의를 통해 더 구체적인 희망을 찾아보려 합니다. 최근 학계에서는 성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음 7회차에서는 성중독을 바라보는 학문의 첨단 시선을 통해 우리가 이 질병을 어떻게 정복할 수 있을지 논의해 보겠습니다. 최근 성중독 치료의 흐름과 뇌과학 연구와 심리학적 대안들, 그리고 중독의 사슬을 끊기 위한 학계의 치열한 노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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