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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치유하기/소년 범죄

소년 범죄 보고서 제 16화, 민사 배상과 부모의 책임

by 행복 리부트 2026. 1. 20.

소년 재판이 끝났습니다. 아이는 소년원 10호 처분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제 2년만 버티면 다 끝난다. 소년원을 나가면 새 출발 해야지 라고 다짐을 합니다. 아이는 10호 처분으로 범죄에 대한 죄값을 모두 치른다고 생각합니다. 홀가분한 마음마저 듭니다.

하지만 착각입니다. 그것은 단지 지은 죄에 대한 벌이 끝난 것일 뿐입니다. 피해자와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소년원 문이 닫히는 순간에 부모님의 집으로 법원에서 보낸 두꺼운 서류 봉투가 날아옵니다. 바로 손해배상 청구 소장입니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민사재판으로 이루어 집니다. 민사소송은 판결 후에 부모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압류 등)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민사 재판에서도 기대할 만한 판사님의 자비는 없습니다. 판사님은 미성년자의 반성문이나 감정적 호소보다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얼마인지를 먼저 따집니다. 결국 법정에서 중요한 것은 금전적 피해의 규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금액은, 경제력이 없는 미성년자 본인이 아니라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대신 부담하게 됩니다. 이때 적용되는 것이 바로 부모에게 막대한 책임을 지우는 감독자 책임(민법 제755조)입니다. 자녀의 잘못이 곧 부모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첫 번째 청구서: 형사 합의금

자식의 사건 발생 직후부터 부모님은 죄인이 됩니다. 내 자식이 남의 자식을 때렸습니다. 내 자식이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으로 사람을 쳤습니다. 피해자 측 부모님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습니다. 가해자 부모님은 사색이 됩니다. 자식이 차가운 소년원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혹은 처벌 수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피해자를 찾아 갑니다. 피해자의 집 앞에서 비를 맞으며 부모님을 기다립니다. 피해자 부모님의 바지 가랑이를 잡거나 때로는 무릎을 꿇기도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합의금입니다. 합의금에는 정해진 기준이 없습니다. 사건의 성격과 피해 정도에 따라 금액은 크게 달라집니다. 전치 4주 상해 사건은 보통 1,000만 원 안팎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이 커 수 천만 원 대가 제시되기도 합니다.

부모님은 갑작스러운 상황 앞에서 당장 마련할 돈이 없어 고민에 빠집니다. 필요한 합의금을 준비하기 위해 적금을 해지하거나 대출을 알아보기도 합니다. 가까운 친척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님은 평생 지켜온 자존심을 버리고 돈을 구하러 다닙니다. 부모님의 속은 타들어 가고 이웃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 청구서: 민사 손해배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합의금으로는 피해를 보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면 결국 민사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부터는 액수의 단위가 달라집니다. 실제 사례를 통해 손해배상 금액을 확인해 봅시다.

[사례 1: 무면허 오토바이 사망 사고] 중학생 A군이 친구들과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다가 30대 가장 B씨를 쳤습니다. B씨는 사망했습니다. 형사 재판에서 A군은 촉법소년이라 보호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민사 재판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일실수입(B씨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65세까지 벌었을 돈)으로 약 4억 원을, 위자료(B씨 본인과 유가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로 약 1억 원을, 장례비로 500만 원을 산정하여 총 배상 판결액은 5억 500만 원이 되었습니다.

사망한 피해자를 떠올리면 이렇게 큰 돈도 부족합니다. 돈이 유가족의 고통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해자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그 금액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A군의 부모님은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5억 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살던 아파트를 급하게 팔았고, 그마저도 부족해 월세방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남은 빚은 월급이 압류된 채 오랫동안 갚아야 합니다. A군의 범죄는 결국 가족의 삶까지 무너뜨렸습니다.

[사례 2: 장난으로 시작된 불장난 (방화)] 초등학생 C군과 D군이 호기심에 상가 건물 주차장에서 불 장난을 했습니다. 불이 주차된 차량에 옮겨붙었고 건물 외벽과 1층 가게를 태웠습니다.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먼저 지급한 뒤에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구상권 청구 소송을 걸었습니다. 구상권 청구 소송은 대신 돈을 물어준 사람이 그 금액을 실제 책임자에게 다시 요구하는 절차입니다.

차량 피해 금액(외제차 2대 전소) 2억 원, 건물 수리비(외벽 및 배관 교체)는 1억 5천만 원, 상가 영업 손실 금액(가게가 공사하는 동안 장사를 못한 손해) 은 5천만 원으로 총 배상 청구액은 4억 원입니다. 이 돈은 C군과 D군의 부모가 함께 물어내야 합니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습니다. 부모님은 이혼 위기에 처했고 화목하던 가정은 부모가 서로를 원망하는 지옥이 되었습니다.

[사례 3: 집단 폭행과 식물인간] 고등학생 E군 등 5명이 또래 학생을 집단 폭행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뇌를 다쳐 의식불명 상태, 즉 식물 인간이 되었습니다. 피해 학생은 평생 병원에 누워있어야 합니다. 간병인이 필요하고 정기적인 수술이 필요합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기왕 치료비(이미 발생한 병원비) 5,000만 원, 향후 치료비(앞으로 살아 나거나 죽을 때까지 들어갈 병원비와 간병비) 7억 원, 일실수입(노동 능력 100% 상실, 피해자 학생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65세까지 벌었을 돈) 3억 원, 위자료(피해 학생 본인과 유가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1억 원으로 총 배상액 은11억 5,000만 원입니다.

가해 학생 5명의 부모님이 나누어 낸다고 해도 감당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어떤 부모님은 충격으로 쓰러졌습니다. 어떤 집은 야반도주를 했습니다. 자식 때문에 집안이 파산하였습니다. 부모님의 행복도 무너졌습니다. 자식이 부모님을 지옥으로 몰았습니다.

연대 책임의 늪

많은 청소년이 이렇게 항변합니다. 저는 때리지 않았어요, 그냥 옆에 서 있기만 했어요. 망만 봤어요, 저는 주동자가 아닙니다. 민사 법정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를 공동불법행위(부진정연대채무)라고 합니다. 범죄 현장에 같이 있었고, 위력을 과시하거나 도움을 줬다면 모두가 공범입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돈을 쉽게 받도록 가해자 전원에게 연대하여 배상하라고 판결합니다.

무서운 점은 이것입니다. 만약 주동자 A의 집이 가난해서 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피해자는 돈이 있는, 망만 본 B의 부모님에게 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억울하면 네가 A한테 나중에 받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고 일단 네가 모두 갚아라. 이것이 법입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게 아니라 친구 따라 집안 말아 먹는 꼴이 됩니다. 주동자 옆에서 자리를 지킨 대가로 부모님은 수억 원의 빚쟁이가 됩니다.

빨간 딱지의 공포

판결이 났는데 돈을 안 갚으면 어떻게 될까요? 드라마에서 보던 일이 우리 집에서 벌어집니다. 어느 날 아침에 법원 집행관들이 구둣발로 거실에 들어옵니다. 그들의 손에는 빨간색 압류 딱지가 들려 있습니다. TV,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심지어 부모님이 아끼던 피아노나 소파에도 빨간 딱지가 붙습니다. 이를 유체 동산 압류라고 합니다.

압류한 물건은 경매에 넘어갑니다. 부모님의 월급 통장도 압류됩니다. 회사 경리과로 법원 통지서가 날아갑니다. 부모님은 직장에서 망신을 당합니다. 월급의 절반이 빚 갚는 데 강제로 빠져나갑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갑니다. 하루아침에 온 가족이 찜질방이나 고시원을 전전하게 됩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아이가 보는 앞에서 이루어집니다. 아이는 부모님이 집행관에게 사정하고 우는 모습을 지켜봐야 합니다. 아이의 죄가 가져온 결과입니다.

숨만 쉬어도 빚이 늘어난다

소송은 길어집니다. 그동안 배상금은 가만히 있을까요? 아닙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불어납니다. 일반적으로 소송이 제기된 날부터 판결 선고일 까지는 연 5%의 이자가 붙습니다. 그리고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 이자가 붙습니다.

배상금이 5억 원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1년에 이자만 6,000만 원입니다. 한 달에 500만 원씩 이자가 쌓입니다. 부모님이 아무리 뼈 빠지게 일해서 월급을 모두 갚는다 해도 원금은 커녕 이자 갚기도 벅찹니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시간은 가해자의 편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상금의 압박은 더욱 세게 부모님의 목을 조릅니다.

파산도 안 된다, 비면책 채권

똑똑한 척하는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묻습니다. 그럼 그냥 파산 신청하면 되잖아요?  법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고의로 저지른 불법 행위(폭행, 상해, 절도, 사기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는 비 면책 채권입니다. 비 면책 채권은 파산을 해도 갚아야 하는 빚입니다.

개인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해도 이런 빚은 탕감 되지 않습니다. 국가가 이 돈은 반드시, 죽을 때까지 갚아라고 못 박아 둔 것입니다. 부모님은 늙어 죽을 때까지, 아니면 아이가 커서 돈을 벌 때까지 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소년 범죄는 한 번의 실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따라다니는 경제적 족쇄, 심리적 족쇄가 됩니다.

평생가는 고통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이 친구를 때려서 전치 4주를 만들었을 때, 여러분이 훔친 오토바이로 사고를 냈을 때, 여러분이 재미로 악플을 달았을 때 여러분은 법만 어긴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이 30년 동안 힘들게 일해서 마련한 집을 날려 버린 것입니다. 부모님의 편안해야 할 노후를 망쳐 놓은 것입니다. 가족들이 함께 밥을 먹고 웃을 수 있는 평범한 행복을 박살 낸 것입니다.

사고 쳐 놓고 부모님이 알아서 해주겠지 라고 생각합니까? 사고 친 자식 때문에 부모님은 남에게 무릎을 꿇고, 집을 팔고, 평생 빚쟁이로 살아야 합니다. 감옥에 가는 것보다 더 무서운 벌은 늙고 지친 부모님이 나 때문에 우는 모습을 평생 지켜봐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저지른 범죄의 비용은 수 억 단위입니다. 당신은 그 돈을 감당할 수 있습니까?

다음 글, 제17화는 수강명령의 무서움을 다룹니다. 많은 부모님이 간과하는 수강명령의 진짜 무게를 알려 드립니다. 죄를 진 청소년이 받는 벌금도, 합의금도 아닌 또 다른 책임입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오래갑니다. 왜 수강명령이 무서울까? 아이의 미래에는 어떤 흔적을 남길까? 제17화에서 그 숨겨진 현실을 자세히 풀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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