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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치유하기/그들은 누구인가

1%의 사이코패스와 평범한 우리

by 행복 리부트 2025. 11. 3.

1만 명의 잠재적 살인마

최근 뉴스는 끔찍한 범죄로 가득합니다. 잔혹한 연쇄 살인범, 혹은 묻지마 칼부림에 관한 뉴스입니다. 수사 결과, 이들 중 상당수는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습니다. 공감 능력이 없고, 죄책감을 모르며, 극도로 냉혹합니다. 우리는 이들을 악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충격적인 통계가 하나 있습니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일반 인구의 약 1%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는다고 봅니다. 100명 중 1명입니다. 이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닙니다. 대전의 인구는 약 144만 명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어린이를 제외해도 1만 명이 넘는 사이코패스가 이 도시에 산다는 뜻입니다. 이 통계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수십만 명입니다.

 

여기서 역설이 발생합니다. 사이코패스가 모두 흉악한 살인범이라면, 우리 사회는 이미 지옥이 되었어야 합니다. 우리는 매일 거리에서 1만 명의 잠재적 살인마를 스쳐 지나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무사합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강력 범죄는 분명 존재하지만, 1%의 비율만큼 빈번하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1만 명의 사이코패스는 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혹시, 우리가 사이코패스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이코패스라는 이름의 오해

우리의 오해는 미디어에서 시작됩니다. 영화와 드라마는 사이코패스를 피 냄새에 광분하는 살인마로 그립니다. 하지만 현대 정신의학은 사이코패스를 다르게 봅니다. 캐나다의 범죄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Robert Hare) 박사는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PCL-R)'를 개발했습니다. 그는 사이코패스를 성격 스펙트럼의 하나로 보았습니다. 이것은 '예/아니오'가 아닌, 점수의 문제입니다. 어떤 사람은 10점, 어떤 사람은 30점일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의 핵심 특징은 공감 능력의 결여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죄책감이나 수치심 같은 사회적 감정이 없습니다. 또한 매우 자기중심적이며, 거짓말에 능숙하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충동적이며 자극을 추구합니다. 이 목록 어디에도 "반드시 살인을 저지른다"는 항목은 없습니다. 살인이나 폭력은, 이들의 여러 특징 중 하나가 극단적으로 발현된 결과일 뿐입니다. 모든 사이코패스가 살인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이들은 자신의 결여된 공감 능력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뛰어난 지능으로 학습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한다." "저런 상황에서는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 이들은 공감하는 척 연기를 합니다. 그들은 엄청난 노력으로 감정을 학습합니다.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연결하는, 관계하는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우리가 고맙게 받아 들여야 합니다.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들의 매력적인 미소와 유창한 말솜씨에 쉽게 속기도 합니다.

 

성공한 사이코패스들

사이코패스는 두 부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실패한 사이코패스(Unsuccessful Psychopath)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낮은 지능, 불우한 환경, 통제 불능의 공격성이 결합됩니다. 이들은 결국 폭력, 절도, 살인 등을 저지르고 교도소로 갑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흉악범들입니다. 둘째는 성공한 사이코패스(Successful Psychopath, 또는 High-Functioning Psychopath)입니다. 이들이 바로 우리 주변의 1만 명입니다. 이들은 지능이 높고, 인내심이 있으며, 체계적입니다. 자신의 충동을 완벽하게 통제합니다. 이들은 공감 능력과 죄책감이 없다는 이점을 사회적 성공에 활용합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케빈 더튼(Kevin Dutton)은 이를 연구했습니다. 그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은 직업군을 발표했습니다. 1위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였습니다. 그 뒤를 변호사, 외과의사, 언론인, 정치인 등이 이었습니다. 이들은 왜 성공할까요. 냉혹한 구조조정 현장을 상상해 봅니다.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해야 할 때 일반적인 리더는 고통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의 CEO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직원은 사람이 아니라, 자원이자 숫자입니다. 죄책감 없이 가장 효율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주주들은 그의 결단력에 환호합니다. 치열한 법정 다툼에서 변호사는 진실보다 승리에 집착합니다. 응급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사는 피를 봐도 동요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냉혹함을 프로페셔널리즘으로 포장합니다. 이들은 살인 대신, 합법적인 방법으로 타인을 지배하고 이용합니다.

성공한 사이코 패스, (2023년 드라마 넘버스)회계법인 부회장 최민수, mbc

 

 

무엇이 이들을 갈라 놓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의 길을 가르는 것일까요. 똑같이 공감 능력이 없는데, 왜 한 명은 칼을 들고 한 명은 펜대를 잡을까요. 신경과학자 제임스 팰런(James Fallon) 교수가 그 답을 제시합니다. 그는 연쇄 살인범들의 뇌를 연구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뇌가 그 살인범들의 뇌와 동일한 패턴을 보인 것입니다. 그 역시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저명한 교수가 되었습니다. 팰런 교수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첫째는 유전자입니다. 폭력성과 연관된 특정 유전자(MAO-A 등)입니다. 둘째는 뇌 구조입니다. 공감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 저하입니다. 셋째는 어릴 적 환경입니다. 유년기의 심각한 학대나 트라우마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1번(유전자)과 2번(뇌)은 있었지만, 3번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매우 행복하고 사랑받는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이 사랑이 그를 살인범이 아닌 교수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1만 명의 사이코패스가 모두 범죄자가 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높은 지능과 안정된 환경이 그들의 파괴성을 억제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성향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혹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갑니다. 강력 범죄는 이 모든 안전장치가 실패하고 최악의 조건이 만났을 때 터져 나옵니다.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확실합니다. 사이코패스를 악마로만 낙인찍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른 뇌를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는 1%를 두려워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우리는 나머지 99%의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잠재적 위험을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교육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제임스 팰런의 부모처럼, 사랑과 관심으로 폭력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흉악범에 대한 분노는 쉽습니다. 하지만 그 분노가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모든 사람을 범죄인 취급을 해서도 안됩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사회 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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