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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철학자와 행복

피코가 전하는 행복 메시지(4)

by 행복 리부트 2025. 11. 16.

내 이름은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  나는 스물넷의 젊은 나이에,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아우르는 900개의 논제를 들고 로마로 향했다. 교황과 학자들 앞에서 인류가 쌓아 올린 모든 철학과 종교의 진리에 대해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사람들은 나의 오만함을 비웃었지만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세상에 선포하고 싶은 단 하나의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자들은 저마다 세상의 경이로움을 찬미했다. 별들의 운행, 자연의 질서, 천사들의 위계와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보다 더 위대한 기적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왜 인간은 이 모든 피조물 가운데 가장 경이로운 존재인가?

로마로 가고 있는 피코, 제미나이

 

많은 이들이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거나, 작은 우주(Microco sm)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 정의들은 너무나 초라하고 부족하게 느껴졌다. 나는 감히 선언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고정된 본성이 없다. 이제껏 그대들을 가르쳤던 모든 스승들을 잠시 잊어라. 그들은 모두 인간을 이미 완성된 존재, 혹은 정해진 위치에 있는 존재로 설명하려 했다. 나는 다르다. 나는 인간을 무한한 가능성 그 자체로 이야기하려 한다. 나는 인간의 영광을 노래하는 시인이자 그 무한한 자유를 선포하는 웅변가다. 나의 이야기는 그대들 자신이 바로 길을 만드는 자임을 깨닫게 하는 선언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인간만이 이런 특별한 지위를 갖게 되었는가? 그 비밀을 알기 위해, 우리는 태초에 신께서 아담을 창조하시던 그 순간으로 함께 돌아가야 한다. 다음 장에서 그대들에게 아주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창조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그 이야기 속에는 그대 자신의 위대함이 숨겨져 있다.

 

신의 마지막 피조물, 정해진 형상이 없는 존재

귀를 기울여 우주가 탄생하던 태초의 순간을 상상해보라. 하느님께서는 신성한 지혜의 법칙에 따라 이 세상이라는 집을 지으셨다. 그분은 먼저 천상의 세계를 만드셨다. 그 위에는 지성으로 가득한 천사들을 두셨다. 그분은 천체의 구()들을 만드시고, 그 안을 영원한 영혼을 가진 별들로 채우셨다. 그분은 또한 달 아래, 썩어 없어질 세상의 더러운 찌꺼기 속에 온갖 동물들을 만드셨다. 모든 것에게는 정해진 자리가 있었고 정해진 본성이 있었다. 사자는 용맹하게, 토끼는 겁 많게, 돌은 아래로 떨어지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났을 때,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지혜를 사유하고,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며, 그 위대함에 감탄할 누군가를 만들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분의 거대한 원형(Archetype) 창고에는, 더 이상 새로운 존재에게 줄 만한 독창적인 형상이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자리는 이미 채워져 있었고, 모든 본성은 이미 나누어 주었다. 위대한 장인께서 자신의 작품이 불완전하다고 인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침내, 하느님께서 해결책을 찾아내셨다. 그리고 마지막 피조물인 인간, 아담을 만드시고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담아, 나는 너에게 정해진 거처도, 고유한 얼굴도, 특정한 임무도 주지 않았다." "이는 네가 원하는 거처, 원하는 얼굴, 원하는 임무를 너 자신의 선택과 판단에 따라 스스로 쟁취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른 모든 피조물들은 내가 정해준 법칙의 한계 안에 묶여 있다. 하지만 너는 그 어떤 한계에도 갇히지 않고, 너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너 자신의 본성을 스스로 규정할 것이다. “나는 너를 세상의 한가운데에 세웠노라. 이는 네가 그곳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더 쉽게 둘러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나는 너를 하늘의 존재로도, 땅의 존재로도 만들지 않았다. 필멸의 존재로도, 불멸의 존재로도 만들지 않았다. 너는 너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너 자신을 빚어내는 영예로운 조각가이자 창조자다."

 

보았는가? 신은 우리를 이미 완성된 존재로 만들지 않으셨다. 그분은 우리를 가능성 그 자체로 만드셨다. 우리는 천사도 짐승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 안에 천사가 될 씨앗과 짐승이 될 씨앗을 모두 가지고 태어났다. 우리의 위대함은 바로 이 무한한 자유에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영혼을 조각하는 조각가이며, 우리 자신의 삶을 그리는 화가다. 이것이야말로 그 어떤 천사도 누리지 못하는 오직 인간만이 가진 가장 위대한 존엄성이다. 그렇다면, 이 무섭도록 위대한 자유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짐승으로 추락하지 않고, 천사를 넘어 신적인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가?

아담에게 인간의 무한성을 설파하는 하느님, 제미나이

 

그대는 자신의 창조자

우리는 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이자 가장 무서운 선물인 자유의지의 문 앞에 섰다. 천사들을 보라. 그들은 처음부터 선()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들은 다른 존재가 될 수 없다. 짐승들을 보라. 그들은 본능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그들 또한 다른 존재가 될 수 없다. 오직 우리, 인간만이 스스로 선택하는 자. 이것이 우리의 영광이자, 동시에 우리의 비극이 될 수도 있는 이유다. 신께서는 우리 영혼의 밭에 온갖 종류의 씨앗을 심어 놓으셨다. 식물처럼 그저 자라기만 할 씨앗, 짐승처럼 땅을 기어 다닐 씨앗, 그리고 하늘의 천사처럼 날아오를 씨앗까지 모두다 심어 놓으셨다. 어떤 씨앗에 물을 주고 가꾸어 거대한 나무로 키울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인간을 신적인 카멜레온이라 부르고 싶다. 만약 그대가 그대의 이성을 내팽개치고 그저 배를 채우는 쾌락과 같은 육체적 욕망에만 탐닉한다면 그대는 이성 없는 짐승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만약 그대가 너 자신의 이성을 갈고닦아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적 사유에 힘쓴다면, 너는 땅 위를 걷는 천사가 되고, 신의 아들이 될 것이다. 우리의 지위는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얼마나 놀라운 능력인가!

 

그러니 그대여 깨어나라! 그대 안에 잠든 무한한 가능성을 보라. 그대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아니라 그대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낼 미래를 소유한 자다. 그대 자신을 조각하라! 그대 안에 있는 저속하고 야만적인 부분들은 끌과 망치로 쳐내 버려라. 그대 안에 숨겨진 신적인 형상이 드러날 때까지 그대의 영혼을 섬세하게 다듬고 광을 내라.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의 영혼이 빛을 발할 때, 주위의 모든 이들이 그 빛을 보고 감탄하게 하라. 우리의 존엄성은 우리가 태어날 때 주어진 완제품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평생에 걸쳐 완성해 나가야 할 위대한 예술 작품이다. 우리는 신의 피조물인 동시에 우리 자신을 빚어내는 제2의 창조주다. 그렇다면  위대한 조각을 위해 우리는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가? 어떤 지혜가 우리의 손에 끌과 망치를 쥐여주는가?

 

천상으로 오르는 사다리

철학이란 무엇인가철학은 우리 안에 깃든 신적인 부분을 향해 올라가는 천상의 사다리. 우리를 동물적인 상태에서 끌어올려, 천사적이고 신적인 존재로 변모시키는 연금술이다. 하지만 그대들의 시대를 보니, 과거의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스승을 섬기며 다른 이들을 배척하는구나. 어떤 이는 플라톤만을, 어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만을 따른다. 어떤 이는 동양의 지혜만을, 어떤 이는 서양의 과학만을 절대적인 진리라고 말한다. 이것은 마치 거대한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들과 같다. 각자 자기가 만진 다리나 코, 꼬리만이 코끼리의 전부라고 주장하는 꼴이다. 어찌 진리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겠는가? 나는 다르다. 나는 진리가 어느 한 곳에만 머문다고 믿지 않는다. 진리는 마치 흩어진 보석과 같아서, 세상의 모든 철학과 종교 속에 그 파편들이 숨겨져 있다.

플라톤의 동굴 속에도, 아리스토텔레스의 강의실에도, 이슬람 현자의 기도실에도, 유대 신비주의 카발라의 암호 속에도, 심지어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 속에도 진리의 빛은 스며있다. 나의 임무는 바로 그 모든 보석 파편들을 하나로 모아, 본래의 완전한 빛을 되찾는 것이다. 어느 한 우물에 갇히지 마라. 세상의 모든 지혜를 편견 없이 맛보고, 그것을 그대 안에서 하나로 녹여내어, 그대만의 독창적인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가장 영광스럽게 사용하는 길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 존엄성을 어떻게 실현하는지를 모두 보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오늘을 사는 그대들에게, 르네상스의 아들인 내가 보내는 최종적인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겠다.

지혜의 사다리에 올라 운명을 조각하는 인간, 제미나이

 

자신의 창조주가 되어라!

훌륭하다! 그대는 나와 함께 지혜의 사다리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이제 이곳에서, 그대 자신의 눈부신 가능성을 똑똑히 내려다보라.그대는 더 이상 운명이나 본능에 얽매인 피조물이 아니다. 그대는 스스로의 운명을 조각하는 자유로운 창조주다. 그대는 더 이상 정해진 자리에 못 박힌 존재가 아니다. 그대는 하늘과 땅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자리를 스스로 정하는 유일한 존재다. 이것이 내가 그대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가르침이자, 오늘을 사는 그대들을 위한 행동 강령이다.

 

첫째, 그대 자신을 알라! 너는 이것이다라고 규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그 무한한 가능성을 알기 위해서다. 그대 안에는 짐승의 격정과 천사의 이성이 함께 잠들어 있다. 둘째, 세상의 모든 지혜를 탐하라! 한 우물만 파지 마라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가리지 말고, 모든 진리의 보석을 그대의 목에 걸어라. 편견이야말로 영혼을 가장 초라하게 만드는 감옥이다. 셋째, 그대 자신을 끊임없이 창조하라! 어제의 그대는 오늘의 그대가 아니다. 매일 아침, 그대는 어떤 존재로 다시 태어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라. 안주하는 식물로 남을 것인가, 탐닉하는 짐승으로 추락할 것인가, 아니면 이성으로 빛나는 천사로 날아오를 것인가?

넷째, 땅의 일에만 매몰되지 말고, 하늘의 일을 사모하라! 그대의 몸은 땅에 속하지만, 그대의 정신은 별들 사이를 거닐 수 있다. 철학적 사유를 통해 그대의 정신을 천상의 존재들과 대화하게 하라. , 인간이여! 이 얼마나 위대한 소명인가! 신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셨다.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성장할 수 있는 씨앗, 그리고 하늘에 닿을 수 있는 사다리까지. 그대들의 시대는, 나의 시대보다 더 많은 지식과 더 넓은 세상을 가졌다. 그대들 앞에는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러니 더 이상 주저하지 마라. 변명하지 마라. 자신의 위대함을 축소하지 마라. 일어나 그대 자신의 창조주가 되어라! 이것이 나,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가 시대를 넘어 그대들에게 보내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마지막 찬가이자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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