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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치유하기/소년 범죄

소년 범죄 보고서 제 12화, 그루밍 성 착취

by 행복 리부트 2026. 1. 17.

 부모님은 거실에 계십니다. 당신은 방문을 닫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평온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이 켜지는 순간, 당신의 방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끔찍한 포식자가 당신의 침대 속으로 들어옵니다.

그들은 흉기를 들지도 않았고 무서운 얼굴도 아닙니다. 다정한 말투와 잘생긴 프로필 사진, 그리고 사랑한다는 달콤한 말로 다가옵니다. 부모님도 모르는 당신의 비밀을 들어주고 외로움을 달래줍니다.

이것이 바로 온라인 그루밍(Grooming)입니다. 동물을 길들이듯, 피해자를 서서히 심리적으로 지배하여 성적 학대의 대상으로 삼는 범죄입니다. 이것은 강간보다 더 무섭습니다.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가해자를 사랑하는 연인이나 구원자로 믿게 만듭니다.

하이에나의 먹잇감

범죄는 아주 우연한 만남처럼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계산된 접근입니다. 가해자들은 트위터(X), 인스타그램, 오픈 채팅방, 틱톡 등을 24시간 배회합니다. 그들이 찾는 먹잇감은 심리적으로 약한 아이들입니다. 그들은 해시태그를 검색합니다. #우울계 #자해계 #가출계 #심심해 #놀아줄사람 #지금내옆에누구라도 이런 태그를 단 게시물을 발견하면 사냥꾼의 눈이 번뜩입니다.

학교 가기 싫다, 엄마랑 또 싸웠다, 죽고 싶다. 이런 글을 올린 청소년에게 다이렉트 메시지(DM)가 도착합니다. 그들은 문자로 이들을 유혹합니다. 무슨 일 있어? 힘들어 보이네. 얘기를 들어줄까? 나도 예전에 그랬어, 너 마음 다 알아 와 같은 내용을 보내는 것이죠. 그들은 위로자, 상담가, 혹은 멘토의 가면을 쓰고 접근합니다. 외로움과 불안에 지친 아이들에게 누군가 내 말에 귀 기울여 준다는 사실은 너무나 큰 위안이 됩니다. 그렇게 힘든 청소년의 경계심은 무너집니다.

길들이기(Taming)

대화가 시작되면 가해자는뢰 쌓기 단계에 돌입합니다. 이 단계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들은 절대 서두르지 않습니다. 가해자는 다음과 같이 행동하며 피해자의 마음을 열게합니다. 피해자를 길들여 가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말에 무한한 공감을 하며 선물 공세를 합니다. 아이의 하소연을 밤새워 들어줍니다. 부모님 욕을 하면 같이 해줍니다. 기프티콘을 보내줍니다. 치킨, 떡볶이, 게임 아이템, 용돈까지 줍니다. 그러면서 오빠가 너 예뻐서 주는 거야, 부담 갖지 마 라고 말해 주기도 합니다. 아이는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나를 진심으로 아껴준다라고 말입니다.

둘째, 피해자를 다른 사람과 고립 시키기입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가해자는 아이와 세상 사이의 연결 고리를 하나씩 끊어냅니다. 엄마한테 우리 연락하는 거 말하지 마. 어른들은 우리 사이 이해 못 해. 친구들한테 말해봤자 소용없어. 걔네가 널 진짜 위할 것 같아? 너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하는 건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야. 이렇게 그들의 문자는 외롭고 힘든 피해자의 마음을 흔들고 자기만 믿게 만듭니다.

아이는 점차 부모님이나 친구보다 가해자를 더 의지하게 됩니다. 가해자가 없으면 불안해집니다. 가해자가 만든 작은 세상 속에 갇히게 됩니다. 이제 가해자의 말은 곧 법이자 진리가 됩니다.

그걸 증명해 봐

충분히 친해졌다고 판단되면 가해자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이를 성적 길들이기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것을 요구합니다. 다리 사진 좀 보내봐, 살 빠졌나 봐주게. 교복 입은 전신 사진이 보고 싶다. 아이가 주저하면 서운한 티를 냅니다. 우리 사이에 이것도 못 해줘? 내가 너한테 쓴 돈이 얼마인데. 나는 널 사랑해서 다 보여줬는데,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모양이구나. 그들의 요구는 서서히 선을 넘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혼란스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키기 싫습니다. 또, 거절했다가 이 관계가 깨질까 봐 두렵습니다. 알았어. 대신 다른 사람한테 절대 보여주면 안 돼. 당연하지,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아이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전송합니다. 가해자는 칭찬을 퍼붓습니다. 너무 예쁘다, 역시 내 여친이야. 칭찬을 들은 아이는 안도합니다. 사랑을 확인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요구 수위는 점점 높아집니다.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기 시작합니다. 속옷만 입고 찍어줘. 얼굴 나오게 나체 사진 보내. 자위하는 영상 찍어 보내.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우리 헤어지는 거야. 피해자 아이는 거부하고 싶지만 이미 뇌가 마비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니까 해줘야 한다는 왜곡된 의무감에 사로잡힙니다.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돌변한 가해자

결정적인 사진이나 영상(성 착취물)이 가해자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그놈의 태도는 180도 돌변합니다. 가면을 벗고 악마의 얼굴을 드러냅니다. 다정했던 오빠는 사라지고 잔혹한 협박범만 남습니다. 아이가 더 이상 못 하겠다고 거부하면 협박이 시작됩니다. 야, 이거 네 친구들 단톡방에 뿌린다. 너희 학교 홈페이지에 올릴까. 부모님한테 전송한다. 아빠가 보면 참 좋아하시겠다. 아이는 공포에 질려 빕니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시키는 거 다 할게요. 이때부터 아이는 디지털 성 노예가 됩니다.

가해자는 더 자극적인 영상을 요구합니다. 엽기적인 행동을 시킵니다. 심지어 오프라인 만남을 강요하고 성폭행을 하거나 다른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합니다. 피해자인 아이는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사진이 유포될까 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합니다. 스마트폰 알림 소리만 들려도 발작을 일으키며 방구석에서 홀로 말라죽어 갑니다.

가스라이팅의 공포

그루밍 성범죄가 악랄한 이유는 피해자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가해자는 끊임없이 아이를 세뇌시킵니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이죠. 이런 식입니다. 네가 먼저 연락했잖아. 네가 좋다고 사진 보냈잖아. 내가 강제로 시켰어? 너 사실 즐긴 거 아니야? 이거 완전 걸레네. 이런 메시지를 보는 아이는 기겁을 합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 내가 보냈지. 내가 나쁜 년이야. 부모님이 알면 날 죽이려 할 거야. 내가 더 잘하면 오빠가 다시 다정해질 거야. 이런 왜곡된 생각 때문에 피해자들은 신고를 꺼립니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혐오하며 자해를 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합니다. 이것은 명백한 영혼 살인입니다.

N번방 같은 조직화된 범죄

과거 N번방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그 사건의 본질이 바로 이 그루밍과 협박이었습니다. 주범 조주빈과 그 일당은 감옥에 갔지만, 모방 범죄는 지금도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랜덤 채팅 앱에서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수법이 더 진화했습니다. 지인 능욕방이나 겹지인방을 만들어 피해자의 신상을 털고 조직적으로 조리돌림하며 협박합니다.

 

일탈계를 운영하는 청소년을 타깃으로 삼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역으로 협박해 성 착취물을 뜯어냅니다. 게임 아이템을 미끼로 초등학생에게 접근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 안의 포식자들은 한 명의 피해자만 노리지 않습니다. 수십, 수백 명의 아이들을 동시에 관리하며 폴더별로 정리해 둡니다. 그들에게 아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그저 수집품이자 배설구일 뿐입니다. 이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짐승보다도 저열한 동물입니다.

법은 너를 지켜준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청소년 여러분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잘못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모든 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이며 여러분은 덫에 걸린 피해자일 뿐입니다.  이제 대한민국 법은 그루밍 성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합니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습니다.

①온라인 그루밍처벌법 (신설). 성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여 대화를 하거나 유인하는 행위 자체 만으로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합니다. 실제로 만나지 않아도,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대화 만으로도 처벌받습니다.

②성 착취물 제작·소지 처벌. 가해자가 보낸 사진을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는 1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성 착취물을 제작하게 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중형을 받습니다.

③위장 수사 허용. 경찰이 신분을 숨기고 미성년자 인척 채팅방에 들어가 가해자들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아무리 익명 뒤에 숨어도 결국 잡힙니다.

착각하지 말고 정신을 차리자

지금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청소년 여러분, 혹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당신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고 있습니까? 부모님 몰래 비밀 대화를 요구합니까? 당신의 신체 사진을 원합니까? 사랑한다는 말을 무기로 무리한 부탁을 합니까?

단언컨대,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것은 성욕을 채우기 위한 수작이며 당신을 노예로 부리기 위한 족쇄입니다. 진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의 나체 사진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곤란해할 비밀을 만들자고 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미래를 인질로 삼아 협박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자! 탈출구는 있다

이미 덫에 걸렸어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덫에 걸렸음을 알았으면 다행입니다. 협박이 두려워 계속 끌려 다니면 지옥은 끝나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서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덫에 걸려 있다면 반드시 다음과 같이 하셔야 합니다. 첫째, 반응하지 마십시오. 가해자의 협박에 대꾸하지 말고, 요구를 들어주지 마십시오.

둘째, 증거를 모으십시오. 대화 내용, 협박 메시지, 가해자의 아이디 등을 모두 캡처하십시오.

셋째,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마십시오. 부모님이 무섭다면 전문 기관에 먼저 연락하십시오.

경찰청 (112),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02-735-8994): 영상 삭제를 도와줍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상담과 법률 지원

당신은 범죄 피해자입니다.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 욕망을 채우려 한 비겁하고 아주 나쁜 놈들입니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십시오. 그리고 스마트폰 속의 가짜 세상이 아닌, 진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대화를 하십시오. 당신의 행복은 지금부터 입니다.

다음 화를 예고합니다. 다음 제13화는 픽셀 위의 전쟁터, 악플과 사이버 명예훼손입니다.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의 심장에 칼을 꽂는 키보드 워리어들, 손가락 살인이 어떻게 가해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지, 사이버 모욕죄의 실체를 추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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