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단에는 거대한 코끼리가 있습니다. 몸무게가 5톤이 넘는 코끼리는 트럭도 뒤집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코끼리는 아주 얇은 밧줄에 발목이 묶여 작은 나무 말뚝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코끼리는 줄을 순식간에 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얌전히 말뚝 주변만 맴돕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비밀은 코끼리의 어린 시절에 있습니다. 조련사는 아주 어린 아기 코끼리일 때부터 발목을 쇠사슬로 묶어 둡니다. 아기 코끼리는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발버둥 치고 줄을 당겨봅니다. 하지만 힘이 약한 아기 코끼리는 줄을 끊을 수 없습니다. 시도하고 실패합니다. 또 시도하고 또 실패합니다. 이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아기 코끼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이 줄을 절대로 끊을 수 없구나." 이런 생각은 코끼리의 뇌에 각인됩니다. 시간이 흘러 코끼리는 덩치가 커졌습니다. 이제는 줄을 끊을 힘이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시도하지 않습니다. 이미 마음속에서 노력해도 안된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마틴 셀리그먼의 잔인한 실험
1967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그는 개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개를 세 그룹으로 나눕니다. A 그룹은 묶여 있지만 전기 충격은 주지 않습니다. B 그룹은 전기 충격을 주지만, 코 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충격을 멈출 수 있습니다(통제 가능). C 그룹은 전기 충격을 주지만 무슨 짓을 해도 충격을 멈출 수 없습니다(통제 불가능).

하루 뒤, 연구팀은 개들을 셔틀 박스라는 다른 상자로 옮겼습니다. 이 상자는 가운데 낮은 담장이 있고, 개가 담장만 넘으면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아주 쉽게 도망칠 수 있는 환경이었죠. 전기 충격을 가하자 A 그룹과 B 그룹의 개들은 즉시 담장을 넘어 도망쳤습니다. 충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C 그룹의 개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도망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있는데도, 그저 바닥에 엎드려 낑낑대며 전기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냈습니다. 도망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무기력을 학습한 것입니다.

해도 안 된다는 믿음
셀리그먼은 이를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여기에서 고통의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진짜 문제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자신의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 생기면 생명체는 생존 의지를 잃어버립니다.
얇은 줄에 묶인 코끼리처럼, 열린 문 앞에 엎드린 개처럼 삶의 의지를 상실한 무기력한 생명체가 됩니다. 이런 상태에 이른 자신도 힘들겠지만, 옆에서 지켜 보는 사람의 고통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음 2부에서는 인간에게 적용되는 무기력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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