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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철학자와 행복

흄 철학에 담긴 행복(3)

by 행복 리부트 2026. 3. 16.

세상에는 깨달음이나 진리를 찾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산속에 들어가 고행을 하거나 머리를 쥐어뜯으며 인생의 의미를 고민해야만 성숙한 삶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스님들을 폄훼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님을 이해 바랍니다.

 

하지만 300년 전,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의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이성은 감정의 노예라고 선언했던 파격적인 철학자는 도대체 어디서 진정한 행복을 찾았을까요? 흄의 철학 시리즈 제3탄에서는 차가운 회의주의의 끝에서 그가 발견한 따뜻하고 평범한 일상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울증을 치료는 백개먼 게임이었다

흄은 20대 시절,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진리를 의심하는 철학적 회의에 빠졌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진짜 존재하는 걸까? 내일도 해가 뜬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은 그를 심각한 우울증과 신경쇠약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방에 틀어박혀 생각에 몰두할수록 그의 마음은 병들어갔습니다.

그렇다면 당대 최고의 지성이었던 흄은 이러한 우울증을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더욱 완벽한 논리를 찾아 도서관을 뒤졌을까요? 아닙니다. 그가 선택한 치유법은 너무나 간단하고 인간적이었습니다. 그는 서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 맛있게 저녁을 먹고, 유쾌하게 수다를 떨며, 함께 백개먼(주사위를 굴려 말을 이동시키는 보드게임) 게임을 즐겼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서재로 돌아왔을 때, 그를 괴롭히던 철학적 고민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죠. 그런 고민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허망한 것인지 깨달았다고 말입니다. 흄은 우리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지나치게 복잡한 생각과 이성적 집착이라고 보았습니다.

 

완벽한 진리에 도달하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웃고 떠드는 것이 행복이란 것이죠. 흄에게 행복이란 감각과 경험이 살아 숨 쉬는 평범한 일상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수도사적 덕목을 거부

우리는 종종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고통을 견디며 금욕적으로 사는 사람을 훌륭하다고 칭송합니다. 하지만 흄은 이런 낡은 관념을 비판하였습니다.

 

그는 단식, 고행, 금욕, 침묵 등 종교적으로 칭송받던 엄격한 행동들을 수도사적 덕목(Monkish Virtues)이라고 부르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런 행동들은 나 자신을 즐겁게 만들지도 않고, 타인이나 사회에 아무런 쓸모도 없기 때문입니다.

흄이 생각한 진짜 훌륭한 덕목, 즉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가치는 명확했습니다. 나 자신에게 유쾌하거나 유용하고, 그리고 타인에게 유쾌하거나 유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우울하게 사는 사람보다, 농담을 잘해서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사람, 요리를 잘해서 이웃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는 사람, 성실하게 일해서 가족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훨씬 더 도덕적이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보았습니다. 흄의 철학에서 유쾌함, 명랑함은 가장 위대한 도덕적 미덕이었습니다.

정념은 폭풍우가 아닌 잔잔한 호수

이성은 감정의 하인이다. 흄의 이 유명한 말을 듣고 혹시 이런 오해를 하셨나요? 아, 감정이 최고니까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욕망이 생기는 대로 막 살아도 된다는 뜻이구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흄은 인간의 감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하나는 분노, 질투, 맹목적인 정욕처럼 갑자기 불타올라 우리를 통제 불능으로 만드는 격렬한 정념(Violent Passions)입니다. 이런 감정은 결국 우리 자신과 타인을 파멸시키며 불행으로 이끕니다.

다른 하나는 아름다운 예술을 감상할 때의 기쁨, 친구를 향한 변함없는 우정, 약자를 향한 따뜻한 연민처럼 잔잔하고 지속적인 온화한 정념(Calm Passions)입니다. 흄이 추구했던 행복은 바로 온화한 정념을 가꾸는 삶이었습니다.

 

격렬한 정념의 폭풍우에 휩쓸리지 않도록 마음의 호수를 잔잔하고 평화롭게 유지하는 것이 그가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도 수많은 지인과 다정한 교분을 나누며 지켰던 행복의 비결이었습니다.

영혼을 튜닝하는 거울, 공감의 마법

인간은 결코 홀로 떨어진 무인도가 아닙니다. 흄은 인간의 마음이 악기의 현(弦, string)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옆에 있는 현이 진동하면 내 현도 함께 울리듯, 인간은 타인의 감정에 깊이 공명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흄은 이를 공감(Sympathy)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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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흄의 철학에서 행복은 관계 속에서 완성됩니다. 이웃에게 친절을 베풀고, 친구의 기쁨에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는 행위는 도덕적 의무가 아닙니다. 그것은 타인의 행복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 자신의 행복을 확실하게 증폭시키는 최고의 투자입니다.

흄이 건네는 행복 처방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 많은 생각과 불안에 짓눌려 있습니다. 남들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고,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들을 논리적으로 통제하려다 번아웃에 빠집니다. 흄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십시오. 완벽한 진리나 흔들리지 않는 논리 같은 것은 원래 없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지칠 때는 잠시 서재의 불을 끄고 밖으로 나가십시오.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따뜻한 저녁을 먹고, 시원한 맥주잔을 부딪치며 의미없는 농담을 나누십시오.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고, 그가 짓는 환한 미소를 가슴에 담으십시오.

 

바로 그 순간, 행복이 당신의 마음에 조용히 다가 옵니다. 다음은 흄의 행복론, 마지막 편입니다. 흄이 오늘날 우리에게 보내는 행복 메시지가 이어집니다. 여러분의 방문을 기다릴께요~~~

바로가기:이성을 거부한 흄의 불꽃같은 삶(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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