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원수라는 남성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술 때문에 사고가 생겼다고 항변합니다.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겼는데 눈 떠보니 경찰서였다는 것입니다. 여자가 너무 취해서 챙겨주려다가 이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성범죄 뉴스나 상담 사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단연 술입니다. 술에 취한 사람, 잠든 사람을 건드리는 행위를 준강제추행이라고 합니다. 준강제추행죄는 가해자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범죄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명확하게 싫다라는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소리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입니다. 술이라는 핑계 뒤에 숨은 가장 비겁한 범죄가 준강제추행입니다. 많은 사람이 준(準, Quasi)이라는 글자가 붙어서 형량이 가벼울 것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법은 이를 저항할 수 없는 사람을 노린 악질적인 범죄로 판단합니다.

준강제추행은 가벼운 죄가 아니다
법률 용어 앞에 '준'이 붙으면 왠지 형량이 깎일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강제추행의 요건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더라도, 피해자가 이미 저항할 수 없는 상태(술, 잠, 약물 등)였다면, 그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 것을 폭행 또는 협박과 동등한 가치로 봅니다. 형법 제299조에 따라 처벌받습니다.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오히려 피해자가 방어 능력이 없는 상태를 악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을 더 나쁘게 보기도 합니다.

위험한 착각
가장 많은 가해자가 법정에서 혼란을 겪는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은 가해자의 무지가 만든 착각입니다. 알면서도 이렇게 주장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썸 타는 사이거나 헌팅으로 만난 남녀가 술을 마시고 모텔에 함께 들어갔습니다. 여자는 만취해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고, 남자는 같이 왔으니 동의한 거지란 생각으로 여성의 신체를 만지거나 옷을 벗깁니다. 다음 날 여자는 준강제추행으로 경찰서에 신고합니다.
가해자는 경찰관에게 이렇게 항변합니다. CCTV 보세요! 제 발로 같이 걸어 들어갔잖아요! 같이 술 마시고 모텔 갔으면 동의한 것 아닙니까?

법원의 판단은 냉정합니다. 모텔에 들어간 것은 숙박에 대한 동의일 수 있으나, 성적 접촉이나 성관계에 대한 동의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죠. 특히 피해자가 만취하여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블랙아웃)였다면, 그 틈을 탄 신체 접촉은 명확한 범죄로 규정합니다. 즉, 입장 동의가 곧 성관계 동의가 아니란 것입니다. 들어갈 땐 멀쩡했어도 안에서 정신을 잃은 사람을 건드리는 것도 범죄입니다.

드라마가 심어준 잘못된 판타지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은 술 취한 여주인공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보살핌이 선을 넘는 순간에 쇠고랑을 찹니다. 드라마를 볼까요. 남주인공이 술 취해 인사 불성인 여주인공을 업어서 침대에 눕혀주고, 신발을 벗겨주고, 이불을 덮어주며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줍니다. 이 때는 어김없이 로맨틱한 음악이 흘러나오죠. 시청자도 가슴이 설렙니다.

하지만 현실은 로맨틱하지 않습니다. 남성이 편하게 해 준다며 여성의 브래지어 훅을 풀거나, 바지 단추를 푼다거나, 얼굴이나 머리를 쓰다 듬는다던가 하는 행위는 명백한 준강제추행으로 판단합니다.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동일하게 하여도 같은 죄가 성립합니다.

단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꼈을 때만 해당하는 것이죠. 여기에서 팁을 드립니다. 술 취한 동료나 지인을 챙겨줘야 한다면, 동성 친구를 부르거나 가족(필요 시 경찰)에게 인계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단 둘이 밀폐된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오해의 시한 폭탄을 안고 있는 셈입니다.

재판 사례
대학교 MT 밤, 술기운에 모두가 잠든 거실이었습니다. 지훈 씨는 평소 호감이 있던 동기 서연 씨 옆에 누웠습니다. 그는 서연 씨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슬며시 신체를 만졌습니다. 서연 씨는 비몽사몽 상태였지만 무서움과 당황함에 몸이 얼어붙었습니다.

재판에서 지훈 씨는 서연이가 가만히 있어서 동의한 줄 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단호했습니다. 잠든 상태를 이용한 추행은 피해자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준강제추행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지훈 씨는 결국 집행유예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았습니다.

택시 안에서 일어 난 비극적인 사례입니다. 회식이 끝난 후, 팀장 박 씨는 인사불성이 된 여직원 영희 씨를 택시에 태웠습니다. 집까지 바래다준다는 명목이었습니다. 뒷좌석에서 영희 씨가 정신을 못 차리자 박 씨는 손을 옷 안으로 집어넣었습니다. 나중에 깨어난 영희 씨는 수치심에 경찰을 찾았습니다.

박 씨는 술에 취해 쓰러지는 것을 막으려다 접촉이 있었을 뿐이라고 변명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블랙박스 영상과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 주목했습니다. 부축을 빙자해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추행했다며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박 씨는 직장에서 해임되었고, 평생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친구 집에서 일어 난 친구의 배신 사례입니다. 오랜 남사친인 민수 씨와 여사친 지수 씨는 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지수 씨는 술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민수 씨는 이 정도 사이면 괜찮겠지라는 착각에 빠져 지수 씨의 옷을 벗기고 추행했습니다. 잠에서 깨어 거부 의사를 밝힌 지수 씨에게 민수 씨는 우리 사이에 왜 이래 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왔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민수 씨는 평소의 친밀함을 무기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냉혹했습니다. 친밀한 관계일지라도 잠든 상태에서 이루어진 기습적인 접촉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범죄라고 명시했습니다. 결국 민수 씨는 벌금형과 함께 신상정보 공개 처분을 받았습니다.

찜질방, 고속버스, 택시에서 벌어진 일
술뿐만이 아닙니다. 잠(Sleep) 역시 항거불능 상태입니다.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 옆에 자는 사람의 몸을 만지는 행위도 준강제추행입니다. CCTV 사각지대라 안 걸릴 것 같지만 피해자가 잠결에 느낌을 채고 소리 지르면 현행범으로 체포됩니다.

고속버스나 비행기에서 옆자리 승객이 잠든 틈을 타 허벅지나 손을 만지는 행위도 명백한 준강제추행입니다. 택시 기사 또는 대리운전 기사가 잠든 승객을 추행하거나, 반대로 취객이 운전 중인 기사를 만지는 행위도 준강제추행입니다.

특히 운전 중인 기사를 만지면 특가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형벌이 더 셉니다. 5년 이하 징역과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모든 상황에서 자면서 가만히 있길래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다는 변명은 당연히 통하지 않습니다. 잠든 사람은 동의를 할 수 없습니다. 동의 없는 접촉은 무조건 성폭력입니다.

결론적으로 드리는 말씀
가해자들은 말합니다. 술이 원수지,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 말이죠.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술은 죄가 없습니다. 술은 단지 당신의 내면에 있던 비겁한 본성의 고삐를 풀어주었을 뿐입니다. 제가 좀 심하게 표현하였나요? 그렇다면 가해자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저항할 수 없는 사람, 잠든 사람, 만취한 사람들은 당신의 성욕을 해소할 대상이 아니고 당신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괜찮지 하는 생각이 당신의 인생을 망치게 합니다. 성적 접촉이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상대방에게 물어보고 좋다는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이렇게 각박해서야 사랑할 수 있겠나 라는 당신의 하소연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부부 간에도 동의를 받지 않는 접촉은 성추행으로 처벌받는 세상입니다. 각박한 환경이라도 적응을 잘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다음 제 3부에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직장 내 성추행)의 구조적 폭력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많이 발생하고 있는 성추행 범죄입니다. 여성들도 많이 범하는 성추행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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