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2시입니다. 부모님은 안방에서 주무십니다. 방문을 걸어 잠근 아이는 이불 속에서 스마트폰을 켭니다. 화면 불빛이 아이의 상기된 얼굴을 비춥니다. 아이는 익숙하게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합니다.
성인 인증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가입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화면은 화려합니다.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바카라 테이블, 현란한 그래픽의 슬롯머신, 그리고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사설 토토가 아이를 유혹합니다.

그들은 이것을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모바일 게임의 연장선일 뿐입니다. 친구들도 다하고, 그냥 홀덤 한 판 재미로 친다는 생각에, 만 원 충전해서 오만 원 만들면 개이득 아니냐는 그들의 말은 철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아이들은 착각합니다.
자신이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속의 거대한 도박장이 아이의 뇌와 영혼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그곳은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가장 위험한 카지노입니다.

악마의 초심자 행운
도박 중독의 시작은 대부분 초심자의 행운에서 비롯됩니다. 처음 호기심에 만 원을 걸어봅니다. 그런데 운 좋게 이깁니다. 순식간에 돈이 두 배, 세 배로 불어납니다. 이 순간, 뇌에서는 엄청난 양의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앞서 제5화 절도 편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도파민입니다. 뇌는 이런 강렬한 쾌감을 성공의 기억으로 각인합니다.

아이는 생각합니다. "나는 소질이 있나 봐." "이러다 부자 되겠는데?" 아르바이트로 한 달 내내 땀 흘려 버는 돈이 우습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클릭 몇 번이면 그러한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비극이 시작됩니다.
뇌는 더 큰 자극을 원합니다. 배팅 금액이 커집니다. 만 원이 십만 원이 되고, 백만 원이 됩니다.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 몰래 책상 밑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합니다.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머릿속은 온통 다음 판 생각뿐입니다. 이미 뇌가 도박에 절여진 중독 상태가 된 것입니다.

설계된 덫에 빠진 아이들
청소년 여러분이 반드시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접속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는 절대로 공정한 게임장이 아닙니다. 그곳은 철저하게 설계된 덫입니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전문적인 사기꾼들입니다. 그들은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승률을 마음대로 조정합니다.

처음에는 여러분이 돈을 따도록 일부러 져줍니다(미끼). 여러분이 도파민에 취해 경계심을 풀고 더 큰 돈을 걸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승률을 조작해 여러분의 모든 돈을 쓸어 담습니다. 이번 판은 그림이 좋다, 패턴을 분석했다는 말은 모두 환상입니다.
여러분은 슈퍼컴퓨터와 전문 도박사들을 상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여러분은 고객이 아니라 돈을 바치러 제 발로 걸어 들어온 호구일 뿐입니다.

10대 사채업자의 등장
가진 돈을 모두 잃었습니다. 하지만 도박을 멈출 수 없습니다. 뇌는 본전을 찾아야 한다고 아우성칩니다. 이제 돈을 빌리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돈을 빌립니다. 부모님 지갑에 손을 댑니다. 그래도 부족합니다. 결국 아이들은 가장 위험한 손길인 청소년 대상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습니다.

SNS에는 대리 입금(댈입), 급전, 갠돈 같은 해시태그가 넘쳐납니다. 같은 10대나 20대 초반의 선배들이 돈을 빌려줍니다. 절차는 간단합니다. 학생증과 부모님 연락처만 넘기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돈은 악마의 돈입니다. 이자는 살인적입니다. 10만 원을 빌리면 일주일 뒤에 15만 원, 20만 원을 갚아야 합니다. 연 이자율로 따지면 수천 퍼센트가 넘는 불법 고리대금입니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지옥이 시작됩니다. 빚쟁이 친구와 선배들은 밤낮없이 전화와 문자로 협박합니다. 학교 홈페이지에 네 사진이랑 돈 안 갚았다는 내용 올린다, 부모님 직장에 전화해서 알린다, 지금 집 앞이다 나와라 같은 협박이 밤낮없이 이루어 집니다.
그들은 삶은 지옥이 됩니다. 소득이 없는 청소년이 거대한 빚과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벼랑 끝에 몰린 아이들의 선택지는 단 하나뿐입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빚을 갚기 위한 사기와 갈취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돈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도박이 2차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순간입니다. 첫째, 중고 거래 사기입니다. 가장 흔한 수법입니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에 없는 물건을 있는 것처럼 올립니다. 최신 아이폰, 아이패드, 콘솔 게임기 사진을 도용해 싸게 판다고 속입니다. 돈만 입금받고 잠적합니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도 상관없습니다. 당장 도박 빚을 막는 게 더 급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학교 폭력과 갈취입니다. 돈이 필요해진 아이들은 교실에서 약한 친구들을 표적으로 삼습니다. 처음에는 만 원만 빌려줘로 시작하지만 곧 매일 만 원씩 가져와로 바뀝니다.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합니다. 평범했던 학생이 도박 빚 때문에 학교 폭력 가해자, 갈취범이 되는 것입니다.

셋째, 조직 범죄의 하수인이 됩니다. 이것이 가장 심각한 단계입니다. 빚에 쪼들리는 청소년들을 노리는 성인 범죄 조직이 접근합니다. 아이들은 고액 알바라는 말에 속아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이 됩니다. 마약 유통의 운반책(드로퍼)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도박 빚을 갚으려다 더 깊고 어두운 범죄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됩니다.

실제 사건 기록, 어느 모범생의 파멸
이러한 모든 과정은 소설이 아닙니다. 언론에 보도된 수많은 실제 사례 중 하나를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이었던 B군은 성적도 중상위권이었고 교우 관계도 원만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보여준 스마트폰 화면 속 스포츠 토토가 시작이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팀 경기에 만 원을 걸었습니다. 팀이 이겼고 2만 원이 들어왔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도박은 1년 만에 B군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배팅 금액은 회당 수십만 원으로 커졌습니다. 부모님이 주신 학원비, 문제집 살 돈을 모두 도박 사이트에 쏟아부었습니다. 순식간에 빚이 5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SNS 사채업자들의 협박 문자가 쏟아졌습니다. B군은 공포에 질렸습니다. 결국 B군은 인터넷에 허위 매물을 올려 사기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명의 피해자에게 수백만 원을 가로챘습니다.

하지만 그 돈도 빚을 갚는 데 쓰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한 번만 크게 따면 다 해결된다는 망상에 빠져 사기 친 돈을 다시 도박 사이트에 입금했습니다. 당연히 모두 날렸습니다. 결국 피해자들의 신고로 경찰이 학교로 들이닥쳤습니다. B군은 사기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난 B군의 도박 총 배팅액은 억대가 넘었습니다. 부모님은 망연자실했고 집안은 풍비박산 났습니다.

도박으로 딴 돈은 없다
지금 스마트폰으로 도박 사이트를 들락거리는 청소년에게 경고합니다. 당신이 오늘 딴 10만 원은 당신의 돈이 아닙니다. 그것은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당신을 더 깊은 늪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잠시 빌려준 미끼일 뿐입니다. 당신은 결국 그 돈을 다 토해내고, 당신의 미래와 영혼까지 이자 쳐서 갚게 될 것입니다.

도박판에 해피엔딩은 없습니다. 돈을 잃으면 빚쟁이가 되어 범죄의 유혹에 빠지고, 돈을 따면 뇌가 망가져 더 큰 도박에 빠집니다. 어느 쪽이든 결말은 파멸입니다. 지금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사이트에서 탈퇴하고 앱을 지우십시오. 혼자 힘으로 멈출 수 없다면 부모님이나 선생님, 전문 기관인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1336에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빚쟁이가 되어 쫓기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것인가의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다음 제8화는 청소년 마약을 다룹니다. 파멸의 알약에 청소년의 뇌가 녹아내립니다. 다이어트 약으로 위장하거나 집중력 높이는 약이라며 접근하는 마약의 검은 유혹들, 단 한 번의 호기심이 어떻게 뇌를 영구적으로 파괴하는지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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