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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치유하기/소년 범죄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by 행복 리부트 2025. 10. 28.

 

나는 15살이다. 중학교 2학년이다.  아니, 2학년이었다. 나는 지금 학교를 안 다닌다. 자퇴했다. 나는 학교에서 유명인사다. 좋은 걸로 유명한 건 아니다. 나는 여러번 친구를 팼다. 얼마 전에도 친구를 팼다. 심하게 팼다. 학교가 뒤집어졌다. 나는 정학을 받았다.

엄마는 울었다. 아빠는 나에게 손을 댔다. 나는 그날 집을 나왔다. 그리고 그냥 자퇴서를 냈다. 다 귀찮아졌다. 학교도, 집도, 전부 다.

나는 지금 집에도 잘 안 들어간다. 며칠에 한 번 정도 들어간다.옷 갈아입으러 간다. 샤워하러 간다. 부모님 얼굴은 안 본다. 그냥 내 방에만 들어갔다 나온다. 부모님과 말을 섞기 싫다. 잔소리 듣는 게 제일 싫다.

학교밖 청소년들과 함께

 

나는 밖에서 산다. 나랑 비슷한 애들이 있다. 학교 안 다니는 애들, 학교에서 찍힌 애들이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우리는 시내에서 만난다. PC방이 우리 아지트다. 아니면 싼 모텔을 잡는다. 거기서 먹고 잔다.우리는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 어른들은 모르는 놀이다. 술을 마신다. 소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신다. 담배도 핀다. 종류별로 다 핀다. 이건 사실 재미도 없다. 그냥 하는 거다. 남들 다 하니까.진짜 재미있는 건 따로 있다. 사이버 도박을 한다. 그래프로 돈을 건다. 가끔 몇만 원을 딴다.그럼 그날은 우리가 쏜다. 물론 대부분은 잃는다. 오토바이를 훔쳐 타기도 한다. 키가 꽂힌 오토바이를 찾는다. 밤새도록 동네를 달린다.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경찰이 쫓아오면 더 스릴 있다. 그러다 버리고 도망친다. 이게 요즘 내 생활이다. 재미있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있는 것 같다.

 

먹고 자려면 돈이 필요하다. 모텔비도 내야 한다. PC방비도 내야 한다. 술값, 담뱃값도 든다. 우리는 돈이 없다. 그래서 돈을 만든다.

애들이랑 같이 절도를 한다. 빈 가게를 턴다. 새벽에 문을 따고 들어간다. 현금만 챙겨서 나온다. CCTV? 모자 쓰고 마스크 쓰면 그만이다. 훔친 돈으로 며칠은 편하게 산다.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또 훔친다.

나는 사실 전에도 걸렸다. 보호처분을 받았다. 판사 앞에 서는 건 별로 기분 안 좋다. 이번에도 또 걸렸다. 오토바이 훔쳤다 걸렸다. 절도도 몇 개 걸렸다.나는 또 법원에 갔다. 이번에는 보호관찰을 받았다. 수강명령도 받았다. 정해진 시간에 가서 교육을 들어야 한다. 정말 귀찮다. 가기 싫다.

 

나는 소원이 하나 있다. 돈을 벌고 싶다. 정말 많이 벌고 싶다. 아주 큰 부자가 되고 싶다. 돈이 많으면 아무도 나를 무시 못 한다. 돈이 전부인 세상이다. 나는 그걸 빨리 깨달았다. 부자가 되면 제일 먼저 뭘 할까. 나를 비난하던 선생을 찾아갈 거다. 비싼 차를 타고 갈 거다. "쌤. 저 기억나요?" "저 성공했어요."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를 무시하던 친구들, 나를 한심하게 보던 놈들,  다 불러서 비싼 밥을 사줄 거다. 너희가 버는 돈, 나는 하루 만에 쓴다고. 그리고 부모님. 나를 때리던 아빠. 나 때문에 울기만 하던 엄마. 두 사람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이제 사고 안 쳐요." "나 이렇게 돈 잘 벌어요." 큰 집을 사주고 싶다. 걱정 없이 살게 해주고 싶다. 이게 내 유일한 꿈이다.

 

내가 생각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돈을 버는 법을 모른다. 학교도 그만뒀다. 내가 할 줄 아는 건 훔치는 것뿐이다. 훔쳐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감옥에 갈 거다. 나는 그걸 안다. 나는 요즘 걱정이 많다. 밤에 잠이 잘 안 온다. 모텔 천장을 멍하니 본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같이 노는 애들은 그냥 오늘만 산다. 내일 걱정은 안 한다. 나도 그런 척한다. 하지만 나는 불안하다. 보호관찰 받아야 한다. 수강명령도 가야 한다. 안 가면 또 잡혀간다. 가면 내 시간이 아깝다. 그 시간에 돈을 벌어야 한다. 무슨 돈을 벌어야 할까. 알바를 할까. 나 같은 애를 써줄까. 써준다고 해도 시급 몇천 원이다. 그걸로 언제 부자가 되나.

 

그냥 다 짜증 난다. 이게 말로만 듣던 성장통인가. 그런 거면 좋겠다. 그냥 지나가는 아픔이면 좋겠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나는 늪에 빠진 기분이다.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진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정말 어떻게 하면 될까. 누가 나한테 답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진짜 모르겠다. 그냥, 나는 돈만 벌고 싶다. 떳떳하게. 그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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