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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만들기/'아보하'의 행복

[제4장] 무기력을 넘어서는 순간들

by 행복 리부트 2026. 5. 8.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면 무기력한 삶이 찾아옵니다. 희망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몸이 천근 만근 무겁습니다.

마음의 에너지가 방전되었을 때 찾아오는 손님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이를 학습된 무력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사람은 반복적인 실패나 통제할 수 없는 좌절을 겪게 되면 어떤 시도조차 포기해 버리는 상태에 이릅니다. 상당한 패배주의가 마음을 잠식합니다.

마틴 셀리그만은 개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경험을 하도록 했습니다. 한 그룹의 개는 아무런 외부 자극을 받지 않았고, 다른 한 그룹의 개들은 전기 충격을 받을 때 개가 스스로 레버를 움직여서 충격을 멈출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마지막 그룹의 개들은 어떤 행동을 해도 전기 충격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 놓이도록 하였습니다.

이후 셀리그만은 개들을 낮은 울타리가 있는 세개의 상자에 그룹별로 넣고 다시 전기 충격을 주었습니다. 개들은 전기 충격이 올 때 울타리를 살짝 넘기만 하면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였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전에 충격을받지 않았던 개들과 레버를 당겨 전기 충격을 멈출 수 있었던 개들은 쉽게 울타리를 넘어 탈출했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충격을 피할 수 없었던 경험을 했던 개들은 탈출이 가능함에도 바닥에 웅크린 채 전기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셀리그만은 실험을 통해  사람과 동물은  통제할 수 없는 실패를 반복하여 경험하면, 나중에는 스스로 통제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셀리그만은 이 실험을 통해 학습된 무기력을 밝혀낸 것이었죠.

자존감과 학습된 무력감의 관계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마틴 셀리그만이 말한 학습된 무력감의 개념과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의 행동은 높은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이미 자신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실패나 거절이 반복되면, 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빠르게 생겨납니다. 마치 셀리그만의 실험에서 충격을 피할 수 없다고 배워 고통을 감수하는 개처럼 스스로 변화 가능성을 잃어버리는 것이죠. 

 

이런 과정은 악순환을 불러 옵니다. 자존감이 낮으면 실패를 더욱 크게 받아들이고, 그러한 실패는 다시 무력감을 강화시키는 것이죠. 무력감은 욕구와 동기를 줄이고 행동마져 줄어들면 성취 경험이 사라집니다. 결국 자존감은 더욱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당연하게 희망이 있습니다. 셀리그만은 나중에 학습된 낙관주의를 학계에 보고하는 데요. 무력감이 학습된 것이라면, 반대로 할 수 있다는 감각도 다시 배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작은 성공 경험을 쌓고, 지지적인 관계를 만들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만으로도 무력감은 사라지고 자존감은 서서히 회복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의 감정이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의 무력감을 개선하고 자존감도 높일 수 있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칼 웨익(Karl Weick)은 압도적인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 작은 승리(Small Wins)를 제시하였습니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사소하고 만만한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잃어버린 통제감을 되찾는 방식입니다. 셀리그만의 학습된 낙관주의와 동일한 주장입니다.

<미생>의 장그래, 낮은 스펙을 채운 성실함의 하루

드라마 <미생, 2014, tvN >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는 프로 바둑기사라는 유일한 꿈이 좌절됩니다. 그는 26살의 나이에 고졸 검정고시 출신이라는 이력서를 들고 종합상사에 인턴으로 입사합니다. 주변은 온통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엘리트들뿐입니다.

장그래는 그들 틈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습니다. 그는 자괴감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할 법도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는 주저앉아 신세 한탄을 하는 대신, 아주 작은 행동부터 시작합니다. 우선 복사기 사용법을 완벽하게 익힙니다.

회사 컴퓨터 폴더의 정리 규칙을 암기합니다. 무역 용어 사전을 밤새워 외우고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습니다. 그는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아주 작은 일들을 바둑판에 돌을 놓듯 정성을 다해서 합니다.

그는 남들과 스펙을 비교하는 대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하루의 성실함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그는 이런 작은 성공감의 경험들이 하나둘씩 쌓이자 어느새 없어서는 안 될 필요한 존재로 성장합니다. 동료들의 진심 어린 인정은 그의 빈약했던 자존감을 세워 주었습니다. 

<나의 해방일지>의 염미정, 껍데기를 깨고 나온 고백

또 다른 결의 무기력을 묘사한 작품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2022, JTBC>입니다. 주인공 염미정(김지원)의 삶은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속은 텅 비어있습니다. 매일 똑같은 출퇴근길, 무미건조한 직장 생활, 재미없는 인간관계 속에서 그녀의 일상은 색채를 잃어 버렸습니다.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그녀의 대사는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습니다. 자존감이 고갈된 그녀에게 세상은 그저 버텨내야 하는 노동의 현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끔찍한 무기력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해방클럽이라는 작은 모임을 만듭니다. 클럽의 규칙이 재미있습니다. 조언하지 않기, 위로하지 않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한 척하지 않기입니다.

그녀는 직장 동료들 앞에서 가짜 미소 짓던 것을 멈춥니다.그리고는 자신의 바닥난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놓기 시작합니다. 놀라운 일은 이런 작은 고백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자신의 우울과 무기력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에 꽉 막혀있던 마음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신을 짓누르던 감정을 밖으로 꺼내어 이름을 붙여주는 행위만으로도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힘을 얻게 됩니다.

스스로를 증명하는 것은 매일의 작은 선택들

장그래의 폴더 정리와 염미정의 솔직한 고백은 삶의 무기력을 벗어 나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미래의 불안이나 과거의 후회에 짓눌리지 않고,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만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사회인지 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이러함을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작은 성공의 경험은 뇌에 강력한 성취의 회로를 만듭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자리 개는 일, 화초에 물을 주는 일, 오늘 하루 청소하는 일들은 남들이 보기엔 시시해 보일지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자신이 결심한 것을 스스로 실천하였다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그런 감각들이 모여 약해진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줍니다. 삶이 무겁고 버거워 한 걸음도 뗄 수 없을 때 크게 도약하려 애쓰지 마세요 . 그럴땐 가는 길을 방해하는 작은 돌멩이 하나를 치우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자존감은  자신이 정한 작은 성공감들이 쌓여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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