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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마음과 관계 속의 행복

자동적 사고와 스키마의 비밀

by 행복 리부트 2025. 11. 5.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생각의 대부분은 우리가 알아채지도 못한 채, 그저 수면 아래로 스쳐 지나가곤 합니다. 마치 컴퓨터 화면에 불쑥 튀어나왔다 사라지는 팝업 광고처럼 말입니다. 이 팝업 광고는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심지어 우리가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불쑥 나타나 우리의 기분을 좌우합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s)라고 부릅니다. 이름 그대로, 너무나 빠르고, 짧고,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생각들입니다. 하지만 이 생각들은 우리의 감정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흔한 예를 들어볼까요? 직장인 A씨는 친구에게 저녁 약속을 제안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친구가 메시지를 읽었음을 알리는 숫자 '1'이 사라졌지만, 1시간이 지나도록 답이 없습니다. 바로 그 순간, A씨의 머릿속에는 내가 뭘 잘못 보냈나?, 나랑 밥 먹기 싫은가 봐, 날 무시하네 같은 생각들이 팝업 광고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A씨가 일부러 한 생각이 아닙니다. 그저 팍하고 떠올랐을 뿐입니다. 결과 A씨는 순식간에 불안하고 우울해지며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됩니다.

 

대학생 B양의 사례도 비슷합니다. 열심히 준비한 팀 프로젝트 발표를 하던 중, 맨 앞자리에 앉은 교수님이 하품을 했습니다. 그 순간 B양의 머릿속에는 내 발표가 엉망이구나, 교수님이 지루해하신다, 다 망쳤어라는 자동적 사고가 번개처럼 스쳤습니다. B양은 갑자기 목소리가 떨리고 머리가 하얘지는 것을 느낍니다. 사실 교수님은 어젯밤 논문 마감 때문에 잠을 못 잤을 수도 있고, 그 하품은 B양의 발표와 아무 상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B양의 자동적 사고는 이미 내가 못해서라는 결론을 내려버렸습니다.

발표 중 노교수의 하품에 당황하는 발표자, 제미나이

 

비밀의 열쇠 스키마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왜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자동 팝업이 다를까요? 어떤 사람은 친구의 무응답에 바쁜가 보네 라고 생각하고, 교수님의 하품에 피곤하신가 보네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습니다. A씨와 B양은 왜 유독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했을까요? 그 비밀의 열쇠는 바로 스키마(Schema)에 있습니다. 자동적 사고가 표면에 떠오르는 팝업 광고라면, 스키마는 그 팝업 광고를 계속해서 띄우도록 설정된 프로그램 소스 코드와 같습니다. 혹은 마음의 안경이라고 비유하는 것이 더 쉽겠습니다. 스키마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한 틀이자 규칙이며,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중요한 사건들을 통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깊은 믿음입니다.

 

A씨가 만약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혹은 사람들은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스키마, 즉 그런 색깔의 안경을 쓰고 있다면 어떨까요? 친구의 무응답이라는 상황은 그 안경을 통과하며 역시 날 무시하는구나라는 자동적 사고로 해석될 것입니다. B양이 나는 무능한 사람이다라는 안경을 쓰고 있다면, 교수님의 하품은 내 발표가 형편없다는 증거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스키마라는 안경은 때로 무서운 자기 충족적 예언을 만들기도 합니다. 연애를 할 때마다 상대방이 자신을 버릴까 봐 극도로 불안해하는 C씨를 생각해봅시다. C씨는 사람들은 결국 나를 떠나고 버릴 것이다라는 유기 스키마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안경을 쓴 C씨에게, 연인이 주말에 친구들과 등산을 간다는 말은 나보다 친구가 더 좋은 거야, 곧 헤어지자고 하겠지라는 자동적 사고를 불러일으킵니다. 결국 C씨는 불안감에 못 이겨 연인에게 집착하고 통제하려 들고, 연인은 그 모습에 지쳐 정말로 C씨를 떠나게 됩니다. C씨는 거봐, 내 생각이 맞았어. 날 버렸어라고 확신하지만, 사실은 C씨의 스키마가 그런 현실을 스스로 만들어 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스키마는 어디에서 만들어 지는가

그렇다면 이 강력한 스키마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대부분은 우리가 세상을 처음 배우던 어린 시절에 만들어집니다. 아이는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나름의 규칙과 지도를 만듭니다. 만약 부모님에게 자주 비난받으며 자랐다면, 아이는 나는 부족한 아이구나라는 규칙(결함/수치심 스키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작은 실수에도 과도하게 혼나거나 완벽함만을 강요받았다면, 나는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돼라는 규칙(엄격한 기준 스키마)을 마음속 지도에 새길 것입니다.

 

유능하지만 자신과 팀원들을 극도로 몰아붙이는 D 과장의 예를 들어볼까요? 그는 실수는 곧 실패다라는 엄격한 기준의 스키마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부하 직원이 보고서에 낸 작은 오타 하나는 D 과장에게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못 하다니, 결국 내가 다 해야 해. 아무도 믿을 수 없어라는 자동적 사고를 유발합니다. 이 스키마는 한때 그를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번아웃으로 몰아넣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과거에 만들어진 오래된 지도를 가지고 현재라는 새로운 도시를 헤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쯤 되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 나는 평생 이 안경을 쓰고, 이 오래된 지도를 들고 살아야 하나?"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우리는 뇌의 주인이자 그 안경과 지도의 주인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바꾸고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의 팝업 광고를 알아 차리는 남성, 제미나이

 

나의 스키마를 수정하기

첫 번째 단계는 내 마음의 팝업 광고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기분이 갑자기 나빠질 때,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방금 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 카톡 답장이 없어 불안해질 때, 아! 내가 지금 '저 사람이 날 무시해'라고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생각에 휘둘리는 대신, 생각과 거리를 둘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 단계는 그 팝업 광고의 내용을 반박해보는 것입니다. 알아차린 생각을 절대적 사실이 아닌 하나의 가설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이 생각이 100% 사실인가? 혹시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A씨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볼 수 있습니다. 나랑 밥 먹기 싫은 게 아니라, 지금 중요한 회의 중일 수도 있잖아. 운전 중일 수도 있고. 그냥 바쁜 걸 거야. 이렇게 다른 생각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훨씬 편안해집니다.

 

물론, 이 모든 생각의 뿌리인 스키마, 즉 마음의 안경 자체를 이해하는 것은 더 깊은 과정입니다. 나는 왜 유독 이런 상황에서 항상 무시당했다고 느낄까? 하고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일이며,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작입니다. 자동적 사고는 그저 우리 뇌의 효율적인 자동 완성 기능일 뿐이고, 스키마는 과거의 내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었던 오래된 규칙일 뿐입니다. 그것이 나 자신의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는 그 자동 완성 기능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오래된 안경이 보여주는 풍경이 정말 사실인지 의심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내 마음속을 스쳐 가는 그 작은 생각들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바로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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