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지난 두 편의 글을 통해 우리는 감정이 사건 자체가 아닌, 그 사건을 해석하는 신념에 따라 결정된다는 ABC 모델을 알아 보았습니다.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는 네 가지 비합리적 신념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살펴보았지요. 오늘은 비합리적 신념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사고를 뒤흔들어 놓는지 알아볼 차례입니다. 바로 인지 왜곡(Cognitive Distortions)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지 왜곡이란 우리가 정보를 처리할 때 논리나 현실과 다르게 정보를 해석하는 습관적이고 비합리적인 생각의 패턴을 말합니다. 마치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의 안경 렌즈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거나 특정 색깔로만 코팅되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 왜곡된 렌즈 때문에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곤 합니다. 심리학자 아론 벡(Aaron Beck)과 데이비드 번즈(David Burns) 등이 연구한 대표적인 인지 왜곡 유형들을 통해 당신의 마음속 렌즈를 하나하나 알아 보겠습니다.

①흑백논리 또는 이분법적 사고
세상을 모두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로만 판단하는 사고방식입니다. 회색 지대나 중간 영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완벽한 성공 아니면 완전한 실패로만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만점을 받지 못하면 스스로를 완벽한 실패자라고 단정 짓는 것입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자신의 전체 노력을 무가치하게 만든다고 느낍니다. 이 사고는 유연성이 없고, 자신이나 타인에게 가혹한 기준을 적용하여 결국 모든 일에 대한 부담감을 극도로 높입니다. 이들은 어제 저녁에 케이크 한 조각을 먹었으니, 다이어트는 완전히 망쳤다. 이제 다이어트는 포기하자라고 생각합니다. 저 친구는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나쁜 사람이다 같은 사고입니다.

②과잉 일반화
과잉 일반화는 단 한 번의 부정적인 사건이나 경험을 가지고, 그것이 모든 미래 상황이나 자신의 삶 전체가 그러할 것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입니다. 마치 단 한 번의 비를 보고 이제 평생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믿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지나치게 넓은 범위로 확대 해석하는 오류입니다. 말도 안되는 사고인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소개팅 실패한 사람이 이번 소개팅이 잘 안 됐으니 나는 평생 누구와도 잘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매력이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발표 실수를 한 사람이 이번 발표에서 실수를 했으니 앞으로 모든 발표는 다 망칠 것이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소질이 없다 라고 미리 생각합니다.

③정신 읽기
정신 읽기는 상대방이 실제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았는데도, 그 사람의 생각이나 의도를 독심술처럼 추측하고 확신하는 왜곡입니다. 이러한 추측은 대개 부정적이며 상대방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으려는 특징을 갖습니다. 이와 같은 왜곡은 종종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을 초래합니다. 상사가 회의 내내 나를 쳐다보지 않았을 때 상사가 나에게 화가 났거나, 내가 한 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라고 지레짐작합니다. 친구가 나의 문자 메시지에 알았어, 또는 응 이라고만 보냈을 때 친구는 나를 귀찮아하고 있구나. 이제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게 틀림없다라고 혼자 결론을 내립니다.

④부정적 필터링
부정적 필터링은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측면은 모두 걸러내고, 오직 부정적인 부분만 확대하여 인식하는 사고방식입니다. 마치 사진 필터처럼 세상의 모든 밝은 색깔을 제거하고 어두운 색깔만 남기는 것과 같습니다. 좋은 일이 99가지 있었어도 단 한 가지 나쁜 일에만 집중하여 전체를 부정적으로 판단합니다. 보고서에 대한 상사의 긍정적인 평가 5가지는 무시하고,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단 한 줄의 내용에만 집착합니다. 결국 내 보고서는 엉망이었구나 라고 결론짓습니다. 즐겁게 파티를 즐겼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실수로 컵을 엎지를 뻔했던 작은 순간에만 집중하며, 사람들이 나를 바보같이 생각했을 거야 라고 괴로워합니다.

⑤재앙화
재앙화는 사소하거나 평범한 사건을 가장 끔찍하고 견딜 수 없는 재앙으로 상상하고 확신하는 왜곡입니다. 이는 우리가 이전에 비합리적 신념에서 다루었던 과장된 부정 평가와 연관이 있습니다.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거나, 설령 일어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만 상상하면서 괴로워합니다. 출근길에 차가 막혀 5분 늦을 것 같을 때 5분 늦으면 해고당할 거야.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구나라며 극도의 공포에 빠집니다. 가슴이 조금 두근거릴 때 심장마비가 올 거야. 지금 당장 죽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며 패닉에 빠져 응급실을 찾습니다.
재앙화를 멈추려면 스스로에게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것은 정말 끔찍해서 견딜 수 없는 일일까요? 대부분의 경우 힘들지만 견딜 수 있다는 답을 찾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되나요?" 대부분의 재앙화 시나리오는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미리 대처 방안을 생각하면 통제감을 되찾게 됩니다.

⑥개인화
개인화는 외부에서 일어난 부정적인 사건이나 타인의 부정적인 행동이 모두 자기 자신 때문에 일어났다고 믿는 왜곡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느낍니다. 이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까지 지나친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왜곡은 전체적 자기 평가와 마찬가지로 자존감을 심하게 깎아내립니다. 팀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자신의 역할 외의 다른 팀원의 실수나 외부 요인들은 무시하고 결국 내가 충분히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팀이 실패한 것이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가 오늘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 내가 어제 했던 말 때문에 친구 기분이 상한 것이 분명하다. 내가 뭔가 잘못했어 라고 확신하면서 사과할 준비를 합니다.
개인화를 극복하려면 객관성 회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번 상황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른 외부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환경, 타인의 기분, 운, 우연 등 통제 불가능한 요소를 찾아봅니다. 내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었던 부분은 어느 정도일까요? 자신의 실제 기여도를 객관적인 퍼센트로 평가해 봅니다.

⑦해야 한다는 진술
해야 한다는 진술 은 자신이나 타인, 또는 세상이 특정하게 행동해야만 한다는 절대적인 규칙을 적용하는 왜곡입니다. 이는 이전에 다루었던 필요성이라는 비합리적 신념의 직접적인 표현입니다. 이러한 진술을 지키지 못하면 자신에게는 죄책감, 타인에게는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나는 항상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완벽해야만 해. 피곤하다고 쉬면 안 돼.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결국 과도한 스트레스와 소진을 유발합니다. 내 파트너라면 마땅히 나를 항상 1순위로 두어야만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파트너가 기대에 못 미칠 때마다 분노하고 의심하며 관계 갈등을 겪게 됩니다.

⑧독심술과 예언자 오류
③에서 정신 읽기를 다루었습니다. 정신 읽기가 타인의 생각을 아는 것이었다면, 예언자 오류는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측하고 그것이 마치 확실한 사실인 양 여기는 왜곡입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현재 생각(독심술)을 바탕으로 부정적인 미래(예언자 오류)를 예측하곤 합니다. 이 왜곡은 불확실한 미래를 미리 단정 지어 불필요한 불안과 걱정을 초래합니다. 예언자 오류는 이런 것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분명 실패할 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을 게 뻔해라고 미리 결론 내리고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독심술과 예언자 오류는 회의 중 아무도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을 때, 다들 내 의견이 별로라고 생각하네. 분명 이 프로젝트에서 나는 제외될 거야 라고 생각하며 좌절합니다.

⑨감정적 추론
감정적 추론은 자신의 감정이 곧 현실의 증거라고 믿는 왜곡입니다. 내가 그렇게 느끼니까, 그것은 사실임에 틀림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니까 지금 정말 위험한 상황이 분명해 또는 내가 실패자처럼 느껴지니 나는 정말 실패자가 맞아라고 믿는 식입니다. 감정은 주관적인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객관적인 사실로 혼동하여 판단하는 오류입니다.이들은 나는 지금 너무 불안하고 초조하니, 분명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확신합니다. 나는 지금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니까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이 분명하다라고 스스로를 판단합니다.

⑩ 확대 및 축소
긍정적인 측면은 축소하고 부정적인 측면은 확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마치 망원경을 거꾸로 보는 것처럼 자신의 장점이나 성공은 하찮게 여기고 단점이나 실수는 엄청나게 과장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성공은 비범한 것으로 여기고 타인의 실수는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자기 비난을 강화하고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시험에서 A+를 받았지만, 이건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다른 사람들도 다 받은 거잖아라고 자신의 노력을 평가절하합니다.

⑪긍정 격하
긍정 격하는 말 그대로 모든 긍정적인 경험이나 정보들을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는 왜곡입니다. 자신에게 칭찬이 들어오거나 좋은 일이 생겨도 그건 당연한 거야,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지라고 생각하며 그 의미를 폄하합니다. 이는 행복감이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기회를 놓치게 만듭니다. 상사가 정말 잘했어요라고 칭찬해도, 그냥 의례적인 칭찬일 뿐이야. 내가 실제로 잘한 건 없어 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도, 이건 그냥 타이밍이 좋았을 뿐이야. 내가 노력해서 된 게 아니야라며 자신의 성취를 스스로 부정합니다.

⑫딱지 붙이기
딱지 붙이기는 한두 가지 행동이나 실수, 또는 단점을 가지고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부정적이고 고정된 딱지를 붙이는 왜곡입니다. 나는 실패자, 나는 게으름뱅이, 저 사람은 사기꾼과 같이 사람의 복합적인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한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해 버립니다. 이러한 인지 왜곡은 비합리적 신념의 전체적 자기 평가와 유사하지만 훨씬 더 극단적으로 영구적인 낙인을 찍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시험에 떨어졌으니 나는 바보야 처럼 한 번의 실패가 자신의 지성 전체를 정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약속을 한 번 어겼으니 저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야 라고 한 번의 행동으로 그 사람의 모든 인격을 판단합니다.

⑬선택적 추상화
선택적 추상화는 상황의 여러 측면 중에서 부정적인 부분이나 세부 사항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인지 왜곡입니다. 마치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 한 그루에 병든 잎사귀 하나만 보고 이 숲은 죽어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왜곡은 부정적 필터링과 유사하지만 훨씬 더 미세한 부분에 집중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강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청중 중 한 명이 하품을 했던 순간에만 집중하며 내 강연은 지루하고 형편없었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가 전반적으로 즐거웠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에서 주문이 잘못 나왔던 사소한 불만을 계속 곱씹으며, 오늘 데이트는 정말 별로였어라고 결론짓습니다.

⑭책임 전가
책임 전가는 자신에게 발생한 부정적인 사건이나 문제의 원인을 모두 타인이나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는 왜곡입니다. 자신의 행동이나 결정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항상 다른 누군가나 무언가를 비난합니다. 이는 반대로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개인화와 정반대의 극단적인 사고방식입니다.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은 전적으로 팀원들의 무능력 때문이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라고 주장합니다. 시험을 망친 것은 교수님이 문제를 어렵게 냈기 때문이야. 내가 공부를 안 한 것이 아니다라고 변명합니다.
오늘 우리는 다양한 인지 왜곡 유형을 알아 보았습니다. 이러한 왜곡은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뿌리내린 습관과 같습니다. 인지 왜곡은 자신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떠 올라서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지배합니다. 자신의 왜곡된 사고 패턴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감정적 고통의 절반은 해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다음은 이러한 인지 왜곡을 논리적으로 바로잡고 합리적인 신념으로 대체하는 논박기술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우리는 논박을 통하여 비합리적 신념이나 인지왜곡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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