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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치유하기/소년 범죄

소년 범죄 보고서 제 2화, 촉법의 딜레마

by 행복 리부트 2026. 1. 9.

경찰 지구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경찰관을 향해 당당하게 말합니다. "아저씨, 저 만 13살이에요. 촉법이라고요. 집에 가도 되죠?" 언제부턴가 대한민국 10대들 사이에서 촉법소년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면죄부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는 만 14세 생일이 지나기 전에 한탕 해야 한다는 식의 위험천만한 글들이 영웅담처럼 떠돌아 다닙니다.

죄를 진 촉법이 경찰관 앞에서도 당당하다, 제미나이

 

이들은 믿습니다. 나이가 어리면 사람을 때려도 물건을 훔쳐도 감옥에 가지 않는다고 말이죠. 매우 순진한 생각입니다. 법이 자신을 지켜주는 강력한 방패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이 믿음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그리고 그 틀린 절반의 진실이 아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습니다.

촉법들은 반은 알고 반은 모른다, 제미나이

형벌이 없다고 고통도 없을까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청소년입니다. 이들은 형법상 책임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어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즉, 교도소에 가지 않고 소위 말하는 빨간 줄(전과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딱 여기까지만 압니다. 하지만 법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형사 처벌이 사라진 자리에는 보호처분이라는 결코 만만치 않는 심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호 처분도 결코 가볍지 않는 처벌, 제미나이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있습니다. 가벼운 단계는 부모님 감호에 맡기거나 사회봉사 명령을 받습니다. 하지만 죄질이 나쁘거나 반성의 기미가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는 법정에서 바로 법무부 소속의 소년원으로 보내집니다. 기간은 2년입니다. 8호가 소년원 1개월, 9호는 소년원 6개월입니다.

보호 처분도 무서운 처벌의 종류가 많다, 제미나이

 

이름만 학교일 뿐, 그곳은 자유가 박탈된 격리 시설입니다. 먹고, 자고, 입는 모든 것을 통제받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낯선 환경에서, 거친 선배들과 부대끼며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워야 합니다. 감옥 안 간다며 좋아했지? 여기가 바로 네가 만든 감옥이다라고 한 판사님의 서늘한 경고는 현실이 됩니다.

소년원은 교도소 못지 않는 고통을 준다, 제미나이

 

꼬리표의 저주

많은 아이들이 소년원 갔다 와도 기록 안 남잖아요?라고 반문합니다. 맞습니다. 소년원 입원 경력은 장래의 신상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주민등록초본이나 일반적인 신원 조회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치명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범죄 경력 자료(전과)에는 남지 않지만, 경찰과 검찰, 법원이 관리하는 수사 경력 자료와 소년 보호 재판 기록에는 그 내용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숨겨진 꼬리표, 제미나이

 

이 기록은 평소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서 특정한 꿈을 꿀 때 결정적인 발목을 잡습니다. 사관학교(육군, 해군, 공군)에 지원하거나, 경찰 공무원, 국정원 등 공안 직렬 공무원이 되고자 할 때, 국가는 지원자의 과거를 아주 깊숙이 들여다봅니다. 이때 과거의 소년 사건 기록이 신원 조회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철없던 시절의 한탕이, 어른이 되어 간절히 원하던 꿈 앞에서 불합격이라는 통지서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촉법이란 나이는 결코 영원한 벼슬이 아닙니다.

일부 공직 진출에 악영향 가능성 있음, 제미나이

방패가 아니라 족쇄

촉법소년 제도는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처벌보다는 교육으로 교화하여 사회로 돌려보내기 위한 인도적인 제도입니다. 아이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여 범죄의 도구로 삼는 순간, 제도의 취지는 무색해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 촉법이야를 외치며 거리를 활보하는 아이들에게 알립니다. 당신이 믿는 그 방패는 머지않아 당신의 손발을 묶는 가장 무거운 족쇄가 될 것입니다. 법은 당신의 나이를 고려하지만 현실은 당신의 죄를 기억합니다.

법은 나이를 고려하나 현실은 죄를 기억한다, 제미나이

 

다음 화 예고입니다. 다음은 제3화, 교실의 폭군들로 학교 폭력을 다룹니다. 피해자의 영혼을 파괴하는 학교 폭력의 실태와 생활기록부에 박제되는 주홍글씨의 공포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방문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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