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재판을 앞둔 아이들이 가장 먼저 묻는 말이 있습니다. 이거 성인 되면 기록 없어지는 거 맞죠? 빨간 줄 안 그이는 거죠? 인터넷 지식인이나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정설처럼 떠돕니다. 소년원 갔다 와도 기록은 남지 않고, 주민등록초본 떼도 깨끗해. 아무도 몰라. 이런 말을 듣는 소년범들은 마음이 편해집니다. 성인의 어떤 전과 기록도 주민등록초본에는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법적으로 전과 기록(범죄경력자료)은 남지 않는다는 것이 맞습니다. 일반 기업에 취직할 때 제출하는 서류에도 이런 기록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당신이 한 일을 잊지 않습니다. 경찰청의 수사경력자료에는 당신의 범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수사경력자료는 보존기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됩니다. 성인은 최고 10년입니다. 하지만 소년 보호 처분은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팩트 체크 1: 빨간 줄 vs 수사 경력
아이들은 빨간 줄만 무서워합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수사 경력 자료입니다. 전과 기록(범죄경력자료)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빨간 줄입니다. 성인 재판에서 징역, 금고, 벌금형 등을 받았을 때 남습니다. 소년 보호 재판(1호~10호 처분)을 받으면 원칙적으로 전과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경찰청 수사 경력 자료는 숨겨진 꼬리표입니다. 문제는 이것입니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 시스템(KICS)에 당신의 모든 과거를 저장해 둡니다.「OOO, 15세,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 소년부 송치, 10호 처분 받음」이러한 기록은 당신이 소년원을 나왔다고 해서 즉시 삭제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소년 보호 처분 내용은 보존됩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 동안 당신은 사회의 주요 감시망 안에 있습니다. 수사 기관은 당신이 또 죄를 짓는지 지켜 봅니다. 만약 성인이 되어 경미한 범죄라도 저지르면 경찰은 즉시 자료를 꺼내 듭니다. 너 옛날에도 이런 적 있네? 넌 상습범이다. 과거의 기록이 현재의 처벌을 가중시키는 근거가 됩니다.

팩트 체크 2 : 제복의 꿈
운동 좀 하고 힘 좀 쓰는 소년범들 중에는 나중에 국가정보원 요원, 경찰관, 직업 군인(부사관, 장교), 소방관, 경호원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많죠. 이들 직업은 체력 시험만 잘 보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청소년이 많이 있습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국가의 안보와 치안을 담당하는 공안 직렬 공무원은 신원 조회가 필수입니다.

[사례 A: 경찰 공무원 면접 탈락] 학창 시절 주먹 좀 썼던 A군은 정신 차리고 공부해서 경찰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체력 시험도 만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습니다. 면접관은 다양한 방법으로 A군의 과거 활동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에게 비밀은 없습니다. 학교 생활 기간에 많은 친구와 선 후배들이 여러분의 행적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소년범 전력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안됩니다. 하지만 면접관은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자를 분석합니다. 준법정신이 투철한지, 과거에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는지 등을 질문 하면서 확인합니다. 그리고 그런 내용이 확인되면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경찰과 군인은 시민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시민을 때렸던 사람에게는 적합한 자리가 아닙니다.

[사례 B: 사관학교와 부사관 임용 취소]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ROTC는 지원자의 신원을 매우 꼼꼼하게 봅니다. 국정원이나 특수부대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신원 조사 과정에서 과거의 비행 사실이 드러나면 보안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는 군 간부에게 중요한 덕목은 도덕성과 신뢰이기 때문입니다.

팩트 체크 3: 해외 비자 발급의 벽
한국에서 안 되면 외국 나가서 살죠. 이런 생각을 하는 아이들에게 전합니다. 외국은 한국보다 전과 기록에 더욱 민감합니다. 특히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같은 선진국은 입국 심사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가장 높은 벽: 미국 비자] 유학이나 취업, 이민을 위해 미국 비자를 신청할 때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질문지가 있습니다. "Have you ever been arrested or convicted?"(당신은 체포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Arrested (체포)입니다.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더라도,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거나 소년원에 간 사실이 있다면 "Yes"라고 체크해야 합니다.

만약 "Yes"라고 한다면 상세 내용을 소명해야 합니다. 소년원 기록, 수사 기록을 영문으로 번역해서 제출 해야 합니다. 영사는 당신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비자를 거절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No"라고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은 위증(Visa Fraud)입니다.

미국 이민국은 한국 수사 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인터뷰 과정에서 거짓말 탐지기 수준의 압박 질문을 합니다. 거짓말이 들통나면? 그 즉시 영구 입국 금지 대상이 됩니다. 평생 미국 땅은 밟을 수 없습니다.

[사례 C: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거절] 성실하게 살던 B양은 대학생이 되어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비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중학생 때 친구들과 화장품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특수절도) 걸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기록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기소유예는 전과도 아니지 않는가라고 항변했지만, 캐나다 이민국은 범죄 혐의가 인정된 사실이 있다며 입국을 불허했습니다. B양의 꿈은 중학교 시절의 실수 하나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팩트 체크 4: 디지털 기록은 삭제되지 않는다
국가 기록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주홍글씨입니다. 과거에는 동네에서 사고를 쳐도 이사 가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초연결 사회입니다. 당신이 저지른 범죄는 누군가의 스마트폰에, SNS에, 지역 커뮤니티에 박제되어 있습니다.

[사례 D: 대기업 합격 취소]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최종 합격한 C군은 출근을 일주일 앞두고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채용이 취소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사내 익명 게시판(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신입사원 C군, 중학교 때 학폭 가해자입니다. 제가 피해자입니다."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과거 소년원 시절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회사는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며 채용을 취소했습니다. 법적으로 소송을 걸어볼 수는 있겠지만 이미 소문난 C군을 받아줄 회사는 업계에 없습니다. 결혼을 약속한 상대방이 당신의 과거를 알게 된다면? 당신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갔는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쟤네 아빠가 옛날에..."라는 소문이 돈다면? 사적인 기록과 평판은 소년법이 지켜주지 못합니다. 당신이 뱉은 침은 반드시 당신의 얼굴로 돌아옵니다.

팩트 체크 5: 성범죄자 공지와 취업 제한
만약 당신의 죄명이 성범죄라면 이야기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소년 보호 처분이 아닌 검사가 기소하여 정식 재판을 받고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먼저 경찰서에 신상 정보를 등록하고 공개합니다. 신상 정보는 사진, 주소, 차량 번호 등을 관할 경찰서에 등록합니다. 매년 사진을 다시 찍어야 하고, 이사 하거나 차량을 구입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당신의 신상 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당신의 얼굴, 주소, 키, 몸무게가 공개됩니다. 당신의 이웃들은 우편으로 "우리 동네에 성범죄자가 산다"는 고지서를 받습니다.



취업이 제한됩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학교, 학원, 유치원, 어린이집), 의료기관, 체육시설, 경비업체 등에 최대 10년간 취업할 수 없습니다. 사실상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집니다. 어릴 때 실수였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성범죄 이력은 당신을 사회적 격리자로 만듭니다.

기록은 당신의 그림자
많은 청소년이 촉법이니까 괜찮아, 소년원이니까 괜찮아 라며 법을 우습게 봅니다. 하지만 법은 빠져나간 물고기에게 꼬리표를 달아둡니다. 수사 경력 자료는 보존 기간이 지나면 삭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겪어야 할 불이익은 치명적입니다. 20대 초중반, 취업하고 꿈을 펼쳐야 할 가장 중요한 골든 타임에 당신은 수사 경력이라는 족쇄에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부모님의 눈물로 합의금을 물어주고 소년원에서 2년을 살고 나왔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작성한 진술조서, 당신이 찍은 머그샷(식별용 사진), 당신이 남긴 지문 등은 살아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데이터는 국가의 서버 안에 잠들어 있다가 당신이 빛을 보려는 순간 깨어나 당신을 어둠으로 끌어내릴 것입니다.

지금은 멈춰야 할 마지막 기회
과거를 지우는 유일한 방법은 애초에 과거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이미 실수를 했다면, 지금이라도 뼈를 깎는 반성으로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반드시 걸립니다. 그리고 기록됩니다. 나중에 지워지겠지. 아니요, 중요한 순간마다 튀어 나와 당신의 순탄한 인생에 브레이크를 겁니다.

당신의 인생은 연습이 아닙니다. 연필로 쓰고 지우개로 빡빡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범죄 기록은 유성 매직입니다. 희미해질 수는 있어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순간의 객기로 당신의 10년, 20년 뒤 미래를 쓰레기통에 처박지 마십시오. 기록은 오랜 기간 당신을 따라 다니며 괴롭힙니다.

다음 화를 예고드립니다. 다음 제19화는 마지막 경고, 감옥에서 보내는 편지입니다. 마지막 소년 보고서입니다. 실제 소년교도소에 수감 중인 소년수들의 후회 섞인 편지를 공개합니다. 좁은 독방, 맛없는 밥, 보고 싶은 엄마... 자유를 잃은 뒤에야 깨달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아직 기회가 있는 당신에게 보내는 간곡한 호소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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