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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치유하기/그들은 누구인가

행동 수정 3부, 소거의 기술

by 행복 리부트 2025. 12. 28.

목이 마릅니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음료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평소 같으면(강화) 나왔어야 할 보상이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합니까? 커피가 안나오네 하고 점잖게 돌아서십니까? 그렇지 않죠. 아마 모든 사람들이 버튼을 다시 누를겁니다. 좀 더 세게 누릅니다. 연타로 누릅니다.

자판기에 음료수가 안나오자 열불난 남성의 행동, 제미나이

 

그래도 안 나오면 자판기를 쾅쾅 치거나 발로 찹니다. 욕을 하기도 합니다. 매우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행동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일시적으로 폭발하듯 늘어났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소거 폭발(Extinction Burst)이라고 부릅니다.

 

소거, 행동을 없애는 확실한 기술

행동수정에서 특정 행동을 없애는 과정을 소거(Extinction)라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그 행동을 유지시키던 강화물(보상)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입니다. 관심을 받으려고 우는 아이가 있습니다. 부모가 무시하면 아이가 울음을 그칩니다. 레버를 눌러도 먹이가 절대 나오지 않으면 쥐는 결국 레버 누르기를 멈춥니다. 이것이 소거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소거가 완성되기 직전에 찾아오는 마지막 발악입니다. 소거 폭발인 것이죠.

마트에 엎드려 떼를 쓰는 아이, 제미나이

마트에서 드러눕는 아이

전형적인 상황을 봅시다. 마트에서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릅니다. 부모는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아이는 칭얼거립니다. 부모는 무시합니다. 이것은 올바른 소거 절차입니다.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 봅니다. ? 평소에는 칭얼거리면 사줬는데 왜 안 사주지? 내 목소리가 너무 작은가? 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바닥에 드러눕습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떼를 씁니다. 평소보다 행동의 강도가 10배는 강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소거 폭발입니다. 자판기를 발로 차는 것과 똑같은 심리입니다. 이래도 반응 안해? 라고 시위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소거 폭발에 항복하는 부모, 제미나이

부모가 하는 최악의 실수

많은 부모나 교사가 이 단계에서 무너집니다. 아이는 너무 심하게 울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습니다. 덜컥 걱정이 됩니다. 이러다 애 잡겠다는 생각이 떠 오릅니다. 결국 부모는 항복합니다. 아이의 손에 장난감을 쥐여줍니다. 이것은 행동수정학적으로 재앙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부모는 지금 아이의 소거 폭발 행동을 강화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1부에서 보셨죠? 강화는 아기의 행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아이는 무섭게 학습합니다. 그냥 울어서는 안 되는구나. 바닥을 구르고 소리를 질러야 사주는구나! 이제 아이의 떼쓰기 수준은 한 단계 상향되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처음부터 바닥에 드러누울 것입니다. 소거 폭발 단계에서 보상을 주면 그 나쁜 행동은 더욱 강력해지고 끈질겨집니다.

소거 폭발은 잘 되고 있다는 신호, 제미나이

폭발은 소멸의 신호다

나쁜 습관을 고치거나 타인의 행동을 교정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 상대방의 행동이 갑자기 격해진다면? 그것은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잘 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행동이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 에너지를 쏟아붓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때가 가장 중요합니다. 버텨야 합니다. 자판기를 발로 차도 음료수가 안 나오면 결국 포기하고 돌아섭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에 그 행동은 급격히 줄어들다가 사라집니다.

 

가장 어두운 새벽을 견뎌라

소거 폭발의 원리는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됩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야식을 끊었습니다. 보상을 차단하는 것이죠. 며칠은 참을 만합니다. 그런데 3일째 되는 날쯤 미친 듯이 식욕이 폭발합니다. 냉장고를 부수고 싶을 정도로 배가 고픕니다. 이때가 바로 소거 폭발입니다. 뇌가 제발 먹을 걸 달라고 발악하는 것입니다.

소거 폭발 중인 다이어트 시행자, 제미나이

 

이 고비를 넘기면 식욕은 가라앉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먹어버리면, 우리의 뇌는 역시 버티면 주는구나라고 학습하여 다음번엔 더 참기 힘들어집니다. 변화는 계단식으로 오지 않습니다. 좋아지기 전에 한 번 더 나빠지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그러한 폭발의 순간이 바로 성공의 문턱임을 안다면 우리는 고통을 좀 더 의연하게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버티십시오. 그러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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