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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치유하기/소년 범죄

소년 범죄 보고서 제 19화, 감옥에서 보내는 편지

by 행복 리부트 2026. 1. 21.

"김천소년교도소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제 너희는 학생이 아니다. 수용자다." 육중한 철문이 닫힙니다. 쾅 하는 금속음이 고막을 때립니다. 세상과의 단절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많은 청소년이 소년원과 소년교도소를 헷갈려 합니다. 소년원은 학교인 감옥입니다. 교복을 입고 수업을 듣습니다. 전과도 남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년교도소는 다릅니다. 이곳은 진짜 감옥입니다.

실제와는 관련없음, 제미나이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법무부 소속 교도관들이 곤봉을 차고 감시합니다. 이름 대신 가슴에 달린 파란색 번호표(수인번호)로 불립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에 당신의 인생 시계는 멈춥니다. 밖에서는 벚꽃이 피고, 친구들은 졸업을 하고, 대학에 가고 연애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시간은 1.5평 좁은 독방에 갇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1.5평의 지옥

교도소 방의 크기를 아십니까? 보통 1.5평에서 2평 남짓입니다. 성인 남자 두 명이 누우면 꽉 찹니다. 팔다리를 마음껏 뻗을 수도 없습니다. 가장 끔찍한 것은 화장실입니다. 방 한구석에 변기가 있습니다. 칸막이가 있지만 반 투명하거나 허리 높이 밖에 오지 않습니다.

실제 교도소와는 관련 없음, 제미나이

 밥을 먹는데 바로 옆에서 동료가 변기 물을 내립니다. 냄새가 진동합니다. 볼일을 보는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수치심에 죽고 싶습니다. 며칠 동안 변을 참다가 배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을 겪습니다. 나중에는 그 수치심 조차 무뎌집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입니다.

실제 교도소와는 관련이 없음, 제미나이

여름에는 찜통입니다. 에어컨은 꿈도 꾸지 마십시오. 선풍기 한 대가 미지근한 바람을 돌립니다. 땀띠가 나고 피부병이 생깁니다. 겨울에는 냉골입니다.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옵니다. 좁은 방 안에서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잠을 청해야 합니다.

실제와는 관련없음, 제미나이

맛없는 밥과  배고픔

영화에서 보던 콩밥은 옛말입니다. 쌀밥이 나옵니다. 하지만 맛은 그다지 없습니다. 이를 관식이라고 합니다. 국과 반찬도 그저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해준 밥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배가 고픈 데도 밥을 먹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교도소 식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밤 9시가 되면 취침 시간입니다.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해주던 김치찌개, 친구들과 먹던 치킨, 편의점 컵라면이 미친 듯이 생각납니다. 밖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초코파이 하나가 이곳에서는 보석처럼 귀합니다. 영치금(가족이 넣어준 돈)이 없으면 간식도 사 먹을 수 없습니다. 배고픔과 서러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웁니다.

접견실의 유리벽

교도소 생활 중 가장 고통스러우면서도 기다리는 시간은 접견(면회)입니다. 투명한 아크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부모님을 만납니다. 마이크를 통해 대화해야 합니다. 어머니의 얼굴이 보입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10년은 늙으셨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셌습니다. 밥은 잘 먹니? 아픈 데는 없고? 어머니는 죄수복을 입은 아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십니다.

당신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싶습니다. "엄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울면서 손을 뻗어보지만 차가운 유리벽에 가로막힙니다.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드릴 수가 없습니다. 10분이 지납니다. 교도관이 말합니다. "접견 끝났습니다. 일어나세요." 어머니가 울부짖으며 유리벽을 두드립니다. 당신은 교도관에게 팔을 잡혀 끌려 나갑니다. 다시 차가운 감방으로 돌아오는 길, 당신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후회합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제발 나를 여기서 꺼내줘. 당신의 마음은 고통과 후회로 가득 찹니다.

야생의 정글

소년교도소는 범죄자들이 모인 곳입니다. 밖에서 좀 놀았다는 아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곳에도 서열이 존재합니다. 방장(방의 리더)의 말은 법입니다. 교도관의 눈을 피해 은밀한 괴롭힘이 벌어집니다.

설거지, 청소, 빨래는 막내의 몫입니다. 코를 곤다고 때립니다. 성격이 약한 아이들은 범털(돈 많고 힘센 죄수)의 시중을 들어야 합니다. 성범죄 자라고 소문나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식판에 가래침을 뱉기도 합니다. 밖에서는 친구들을 괴롭히던 일진이었을지 몰라도 이곳에서는 더 악랄한 범죄자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야생의 정글입니다.

실제 편지 공개

김천소년교도소의 담벼락 안에서 뒤늦은 후회를 펜으로 꾹꾹 눌러쓴 아이들의 편지를 공개합니다. 이 편지는 가상이 아닌 실제 소년수들의 사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객기 부리다 20대를 삭제당했습니다(수감번호 3XX, 19세)

밖에 있는 친구들아, 안녕. 나는 여기서 3년째 살고 있어. 처음엔 내가 멋있는 줄 알았어. 오토바이 훔치고, 애들 때리고, 경찰서 들락거리는 게 훈장인 줄 알았어. 판사님이「소년교도소 징역 장기 3년, 단기 2년」 때릴 때도 실감이 안 났어. 근데 여기 들어와서 첫날 밤, 좁은 방에서 똥 냄새 맡으며 누워있는데 미치겠더라. 내가 병신 같았어. 너희들 지금 PC방 가고, 여자친구 만나고, 맛있는 거 먹지? 나는 그게 너무 부러워서 미칠 것 같아. 내 친구들은 이번에 대학 간다고 인스타에 사진 올리더라. 나는 여기서 하루 종일 종이봉투 접고 있는데~~~ 내 20대 초반은 그냥 삭제됐어. 나가면 나는 전과자고, 중졸이고,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촉법이니까 괜찮아, 소년원이니까 괜찮아, 그런 생각 하지 마. 한 번 미끄러지면 여기야. 제발 정신 차려.

엄마의 굽은 등(수감번호 1XX, 17세)

엄마, 죄송해요. 이 말밖에 할 말이 없어요. 지난번 면회 때 엄마가 입고 온 패딩 점퍼, 소매가 다 닳아 있더라고요. 합의금 물어주느라 돈 다 써서, 엄마는 옷 한 벌도 못 사 입는데... 나는 밖에서 친구들한테 우리 집 잘산다고 허세 부리면서 엄마 지갑에 손대고 그랬잖아요. 엄마가 나쁜 짓 하지 마라고 울면서 말릴 때, 꼰대 같은 소리 하지 마!라고 소리 지르고 문 쾅 닫고 나갔던 날이 매일 밤 꿈에 나와요. 그때 문을 닫지 말았어야 했어요. 여기서 나가면 엄마 발 씻겨 드리고 싶어요. 따뜻한 밥 한 끼 해드리고 싶어요. 근데 아직도 출소하려면 1년이나 남았어요. 엄마, 제발 아프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형들의 배신(수감번호 5XX, 18세)

야, 너네 동네 형들 믿지 마라. 나한테 야, 통장만 빌려주면 돈 줄게. 문제 생기면 형이 다 책임질게 했던 그 형. 경찰한테 잡히니까 나한테 다 뒤집어씌우더라. 쟤가 다 했어요, 저는 몰라요 그러는데 진짜 칼로 찌르고 싶더라. 그 형은 밖에서 잘 먹고 잘 사는데 나는 여기서 징역 살고 있다. 의리? 그딴 거 범죄판에는 없어. 너네가 감옥 가면 면회 올 것 같냐? 친구고 형이고 나발이고 아무도 안 와. 남는 건 너랑 네 부모님뿐이야. 이용당하지 마라. 멋있는 형은 담배 사주는 형이 아니라 담배 피우지 말라고 등짝 때리는 형이다.

소년수의 하루

이곳의 하루는 기계처럼 돌아갑니다.

06:30 기상 및 점호: 눈을 뜨자마자 이불을 각 잡아서 개야 합니다. 인원 점검을 합니다.  
07:00 아침 식사: 차가운 방 안에서 식판에 밥을 먹습니다. 설거지는 찬물로 해야 합니다. 
08:30 출역 (작업): 공장으로 이동합니다. 쇼핑백을 접거나 자동차 부품을 조립합니다. 최저시급은 없습니다. 하루 종일 일해서 받는 돈은 몇백 원, 몇천 원입니다.
12:00 점심 식사: 또다시 맛없는 관식입니다.
13:00 오후 작업: 똑같은 단순 노동을 반복합니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습니다.
17:00 폐방 및 저녁 식사: 다시 좁은 방에 갇힙니다. 밖에서 철문이 잠깁니다.
18:00 ~ 21:00 개인 정비: TV를 틀어주지만 채널은 고정되어 있습니다.
21:00 취침: 감시를 위해 희미한 등은 켜져 있습니다. 천장을 보며 후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아직 기회는 당신에게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아직 교도소 담장 밖에 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습니다. 보고 싶은 친구를 만나고 따뜻한 집에서 잠을 잘 수 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행복인지 당신은 모릅니다.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들 만이 뼈저리게 느낍니다.

지금 당신의 손에 들린 담배, 훔친 물건, 누군가를 때리려는 주먹, 그것을 내려놓으십시오. 그것을 놓지 않으면 다음 차례는 당신입니다. 김천소년교도소의 철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들어가는 건 쉬워도 나오는 건 마음대로 안 됩니다. 제발 나처럼 살지 마라는 먼저 갇힌 소년수의 피맺힌 절규를 흘려듣지 마십시오. 나쁜 짓은 지금 당장 멈추십시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여기 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19화 동안 소년 범죄의 실태와 참혹한 결과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 글이 단 한 명의 청소년이라도 범죄의 늪에서 건져낼 수 있기를,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줄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감옥에서 썩기에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부디, 바른 길로 걸어 가십시오. 당신의 빛나는 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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