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 만들기/마음과 관계 속의 행복

카우아이 섬의 기적 1부

by 행복 리부트 2025. 12. 13.

우리는 흔히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을 지상낙원이라 부릅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쏟아지는 햇살은 평화로움 그 자체입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 킹콩, 아바타의 배경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계를 1955년으로 돌려본다면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카우아이 섬에서 촬영하고 있는 영화 킹콩, 제미나이

 

당시 카우아이 섬은 가난과 절망이 지배하는 곳이었습니다. 섬의 경제는 사탕수수 농장이 전부였습니다. 주민 대다수는 농장에서 일하는 이민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삶은 고단했습니다. 뙤약볕 아래서의 고된 노동은 그들의 육체를 갉아먹었습니다. 가난은 대물림되었고 가정 불화와 알코올 중독은 섬 전체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교육 수준은 낮았고 희망은 사치였습니다.

 

이렇게 척박한 땅에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에미 워너(Emmy Werner, 1929-2017) 교수가 도착했습니다. 그녀는 이곳에서 인간의 발달에 관한 실험을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실험의 주제는 열악한 환경은 인간의 삶을 어디까지 파괴하는가? 인간의 운명은 태어난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가? 였습니다.

하와이 카우아이섬

 

833명의 아이들

에미 워너 교수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습니다. 1955년 한 해 동안 카우아이 섬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표본 추출이 아닌 전수 조사였습니다. 그렇게 모인 아이들의 수는 총 833명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소아과 의사,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들은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뱃속에 있을 때의 상태, 부모의 직업, 가정 환경, 건강 상태 등 모든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수십 년간 추적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초기 카우아이 종단 연구 모습 상상화, 제미나이

 

이것이 바로 심리학 역사에 길이 남을 카우아이 종단 연구(Kauai Longitudinal Study)의 시작이었습니다. 833명의 아이들을 장기 추적하는 연구입니다. 연구의 출발은 쉽지 않았습니다. 833명의 아이 중 상당수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었습니다. 영양 상태는 좋지 않았고 부모의 보살핌은 부족했습니다. 워너 교수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고위험군 201

연구팀은 833명의 아이 중에서도 특히 상황이 심각한 아이들을 분류했습니다. 이른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절망적이었습니다첫째, 극심한 빈곤 상태에서 태어났습니다. 둘째, 출산 과정에서 조산이나 저체중 등 신체적 스트레스를 겪었습니다. 셋째, 부모의 불화가 심각하거나 이혼한 가정이었습니다. 넷째, 부모가 알코올 중독이거나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네 가지 악조건 중 네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거나 대부분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총 201명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태어나자마자 실패할 운명이라는 보이지 않는 꼬리표가 붙은 셈이었습니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아이들 상상화, 제미나이

 

당시 주류 심리학계와 사회학계의 시선은 냉정했습니다. 1950년대의 학문적 분위기는 환경 결정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논리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예측했습니다. 201명의 아이들에게 미래는 없다. 이들은 십중팔구 비행 청소년이 될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범죄자나 중독자가 되거나 정신 질환을 앓으며 사회의 짐이 될 것이다. 학자들의 시선은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당시 실험에 부정적인 학자들의 모습 상상 이미지, 제미나이

 

예견된 비극의 반전 조짐

연구팀은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주기적으로 체크했습니다. 2, 10, 18, 32, 40세가 될 때마다 심층 면담과 기록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초기의 데이터는 전문가들의 비관적인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습니다.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학교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싸우는 집의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했습니다. 알코올 중독 부모를 둔 아이들은 방치되었습니다. 카우아이 섬의 아름다운 풍광 뒤에는 방치된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무기력함이 깔려 있었습니다.

실험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제미나이

 

모두가 결과를 뻔히 아는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진흙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결국 진흙투성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에미 워너 교수와 연구팀은 이 참혹한 데이터가 쌓여가는 것을 지켜보며 인간이 환경의 지배를 받는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데이터 더미 속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아니 상식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숫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예견된 비극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뒤집는 반전의 서막이었습니다. 2부에서 내용을 말씀드립니다.


TOP

Designed by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