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알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인지, 나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지,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말이죠. 정말 궁금합니다. 철학자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진 않았던 모양입니다.수많은 철학자가 이 질문에 답하려 했습니다. 어떤 이는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라고 정의했습니다. 어떤 철학자는 인간은 신의 뜻을 따르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약 500여 년 전,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 한 천재 철학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그때의 시대상과 진실과는 다른 아주 대담하고 새로운 주장을 펼칩니다. 인간의 본질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인간의 위대함은 자유로운 선택에 있다는 것입니다. 실로 놀라운 매우 창의적인 주장이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Giovanni Pico della Mirandola)입니다. 오늘은 이 놀라운 철학자가 발견한 인간 존엄성의 비밀을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무대 중심의 카멜레온, 인간
피코가 살았던 시대 이전까지, 세상은 거대한 존재의 사슬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신이 맨 위에 계십니다. 그다음은 천사들입니다. 그다음은 인간입니다. 그다음은 동물, 식물, 그리고 광물 순서였습니다. 모든 존재는 자신의 정해진 자리가 있었습니다. 천사는 천사의 일을 하고, 사자는 사자처럼 행동합니다. 인간은 그 중간 어디쯤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당시의 세계관이었습니다. 피코는 이 고정된 질서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신이 맨 마지막으로 인간 아담을 창조했을 때를 상상했습니다. 신은 이미 천사, 동물, 식물에게 각자의 본성과 자리를 다 나누어주었습니다. 인간에게 줄 고정된 자리나 본성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신은 인간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피코는 상상합니다.
"아담아 너에게는 정해진 거처도, 고유한 모습도, 정해진 임무도 주지 않았다. 너는 그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다. 너는 너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너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임무를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이것이 피코 철학의 핵심입니다. 인간은 천사도 짐승도 아닙니다. 인간은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입니다. 정해진 색이 없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입니다.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정하는 존재입니다.
네가 조각가이다
피코는 이어서 신이 인간에게 한 가장 유명한 말을 상상해 냅니다. 이 문장은 그의 철학을 가장 잘 요약해 줍니다. 너는 스스로의 조각가이다. 너는 스스로를 짐승으로도 천사로도 만들 수 있다. 정말 가슴 뛰는 말이지 않습니까? 피코는 인간을 조각가에 비유했습니다. 신은 우리에게 자유 의지라는 망치와 정을 쥐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삶이라는 대리석을 주었습니다.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만약 우리가 감각적 쾌락과 본능만을 따른다면 우리는 자신을 짐승의 모습으로 조각할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이성을 따르고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며 수양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천사나 신과 같은 고귀한 모습으로 빚어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짐승이 되든 천사가 되든 그것은 신이 정해준 운명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로지 나의 선택의 결과입니다. 피코에게 인간의 존엄성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우리가 천사처럼 고귀해서 존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천사가 되기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졌기 때문에 존엄한 것입니다. 이것이 피코가 말한 존엄의 자유입니다.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공부와 수양을 통해 위대한 철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하게 태어났지만 이웃을 위한 봉사를 통해 성인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시 창조합니다.

위대한 생각의 뿌리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피코의 이런 대담한 생각은 어디서 왔을까요? 그는 과거의 위대한 철학자들에게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플라톤은 우리가 보는 현실 세계 너머에 이데아라는 완벽한 본질의 세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세상에 완벽한 원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완벽한 원이라는 이데아를 머릿속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은 인간이 이데아를 기억하고 닮아가려 노력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피코는 이 생각에 동의했습니다. 맞습니다. 인간은 더 높은 실재를 지향해야 합니다. 하지만, 피코는 여기에 결정적인 한 가지를 추가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유 의지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그 이데아를 향해 나아갈지, 아니면 낮은 곳으로 향할지를 결정합니다. 피코는 이러한 능동적인 선택을 강조하며 플라톤의 생각을 뛰어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능성과 현실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예를 들면 도토리는 가능성입니다. 이 도토리가 자라서 거대한 참나무가 되는 것이 현실화입니다. 이처럼 잠재된 것이 현실로 실현되는 상태를 아리스토텔레스는 에네르게이아라고 불렀습니다. 피코는 인간을 에네르게이아의 관점으로 보았습니다. 인간은 단순히 가능성의 존재만이 아니고, 그 가능성을 스스로 현실화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입니다. 도토리는 참나무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무엇이 될지를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깁니다. 우리의 자유로운 행위와 자기실현이 바로 우리의 에네르게이아입니다.

동양과 현대에 울리는 피코의 목소리
피코의 놀라운 사상은 시대를 앞서간 것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런 생각은 동양 철학에서도 발견됩니다. 중국의 장자(莊子)는 제물론(齊物論)을 이야기했습니다. 만물은 본질적으로 같으며, 인간이 만든 가치 판단(좋다/나쁘다, 높다/낮다)에 얽매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장자는 사회적 규범이나 신분(인간이 만든 틀)에 갇히지 말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자유로운 삶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피코가 말한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는 자기 형성의 자유와 매우 닮아있습니다.
피코의 외침은 수백 년 후, 실존주의 철학으로 이어집니다. 인간은 자신의 본질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은 존재이다. 이런 실존주의의 유명한 말들은 모두 피코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변할 수 없다고 믿는 고정 마인드셋이 아니라 나는 노력과 선택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성장 마인드셋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500년 전 피코가 외쳤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삶을 조각하십시오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철학은 오늘날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줍니다. 당신은 당신의 과거에 갇힌 존재가 아닙니다. 당신은 남들이 붙인 꼬리표로 정의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당신은 어제까지의 당신이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은 조각가입니다. 당신의 손에는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망치가 들려 있습니다. 당신 앞에는 당신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의 대리석이 놓여 있습니다.당신은 스스로를 짐승으로 만들 수도 천사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어떤 모습이든 그것은 당신의 작품입니다. 이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하고 존엄한 능력입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멋진 작품을 조각해 보시겠습니까?
3편에서는 피코의 철학에 담긴 행복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3편도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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