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봅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사람들은 분노합니다. 댓글 창은 욕설로 도배됩니다. 그때, 누군가 이렇게 외칩니다. 신상 털어서 사회적으로 매장 시킵시다. 학교가 어디인지, 부모가 뭐 하는지 다 알아냅시다. 청소년들은 열광합니다. 답답한 사법부를 대신해 직접 정의를 실현한다고 믿습니다. 자신들이 마치 영화 속 배트맨이나 비질란테(자경단)이 된 것 같은 영웅 심리에 도취됩니다.

이른바 참교육, 정의구현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범죄자를 심판할 수 있다는 전능감에 빠집니다. 전능감은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말합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영웅이 아닙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감정을 배설하는 것은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타인을 사냥하는 행위 자체가 여러분이 그토록 욕하던 범죄자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신상 털기
사적 제재의 시작은 신상 털기입니다. 이것은 분명한 스토킹입니다. 아이들은 디지털 수사대라도 된 양 인터넷 바다를 뒤집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SNS를 찾아냅니다. 과거 사진, 친구 목록, 다니는 학교, 자주 가는 PC방을 알아냅니다. 더 나아가 가족들의 신상까지 캡처합니다. 부모님의 직장, 동생의 학교, 심지어 여자친구의 얼굴까지 모자이크 없이 공개합니다.

가해자 아버지가 하는 식당, 가해자 여동생 인스타 주소, 가해자가 다니는 학교와 집 주소가 노출됩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박제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와 단톡방에 뿌려집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사실인 양 포장됩니다. 이것은 여러분과 국민의 알 권리가 아닙니다. 한 인간과 그 주변인의 사생활을 발가 벗겨 구경거리는 만드는 관음증적 폭력입니다.

좌표 찍기
정보가 공유되면 다음 단계는 좌표 찍기입니다. 공격 명령이 떨어집니다. 지금부터 여기에 테러 갑니다. 화력 지원 부탁드립니다. 수백, 수천 명의 아이들이 해당 SNS로 몰려 갑니다. 욕설 댓글을 달고 DM으로 협박 메시지를 보냅니다. 가해자의 학교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고 부모님 직장에 장난 전화를 겁니다.

그들은 이것을 심판이라고 부르지만 당하는 사람에게는 재난입니다. 전화벨이 1초마다 울립니다. 스마트폰을 켤 수 없습니다.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습니다. 누군가 벽돌을 던질 것 같고 길에서 칼을 맞을 것 같은 공포에 시달립니다.

이러한 집단 행동에는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군중 심리에 휩쓸려 일어 납니다. 남들도 욕하니까 나도 욕한다는 식으로 죄책감 없이 돌을 던집니다. 자신이 던진 돌에 누가 맞아 죽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무고한 피해자의 비극
사적 제재가 가장 위험한 이유는 오발탄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경찰과 검찰도 수사 과정에서 실수를 합니다. 하물며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네티즌 수사대가 정확할 수 있을까요?
[실제 사례: 디지털 교도소의 오심] 몇 년 전,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겠다며 만들어진 디지털 교도소라는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어느 날, 이 사이트에 한 명문대생 A군의 사진과 신상이 올라왔습니다. 그가 지인들의 사진을 합성해 성범죄(딥페이크)를 저질렀다는 제보 때문이었습니다.

A군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네티즌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범죄자들은 다 아니라고 한다, 죽어라는 악플이 수만 개 달렸습니다. A군의 교수님과 친구들에게도 협박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결국 A군은 억울함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나중에 경찰 수사 결과 A군은 무죄였습니다. 진범은 따로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악의적인 허위 제보에 정의로운 척하는 네티즌들이 놀아난 것입니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수만 명의 심판자는 사과 했을까요? 아니요. 조용히 댓글을 지우고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여러분이 말하는 정의의 민낯입니다. 숨진 A군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찢어 질듯 아픕니다.

[실제 사례: 33세 식당 주인의 죽음] 한 유튜버가 음식을 재 사용하는 식당이라며 30대 점주가 운영하는 가게를 저격했습니다.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CCTV 확인 결과 오해였음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해명을 듣지 않았습니다. 가게로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별점 테러를 하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했습니다. 결국 점주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잘못된 정보로 성실한 가장을 살해한 것입니다.
야만의 시대로
가해자가 진짜 범인이라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사적 제재는 필연적으로 연좌제를 불러옵니다. 연좌제란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받는 제도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엄격히 금지된 야만적인 악습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재판장에서는 연좌제가 부활합니다. 살인자 부모가 하는 식당이니 망하게 하자. 강간범 동생이 이 학교 다닌대. 괴롭혀주자. 이런 형태의 행동이 연좌제입니다.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신상이 털리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잘못 가르친 도의적 책임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 국민에게 돌을 맞고 사회에서 매장당해야 할 법적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동생은 무슨 죄입니까? 가해자의 부모라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욕을 먹어야 합니까? 여러분은 괴물을 잡겠다며 또 다른 괴물이 되어 죄 없는 사람들을 물어뜯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의가 아니라 광기입니다.

사이버 레카의 먹잇감
청소년 여러분이 정의감에 불타 행동할 때 뒤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소위 사이버 레카(Wrecker)라 불리는 이슈 유튜버들입니다. 그들은 정의를 외치며 가해자의 신상을 폭로하고 여러분의 분노를 자극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목적은 정의가 아닙니다. 오직 조회수와 수익입니다.

자극적일수록 돈이 됩니다. 사실 확인이 안 된 정보라도 일단 터뜨리고 봅니다. 여러분이 몰려와서 댓글을 달고 싸울수록 그들의 통장에는 돈이 쌓입니다.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제보자가 속였다라며 사과 영상 하나 올리고 끝냅니다. 그들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영상에 선동되어 악플을 달고 신상을 유포한 여러분은 처벌받습니다. 여러분은 그들의 돈벌이를 위한 무료 용병이자 총알받이로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것입니다. 그들은 정말 나쁜 사람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참 어리석습니다. 잘못한 사람의 벌은 경찰이, 검찰이, 법원이 하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벌을 준다면 당신도 피해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전과자가 된다
많은 청소년이 이렇게 묻습니다. 사실을 말했는데 왜 죄가 되나요? 공익을 위해서 한 건데 처벌 받나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쾌합니다. 처벌 받습니다. 대한민국 법은 사적 제재를 엄격하게 금지합니다. 처벌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사실적시 명예훼손입니다(정보통신망법 제70조). 가해자의 범죄 사실이 100% 진실이라 해도, 이를 비방 할 목적으로 인터넷에 공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습니다. 공익 목적이라고 우겨도, 특정인의 얼굴과 이름을 까발려 망신을 주는 행위는 공익으로 인정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다음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관한 죄입니다. 타인의 신상 정보(이름, 사진, 전화번호, 주소 등)를 동의 없이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음은 스토킹 처벌법 위반죄입니다. 가해자나 가족에게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찾아가거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는 스토킹입니다.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다음은 모욕죄입니다. 정의감에 불타 쓴 욕설과 댓글 하나 하나가 모두 모욕죄의 증거가 됩니다. 가해자를 잡겠다고 나선 당신이 결국 경찰서 포토 라인에 서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당신은 전과자라는 낙인을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합니다.

분노를 멈추고 법을 믿어라
법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때로는 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과 동 떨어져 분통이 터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이 칼을 들고 설치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닙니다. 그것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는 무법천지일 뿐입니다.

여러분의 분노는 정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 방식이 폭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정의 구현은 합법적인 감시와 비판, 그리고 제도 개선 요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좌표를 찍지 마십시오. 신상을 털지 마십시오. 악플을 달지 마십시오.

범죄자를 심판하는 것은 판사이지 당신이 아닙니다. 복수심에 눈이 멀어 벼랑 끝으로 달리는 폭주 기관차 처럼 행동하지 마십시오. 그 놈들이 나쁜 것은 틀림없지만, 그들을 잡고 처벌하는 기관은 경찰, 검찰, 법원입니다. 그들을 믿고 여러분의 정의감과 분노는 내려 놓기를 간곡히 권합니다. 그것이 당신을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다음 화를 예고합니다. 다음은 제16화로 부모의 눈물과 돈의 무게, 자식으로 인한 민사 배상의 굴레를 다룹니다. 형사 재판이 끝난 후에 날아오는 진짜 청구서를 아십니까? 소년 범죄가 어떻게 가정을 경제적으로 파탄 내는지를 알려 드립니다. 부모님이 짊어져야 할 억대의 손해배상금과 합의금의 무서운 현실을 공개합니다.
'마음의 상처 치유하기 > 소년 범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년 범죄 보고서 제 17화, 수강 명령의 무서움 (0) | 2026.01.20 |
|---|---|
| 소년 범죄 보고서 제 16화, 민사 배상과 부모의 책임 (0) | 2026.01.20 |
| 소년 범죄 보고서 제 14화, 금융 사기 및 보이스피싱 (2) | 2026.01.19 |
| 소년 범죄 보고서 제 13화, 악플과 사이버 명예훼손 (1) | 2026.01.18 |
| 소년 범죄 보고서 제 12화, 그루밍 성 착취 (1) | 2026.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