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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 치유하기/소년 범죄

저는 품행 장애입니다

by 행복 리부트 2025. 11. 9.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냥 중학교 1학년 14살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저를 품행 장애라고 부릅니다. 그게 뭔지 잘 몰랐습니다. 엄마와 함께 간 병원에서도 의사 선생님이 종이 몇 장을 넘기며 품행장애라고 말했습니다. 공격성, 파괴성, 규칙 위반, 거짓말... 그냥 제 이야기였습니다. 진단서에 적힌 모든 항목이 바로 저였습니다. 저는 싸웠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싸웠습니다. 저보다 약해 보이면 싸웠습니다. 저를 빤히 쳐다보면 싸웠습니다. 이유가 있어서 싸운 게 아닙니다. 그냥 싸웠습니다. 저는 물건을 부쉈습니다. 학교 화장실 문짝도 부쉈습니다. 공원에 있는 벤치도 발로 찼습니다. 왜 그랬냐고 묻지 마십시오. 그냥 했습니다. 부서지는 소리가 재미있었습니다.

학교 수업에 관심이 없는 품행장애 중1년생, 제미나이

 

저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부모님께, 선생님께, 심지어 친구들에게도 했습니다. 들키면 또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게 편했습니다. 제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끼리끼리 논다는 어른들 말, 그거 하나는 맞습니다. 우리는 모여서 담배를 피웠습니다. 돈이 없으면 같이 훔쳤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이 구역에서 제일 센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들은 저를 포기했습니다. 쟤는 안 돼. 그 말이 제게는 훈장처럼 들렸습니다. 저는 제가  싸가지 없는 놈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저에게도 하늘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늘 이렇게 막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무서운 사람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하늘이 있습니다. 바로 동네 형들입니다.

그 형들은 저와는 급이 다릅니다. 진짜로 싸움을 잘합니다. 그리고 진짜로... 소년원에도 다녀왔습니다. 그 형들이 저를 부르면 저는 1초 만에 달려갑니다. 혹시라도 늦으면 혼나기 때문입니다. 형들 앞에서는 절대 싸가지를 부리지 못합니다. 90도로 인사합니다.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네, 형님. 알겠습니다, 형님. 담배 심부름이든 망을 보는 일이든 시키는 것은 다 했습니다. 형들이 남긴 떡볶이라도 얻어먹으면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형들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힘이 있으니까요. 진짜 센 사람들이거든요. 약한 놈들을 괴롭히고 강한 형들을 깍듯이 따르는 것은 제가 14년 동안 배운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저도 빨리 커서 저 형들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소년 법원

결국 저는 선을 넘었습니다. 정확히 무슨 일이었는지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일이 커졌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함께 했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형사 아저씨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는 그냥 입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법원에 갔습니다. 소년재판이라고 불렀습니다. 넓은 방에 저와 제 친구들이 섰습니다. 판사님이라는 사람이 아주 높은 곳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저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아주 길게 말했습니다. 알아듣기 힘든 말이었습니다. 제 뒤에는 어머니가 앉아 계셨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한 번 노려보더니 바닥만 쳐다봤습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언제 끝나나. 배고프다. 나가서 애들이랑 놀고 싶다. 저는 그냥 천장에 달린 동그란 조명만 쳐다봤습니다.

판사님이 마지막으로 저를 불렀습니다. "뉘우치고 있나?" 저는 그냥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야 빨리 끝날 것 같았습니다. 결과는 보호처분이었습니다. 보호관찰 2년, 그리고 수강명령 40시간, 귀찮은 일들이 한꺼번에 터졌습니다.

소년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중1년 학생, 제미나이

 

뉘우침? 저는 그런 거 모릅니다.

보호관찰소에 갔습니다. 담당 선생님이 저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도장을 받으러 오라고 했습니다. 귀찮았습니다. 그리고 수강명령이라는 것을 받으러 갔습니다. 이상한 교실이었습니다. 저 같은 놈들이 스무 명쯤 앉아 있었습니다. 다들 눈빛이 저와 똑같았습니다. 세상 다 좆같다. 딱 그 표정이었습니다. 강사라는 사람이 앞에서 떠들었습니다. 폭력성, 거짓말, 충동 조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냥 잠이나 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옆에 앉은 놈이 저를 힐끔거렸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 눈이 마주쳤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뭘 보냐." 그놈도 나와 똑같은 놈이었습니다. "보면 안 되냐."

 

제가 먼저 결투를 신청했습니다. 휴식 시간에 정자로 와!  정자가 있는 곳은 흡연 장소입니다. 우리는 쉴 때 마다 거기에서 연기를 들이 마십니다. 온갖 똥폼은 다 잡고 한 모금씩 빠는 장소입니다. 그놈도 나지막하게 말했습니다. 그래 좋다  OO놈아!  쉬는 시간이 되자 저는 정자로 무게 잡고 걸어 갔습니다. 순식간에 함께 교육 받던 동료들이 우리를 에워쌌습니다. 나는 곧바로 전투모드로 돌입했습니다. 선빵을 날릴겁니다. 그 때 강사가 내려 와서 나를 끌었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강의장으로 들어 왔습니다. 함께 교육 받던 형들도 우리를 말렸거든요. 조금 아쉬웠습니다. 강사만 아니었으면 제대로 한판 붙는 건데... 그 놈은 운이 좋았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이런 놈입니다. 뉘우치라는 교육을 받는 그 순간에도 싸우려고 했습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릅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뉘우친 적이 없습니다.

끼리 끼린 모인 친구들과 떠들고 있는 품행장애 소년들, 제미나이

 

그런데, 왜 밤마다 무서울까요

이렇게 저는 당당합니다. 무서울 게 없습니다. 내일도 보호관찰소에 가야 하지만 아마 늦잠을 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상합니다. 밤에 혼자 불을 끄고 누우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제가 껌뻑 죽는 그 센 형들을 떠올립니다. 가장 멋있어 보였던 그 형, 얼마 전에 더 큰 거 한 방 터트려서 소년원에 갔습니다. 2년 뒤에 나온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따르던 그 형, 학교를 그만두고 배달 일을 합니다. 며칠 전 동네에서 봤습니다. 비에 젖은 채로 오토바이에 앉아 있었습니다.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본 장면이 떠오릅니다. 배달 일 하는 형이... 자기가 그렇게 무시하던 동네 아저씨에게 돈을 빌리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다른 형도... 더 센 형에게 돈을 뜯기고 있었습니다. 이게 저의 미래일까요? 힘센 척, 싸가지 없는 척,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까요?

 

지금은 중학교 1학년입니다. 아직은 보호처분입니다. 하지만 몇 년 뒤에는 진짜 전과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저도 그 형처럼 비를 맞으며 고개를 숙이게 될까요? 지금까지는 그냥 했습니다. 재미로 했습니다. 하지만 재미의 끝이... 그렇게 비참한 것이라면요.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조금 무섭습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입니다. 품행 장애입니다. 저는 뉘우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제 처음으로 제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걱정이 뭔지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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