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인지부조화를 다루었습니다.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뇌는 불쾌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불쾌감이 바로 인지부조화입니다. 인간은 이러한 불편함을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해결하려고 하죠. 해결 방법은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 행동을 바꾸는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입니다.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 금연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쉽지 않습니다. 고통과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둘째,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러면 행동은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의 행동에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이죠. "담배를 피워도 장수하는 사람은 많아." "스트레스받는 것보다는 오히려 담배를 피우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아." 이처럼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조금만 비틀면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두 번째 길을 선택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합리화라고 부르죠. 이번 글에서는 합리화가 현실과 드라마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이, 그리고 자주 뇌가 만든 거짓말에 속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주변의 인지부조화
인지부조화는 우리 일상 곳곳에서 일어 납니다.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주식 투자와 존버의 심리를 알아 봅니다. 여기서 존버는 여러분께서 알고 계신 내용 그대로입니다. 매우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참고 견딘다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한 분이 A기업 주식을 샀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큰돈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폭락하고 계좌는 파란불이 되었습니다.이때 인지부조화가 발생합니다.

자신의 신념은 나는 현명한 투자자이고, 나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나는 실제로 돈을 잃고 있으며 내 판단은 틀렸다는 것입니다. 돈은 잃어서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인지부조화로 마음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부조화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손절매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죠.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뇌는 방어기제를 작동시킵니다. "이건 손실이 아니지. 아직 안 팔았잖아." "이 기업은 가치가 있어. 시장이 아직 모르는 거지." "지금 파는 사람은 바보야. 나는 장기 투자자야." 소위 말하는 존버(버티기)가 시작됩니다. 물론 실제 가치 투자인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 만들어낸 합리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가 매수(물타기)까지 하며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려 듭니다. 돈을 잃는 것보다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 더 힘들기 때문입니다.

명품 소비와 가심비 사례입니다. 2부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어느날 백화점에서 충동적으로 비싼 가방을 샀습니다. 할부 고지서를 보니 속이 쓰립니다. 저축해야 한다는 신념과 과소비라는 행동이 충돌합니다. 마음이 많이 불편합니다. 이때 뇌가 빠르게 계산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죠. "이건 낭비가 아니야. 나를 위한 투자야." "이 브랜드는 매년 가격이 올라. 지금 사는 게 돈 버는 거지지." "일주일에 5번 들면 하루에 커피 한 잔 값도 안 돼." 소비의 이유를 사후에 만들어냈습니다. 사실 필요해서 명품을 산 것이 아닙니다. 사고 나서 필요성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가심비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합니다. 사실은 그저 합리화일 뿐이죠.

나쁜 연애를 끊지 못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말리는 연애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는 바람을 피우거나 폭언을 하기도 합니다.누가 봐도 헤어지는 게 맞습니다.하지만 본인은 헤어지지 못합니다. 내가 이 사람을 선택했다는 신념 때문입니다. 상대가 나쁜 사람임을 인정하면 그 사람을 선택한 나의 안목도 부정당합니다.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돈, 감정도 모두 헛수고가 됩니다. 이러한 심리적 고통은 생각보다 큽니다. 그래서 피해자는 가해자를 변호합니다.

원래는 착한 사람인 데, 가정 환경이 불우해서 표현이 서툴뿐이고, 내가 아니면 이 사람을 감당할 사람이 없다는 논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냅니다. 물론 뇌가 만드는 합리화입니다.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믿기 위해 상대를 미화하는 것입니다. 가스라이팅이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합리화의 늪에 빠지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 극단적 인지부조화
드라마 속 인물들은 인간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들이 악행을 저지르고도 당당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 역시 인지부조화를 겪습니다. 드라마 SKY 캐슬의 부모들은 자식을 사랑으로 포장하여 학대합니다. 학부모 한서진(염정아)를 봅시다. 그녀는 딸 예서(김혜윤)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시험지를 유출하고, 경쟁자를 짓밟습니다. 당연히 범죄이고 아동 학대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기만 합니다. 그녀의 내면에서 부조화가 해결되는 방식이 다음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딸 예서를 의대에 보내기 위해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웁니다(행동). 그녀는 딸을 몰아 부치는 이유는 자신은 자식을 정말 사랑하는 훌륭한 엄마(신념)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는 열쇠는 성공, 즉 딸이 원하는 의대에 합격하는 것이죠. 그녀는 수시로 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다 너를 위해서야." "대학만 가면 네가 나한테 고마워할 거야."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모성애로 포장합니다. 자식을 위한다는 명분은 셉니다. 엄마의 어떠한 비도덕적인 행동도 이 명분 아래에서는 희생으로 둔갑하고 말죠. 그녀가 무너지지 않고 악행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그녀는 딸의 성공을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는 엄마입니다. 모성애든 뭐든 말할 것도 없이 매우 잘못된 행동입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박연진(임지연)은 또 다른 독특한 악역 케릭터입니다. 물론 모든 악역들의 성향이 이 여성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는 반성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반성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반성이란 단어 자체를 모르는 여성입니다. 양심과 염치도 아예 없습니다. 그녀는 피해자 문동은(송혜교)가 사과를 요구했을 때 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널 위해 뭘 해줘야 하는데?"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 뭐 그런 거? 내가 왜?"

보통 사람은 남에게 해를 입히면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는 신념과 남에게 해를 입혔다는 행동이 충돌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박연진은 다릅니다.그녀는 신념 자체를 왜곡시킵니다. 나는 특별한 존재다. 약한 애들은 밟혀도 된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 이 것이 그녀의 신념입니다. 그녀의 세계관에서 폭력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강자가 약자를 다루는 당연한 방식일 뿐이죠. 신념 자체가 비뚤어져 있으니 인지부조화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부조화가 없으니 반성도 없습니다. 인지부조화를 피하기 위해 도덕성을 완전히 삭제해버린 악마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인지부조화가 낳은 괴물
인지부조화를 알게되면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사람들은 진실도 원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의 평안을 더욱 원합니다. 누구나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불편하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애써 무시하기도 하죠. 반대로 내 생각이 맞다는 정보는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많이 수집하게 됩니다. 이것이 심화되면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됩니다. 확증 편향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기대를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그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정치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을 보세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명백한 증거도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에 뉴스를, 수사한 검찰을 부정합니다. 이 사건은 조작됐고 상대방의 함정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팩트(Fact)보다 자신의 믿음을 지켜줄 거짓말을 믿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는 사람들도 주위에는 많습니다.
뇌의 거짓말에 속지 않으려면
우리는 모두 인지부조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저도 역시 물건을 사고 합리화하고, 때로는 실수를 남 탓으로 돌리곤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뇌가 자연스럽게 방어기제를 작동해서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각입니다. 맞지 않는 변명이 마음속에서 들려올 때는 그러한 생각을 멈춰 세워야 합니다. 지금 자신의 뇌가 불편함을 피하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합리화는 당장의 고통을 줄여줍니다. 마취제와 같습니다. 하지만 마취제만 맞아서는 상처가 치료되지 않죠. 상처를 치료하려면 환부를 직시해야 합니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 내 판단이 틀렸음을 받아들이는 것, 내가 나쁜 행동을 했음을 시인하는 것 등입니다. 그러면 마음이 불편하지만, 불편함을 견디는 순간에 우리는 한단계 도약할 수 있습니다. 인지부조화에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은 자신의 몫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뇌는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 스스로 방어기제를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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