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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마음과 관계 속의 행복

혈액형 성격의 진실

by 행복 리부트 2025. 12. 18.

한국인과 일본인만 통한다

소개팅 자리에 나갔습니다. 어색한 침묵이 흐릅니다. 그때 누군가 묻습니다. "혹시 혈액형이 뭐예요?" 이러한 질문 하나면 분위기가 풀립니다. "어쩐지 세심하다 했더니 A형이군요.", "B형이라서 역시 성격이 시원시원하네요." 이런 사례가 최근 오락프로에도 있었습니다.

 

배우 김성수의 신랑수업(채널A)입니다. 김성수씨가 맞선을 보고 있습니다. 그는 여성에게 혈액형을 물어봅니다. 여성은 답하면서 김성수씨의 혈액형을 물어 보네요. 서로 MBTI 유형도 밝힙니다. 두분 모두 B형이고, 김성수씨는 ISFJ, 여성 분은 INFP였습니다. 혈액형과 MBTI 성격 유형이 유사해 보이나요? 

맞선보며 혈액형을 물어 보는 배우 김성수(출처:tvN, 신랑수업)

 

우리는 혈액형으로 사람을 파악하는 데 익숙합니다. A형은 소심하고 꼼꼼합니다. B형은 자기중심적이고 다혈질입니다. O형은 사교적이고 리더십이 있습니다. AB형은 천재 아니면 바보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상식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혈액형과 성격을 연결 짓는 나라는 오직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에게 너는 A형이라 소심해 라고 말하면 그들은 의학적인 이야기라며 어리둥절해할 것입니다.

 

 페루는 O형이 70 퍼센트

혈액형 성격설이 왜 과학적 근거가 없는지 전 세계 인구 통계를 보면 명확해집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통계입니다. A(34%), O(28%), B(27%), AB(11%)로 비교적 분포가 고릅니다. 4가지 유형의 사람이 섞여 사니 서로 비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선을 남미로 돌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페루의 원주민들은 O형이 100%에 가깝습니다. 브라질이나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O형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혈액형 이론대로라면 남미 사람들은 전 국민이 타고난 리더이거나 사교적인 성격이어야 합니다. 그 나라에는 소심한 사람이나 다혈질인 사람이 아예 없어야 합니다. 말이 되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흔한 혈액형(출처: rhesusnegative.net)

 

유럽이나 미국은 어떨까요? 서구권은 A형과 O형이 대다수입니다. 반면 우리가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하다고 믿는 B형은 10% 미만으로 매우 희귀합니다. 그렇다면 유럽 사람들은 창의성이 부족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혈액형 성격설은 한국과 일본처럼 혈액형 분포가 균형 잡힌 나라에서만 가능한 지역 한정 착각일 뿐입니다. 인류의 성격이 피의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면 지구 반대편의 인구 통계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우생학의 망령과 제국주의

그렇다면 이처럼 끈질긴 믿음은 도대체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놀랍게도 그 뿌리는 매우 어두운 역사인 20세기 초 유럽의 우생학입니다. 당시 독일의 한 학자는 백인종인 아리아인은 우수한 A형이 많고, 유색 인종이나 유대인은 열등한 B형이 많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치 독일은 이를 인종 차별의 도구로 악용했습니다.

우생학을 이용한 히틀러의 실험(출처:tvN,벌거벗은 세계사)

 

이렇게 위험한 사상이 일본으로 건너옵니다. 1927, 일본의 후루카와 다케지 교수는 <혈액형에 의한 기질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그는 친척이나 주변 사람 10~20 명을 조사한 뒤 혈액형별 성격을 규정해 버렸습니다. 통계적으로 일반화가 불가능한 매우 빈약한 연구였습니다. 문제는 당시 일본 제국이 이러한 이론을 통치 수단으로 썼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군인을 뽑을 때 혈액형을 봤습니다. 식민지 통치에도 이용했습니다. 대만에서 저항 운동이 일어나자 일본은 대만인들에게 반항적인 O형이 많기 때문이라며 그들의 민족성을 깎아내렸습니다.

교정에서 혈액형 맞추기 놀이 중인 대학생, 제미나이

 

 흑역사의 부활

전쟁이 끝나고 혈액형 기질 이론은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일본의 방송 작가 노미 마사히코가 쓴 책이 대히트를 치면서 다시 부활했습니다. 그리고 유행이 한국으로 넘어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후 학자들의 수많은 연구에서 혈액형과 성격은 관련성 없음이 밝혀졌습니다.

 

우리가 술자리 가십으로 소비하는 B 이야기는 사실 인종을 차별하고 인간을 등급 매기려 했던 제국주의와 우생학의 잔재입니다. 페루의 O형들이 들으면 웃을 일입니다. 과학적 사실이 아닌 만들어진 편견의 역사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터무니없는 이론을 그토록 맹신하는 걸까요?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도 내 친구를 보면 딱 맞던데? 라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리학적 비밀은 있는 걸까요? 2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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